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ㆍ공존ㆍ상생의 세계를 위한 길 모색

[ 특집 ] 3. G20 정상회의와 세계평화 추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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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3일(수) 14:03

제5차 G20 정상회의가 2010년 11월 11일과 12일에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G20 정상회의는 전세계 GDP의 85%와 전세계 인구의 2/3를 차지하는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세계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회의이다. 대한민국은 G20의 의장국이자 개최국으로서 G20 내의 선진경제국과 신흥경제국을 연결하는 역할과 함께 G20의 국가들과 여기에 속하지 않은 대다수 국가들을 연결하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책임을 맡은 셈이다.

G20 정상회의의 공식 홈페이지 내용을 보면, G20 국가들을 세계의 유지(有志)라고 소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구촌의 좌장으로서 선진국이 만든 규칙을 받아들이던 규칙준수자로부터 규칙제정자로 도약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의 폐허 가운데 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원조를 주는 지원국으로 격상했음을 자랑하고 있다. 나아가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불리하게 취급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리하게 대접받는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꾸자고 호소하고 있다.

20세기 한 세기 동안 대한민국은 일제하에서 주권을 상실한 국가로서 강대국에 속박되어 사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가를 경험했다.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쟁의 총체적인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가도 경험했다. 또한 전쟁의 폐허 속에서 보릿고개를 지나며 가난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도 알게 되었고, 군사독재정권 속에서 인간의 최소한의 권리인 인권이 얼마나 처참하게 유린당할 수 있는지도 경험했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세계경제대국 12위권에 들어서는 놀라운 성장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이루어냈다.

지금 세계국가들은 가장 가난한 국가 중의 하나였던 대한민국이 경제개발에 성공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온 국민의 힘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해내자,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저개발 국가들은 대한민국을 자국의 발전을 위한 모델로 삼아 희망을 키우고 있다.

대한민국이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은 하나님의 분에 넘치는 은총과 복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은 하나님의 사랑을 많이 받은 자로서 세계공동체를 많이 사랑해야 하고, 하나님의 것을 많이 맡은 자로서 가난한 국가들에 대해 많은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2010년 9월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국민기도회를 개최했다. 그곳에 참석한 교계지도자들과 5백여 명의 신도들은 G20 정상회의를 성공시켜야 할 역사적인 책무로 자각하면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한국교회에 대해서는 나라사랑의 마음으로 G20 정상회의의 성공과 선진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기도할 것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국가들에 대해서는 공동과제의 대책뿐만 아니라 숭고한 인류애로 평화와 공존과 상생의 세계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제 우리는 곧 개최될 G20 정상회의를 바라보면서, 의장국이자 개최국인 대한민국이 무엇보다 평화와 공존과 상생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어떤 아젠다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할지 제안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신학자 볼프강 후버는 평화의 지표로서 궁핍함의 제거, 폭력의 회피, 부자유함의 감소를 제시한 바가 있다. 오늘의 세계가 가난한 국가들의 궁핍함과 강대국들에 의한 폭력, 가난하고 나약한 사람들의 부자유함으로 인해서 세계평화를 절실히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가난한 국가들의 궁핍함을 대변하는 아젠다가 제안되도록 도전해야 한다. G20 정상회의는 강대국들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제도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회의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하나님으로부터 많은 책임을 부여받은 국가들이 가난한 국가들의 궁핍함을 제거하고 함께 살기 위한 길을 모색하는 회의로 만들어야 한다.

가난한 국가들에 대한 무상원조를 유상원조로 전환하여 부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채권국들이 가난한 채무국들의 빚을 무조건 탕감하도록 제안해야 한다. 가난한 채무국들은 허리를 동여매고 일을 해도 원금 자체를 상환하지 못하고, 이자조차 갚지 못해 절대가난의 질곡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저개발국가들은 자국의 광물이나 플랜테이션 농작물을 선진국가들에게 싼 값으로 수출하고, 선진국들의 가공품을 비싸게 수입해야하는 무역 불균형 속에서 이중으로 수탈당하는 상황을 극복하도록 무역구조를 정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세계공동체가 희년의 정신(레 25:8-13)을 회복할 때이다.

우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강대국들에 의한 폭력을 제어하는 아젠다가 제안되도록 도전해야 한다. 성서는 칼로 보습을 만들 것을 비전으로 삼는다(욜3:10). 그러나 적지 않은 선진국가들은 무기거래를 통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하고 있다.

이점에서는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신형무기를 많이 수입하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스스로 개발한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사실 선진국가들의 군수산업은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분야이고, 군수산업 재벌들은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커넥션을 통해서 자신들의 기회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군수산업은 군수품들이 끊임없이 소비되어야 활황을 이룰 수 있다.

강대국들이 세계 도처의 국지전쟁에 '평화군'의 미명으로 참여하는 것은 세계평화를 증진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지만, 군수품의 소비와 개발의 기회를 확보하려는 경제적 이유 역시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G20 정상회의는 경제회의에 머물지 말고, 정의에 기초한 세계평화의 길을 모색하고, 전쟁과 테러의 구조적인 모순을 해결하는 평화회의로 전환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핵무기와 첨단무기로 무장된 세계공동체는 언제 공멸할지 모른다.

끝으로 우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가난하고 나약한 사람들의 부자유함을 감소시키는 아젠다가 제안되도록 도전해야 한다.

다국적기업을 포함해서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윤리적인 경영 위에 사회적인 책임을 다한다면, 가난하고 나약한 사람들의 삶의 수준은 지금보다 고양될 수 있다.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열악한 노동현장을 개선하며, 소비자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도록 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자국의 노동자들처럼 동일업종 동일임금을 보장하고, 정당하지 않은 뇌물이나 정치자금을 거부하며,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환경친화적인 녹색기업을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 카지노식의 국제자본이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도록 각종 규제와 세제를 강화하고, 불의한 정치가나 불의한 기업가의 불법자금을 은닉하지 않고, 무역을 통해 얻은 기업의 이윤을 가난한 국가들에게 일정부분 환원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공동체는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 속에서 삶의 기본적인 자유를 상실한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대한민국이 위에서 지적한 세 가지 아젠다를 중심으로 G20 정상회의를 주최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공동체의 평화를 이루는 일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1907년 헤이그 평화회의에서 척박한 조선의 평화를 호소하지 못해 분사했던 이준 열사를 기억하면서 가난하고 힘없는 국가들의 대변자를 자처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G20 국가들 자신의 이해관계를 대변함으로써 오히려 세계공동체에 궁핍함과 폭력 그리고 부자유함을 가중시킨다면, 이는 하나님의 은총과 복에 대한 배은망덕한 응답일 뿐만 아니라, 나단 선지자의 지적대로 가난한 사람의 하나뿐인 작은 암양을 강탈하는 천인공노할 부자로 돌변하는 것(삼하 12:4)이 됨을 명심해야 한다.

정 종 훈교수
연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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