경제와 환경의 조화 위한 의제 발굴해야

[ 특집 ] 4. G20 정상회의와 국제환경문제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0월 20일(수) 15:22

이제 몇 주 후면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이 되어 세계 정상들과 함께 당면한 국제문제를 다루는 일은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회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그런데 이 회의가 과연 당면한 지구환경위기를 극복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현재로선 긍정적이질 못하다.

여기에는 이번 회의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G20 정상회의는 미국 발 금융위기의 해소를 목적으로 시작된 한시적 국제회의다. 이 회의가 장차 정례화된다 하더라도 그 관심이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에 있다.

그리고 경제문제란 다른 어떤 문제보다 국가간, 계층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어떤 의제에 대해서도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투기자본의 규제나 금융세와 같은 의제에 대해서조차 아직까지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환율 전쟁'이라 할 만큼 경제적 이익을 위한 각국의 대립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런 형편에서 중요성과 시급성이 덜 해 보이는 지구환경문제를 의제로 다루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에서 국제 환경문제를 뒤로 밀쳐놓고 가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이 G20 정상회의의 직접적 태동 배경이었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세계는 경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환경문제를 도외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와 같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은 필연적으로 자원부족과 환경파괴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자원의 무한 공급이나 환경오염물질의 수용능력의 무한함을 전제한 카우보이식 경제는 지구의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따라서 성장을 하되 에너지 사용과 재생불가능한 자원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요청된다.

다음으로, 경제의 근본 목적 중 하나가 빈곤의 퇴치인데, 특히 저개발국에서 빈곤은 환경파괴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개발국에서의 빈곤은 여러 가지 원인을 가진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을 저개발국 국민과 국가 리더십 자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식민지 경험은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시스템을 왜곡시키고 가난을 구조화시켰다.

한 예로써 유럽의 국가들은 시장에 필요한 단일작물을 아프리카 피식민지 국가들에게 강요했다. 그래서 차드에는 프랑스의 직물공장을 위한 면화, 가나는 영국의 초콜릿 공장을 위한 카카오, 브룬디와 르완다에서는 차 농사, 세네갈은 땅콩, 카리브해의 자메이카나 브라질에서는 사탕수수를 핵심 작물로 심게 되었다.

그래서 땅콩을 경작하는 세네갈의 예에서 보듯 얼마든지 자급자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쌀을 수입해야 하고, 만성적 식량부족사태를 겪고 있다.

저개발국과 선진국 사이의 불평등한 무역구조는 과거만 아니라 현재에도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는 선진국의 보호무역제도나 자국 농민에 대한 보조금 지급만 아니라 각종 형태의 지적재산권, 메이저 곡물상들에 의한 농산물 투기 등 수많은 사례가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산업국의 공해산업 재배치 및 저개발국으로의 수출 역시 국가간 환경 불평등 문제를 야기한다. 이를 가리켜 '폐기물 식민주의' 혹은 '환경 아파르트헤이트'라 부르기도 한다.

한편, 저개발국에서는 가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환경을 파괴하는 경향이 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시골에선 여인들이 식사준비를 위해 땔감으로 먼 지역까지 가서 작은 나무는 물론 덤불, 심지어 나무뿌리까지 캐서 땔감으로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사바나 전체를 초토화시키고 그것은 마침내 사막화를 점점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아프리카 사헬지방에서 매년 5-10킬로미터씩 사막이 확장되고 있어, 머지않아 약 10억의 인구가 사막화의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 예측된다.

과중한 외채에 시달리는 저개발국가들은 이렇다 할 인적 자본이나 기술자본이 없기 때문에 열대림과 풍부한 어류자원이 자신들의 미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외화획득을 위해 국제시장에 내다 판다. 이런 배경에서 1990년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주교들과 목회자 모임에서는 외채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늘날 환경문제는 경제문제일 뿐 아니라 세계평화와 관련된 이슈가 되어 가고 있다. 한 예로 기후변화로 말미암은 해수면의 상승은 벌써 남태평양의 여러 섬 국가와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2006년 파푸아 뉴기니의 카터렛 섬이 잠겨 3천 여 명의 원주민이 이주를 함으로 지금은 무인도가 되고 말았다. 여덟 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투발루 섬의 두 개가 이미 바다 속으로 잠겨버렸다.

30년 정도 후에는 나머지 여섯 개의 섬도 지도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운명이라고 한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오랜 영토분쟁의 원인이었던 길이와 폭이 각각 3킬로미터에 달했던 섬도 사라졌다.

이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제공자가 아니면서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아프리카 사헬지방의 계속되는 사막화 역시 원주민들로 하여금 고향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1년 유엔이 정한 난민조약에는 환경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어떤 조항도 찾을 수 없다. 수자원을 둘러싼 국가간 갈등 역시 세계평화의 잠재적 위협요소가 되어가고 있다.

인구는 세계의 4분의 1밖에 안되면서 지구 자원의 4분의 3을 소비하면서 그만큼 많은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선진국과 그렇지 않은 저개발국 사이의 환경 불평등 문제가 경제문제와 함께 다루어져야 한다. 

한편, 세계적 식량문제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잠재적 요소가 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 4분의 1은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는다.

그 결과 선진국에서는 과도한 육류소비로 각종 성인병을 앓고 있는 반면 저개발국에서는 영양실조로 2005년 기준으로 10세 미만의 아동이 5초에 한 명씩 굶어죽고 있다.

비타민 A부족으로 시력을 상실하는 사람도 3분에 한 명꼴이라고 한다. 세계인구의 7분의 1에 이르는 8억 5천 만 명이 심각한 만성 영양실조로 고통당하고, 아프리카의 전인구의 36퍼센트가 굶주림에 내몰리고 있다. 기후변화로 말미암아 앞으로 더 많은 자연재해가 생겨날 것이고 그럴 때 농업을 위주로 하는 가난한 나라 빈민들의 삶의 조건은 더 악화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할 때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경제문제를 단지 경제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논의하려는 노력이 요청된다.

경제와 환경, 그리고 세계평화가 밀접히 관련된 오늘의 세계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저개발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시스템이나 무역구조를 만드는 과제는 이제 한 나라의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 전체의 과제로 부각되었다.

이를 위해 이번 회의에서는 시급한 경제현안만 아니라 저개발국의 과중한 외채문제, 환경기술 이전, 세계 곡물시장에서 투기세력의 통제, 국제무역에서의 정의실현과 같은 의제들까지 적극 발굴하고 제시해야 한다.

비록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회의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는 의제를 정하고 합의사항을 도출해 내는 과정에 약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나라 정부가 이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문제의식과 확고한 비전을 가져야만 한다.

경제와 환경의 조화를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비전과 실현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적지 않은 국가들이 한국의 '녹색 성장'이나 '공정사회' 논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녹색 성장'이 환경보전보다 경제성장만 강조하게 될 때, '공정사회'가 저개발국과 선진국 사이의 경제 및 환경불평등 문제까지 포함하지 못하게 될 때, 그것들은 자칫 국내용 정치 구호나 선전에 머물고 말 것이다.

조용훈교수
한남대 기독교학과
기독교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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