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한 중국인들 찾아 긴 여행 떠나

[ 땅끝에서온편지 ] <7>10년만의 안식년 팔라우 이홍원선교사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0월 06일(수) 16:00

 
   
▲ 팔라우에서 중국인들이 쉬는 날은 중국인교회의 집회날이 된다. 따로 약속을 잡지 않아도 교회로 모여드는 이들의 모습은 영적 갈급함을 짐작하게 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팔라우에서 6년 간의 섬김은 한인교회와 중국인교회의 안정과 성장을 가져왔다. 그리고 선교 10년 만에 1998년 안식년을 갖게 되었다.
 
당시 한국은 I.M.F 위기상황을 맞고 있었다. 본국에 들어오니 후원하던 교회에서 후원 중단을 통보했다. 교회의 선교 정책이 바뀌었고 선교지에서 사역을 하면 지원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중단한다는 것이다. 대책 없이 후원이 끊어졌고 안식년 동안은 후원이 없어 '안쉴년'이 되었다.
 
그러나 제3 지역에서 중국인 선교에 대한 나의 비전과 열정은 변함이 없었다. 안식년 동안 팔라우에서 믿고 돌아간 지체들을 돌아보러 중국으로 심방 사역을 다녔다. 넓고 광활한 대지를 횡단하며, 그들이 있는 농촌, 산촌, 어촌, 어디든 주소를 들고 찾아 다녔다. 너무나 많은 감격을 체험 했다. 더러는 신앙이 나태해진 친구들도 있었으나, 대부분 예수를 잘 믿고 있던 것에 감사 했다.
 
뿐만 아니라 믿지 않은 가족들이 신앙생활을 잘하며 필자를 반가이 맞아 주었다. 또한 팔라우에서는 열심이 없던 친구들이 귀국 후에 어떤 계기들로 변화된 경우도 있었다. 팔라우에서 훈련받았던 제자들이 그곳 교회를 이끌며 지역 지도자들과 함께 열심히 교인들을 섬기고 있었다. 한 친구는 팔라우에서는 미쳐 세례를 못 받았다며 우리가 묵고 있는 곳까지 찾아와서 세례를 받기도 했고, 팔라우에서는 드러내놓고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던 친구도 돌아와 열심히 성경을 읽고 변화됐다며 우리에게 간증을 쏟아냈다.
 
그동안 복음의 씨를 애써 뿌리고 가꾼 수고가 기쁨으로 안겨졌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일단 뿌리면 자라게 하시는 이는 오직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중국 교회 사역자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신학교에서 사역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과도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다.
 
팔라우에 돌아갈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지만 후원교회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모든 것을 주께 맡기고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로 다시 팔라우에 가기로 결심했다. 언제나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길 때 주님께서 책임져 주시는 것을 경험 했었기에 두려움은 없었다. 대만에서의 경제훈련은 아주 혹독했다. 생활비조차 여러 달씩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온 가족이 굶는 훈련을 했다.
 
팔라우에서도 교회 재정이 없어 싼 사택을 얻다보니, 유난히 현관 문턱이 높아서 늘 다리를 벌리고 넘어 다녀야 했다. 그런데 비만 조금 세차게 오면 물이 넘쳐 들어와 온통 물바다가 되어 늘 집안의 물을 퍼냈다. 모든 전기제품, 컴퓨터가 고장 나고 옷들에 곰팡이가 피어 햇볕에 내다 말리는 일을 해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집 뒷산 쪽으로 팔라우에 물을 공급하는 저수지가 있는데 넘치면 방류하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싸고 교회가 가까운 이유로 1년 반을 그 집에서 견뎠고, 후에 더 싼 양철집으로 이사를 했다. 역시 교회 근처라 좋았지만 뜨거운 태양열에 양철이 열을 받아 낮에는 집안에 도저히 들어갈 수 없었다. 아이들도 밖의 나무 밑에서 늘 벌레들과 싸우며 공부를 했다. 밤에는 또 춥고 마룻바닥이 자꾸 내려 앉아 수시로 바닥에 들어가 벽돌과 나무를 떠받치는 일을 해야 했었다.
 
안식년을 다 마치지 못하고 팔라우로 돌아오기 2주 전에 명성교회가 필자를 재파송해주었다. 정말 생각지 못했던 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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