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개척교회 목사님의 장례식을 마치고

[ 기고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0월 06일(수) 14:20

한 달여 상간에 가까운 곳에 목회하시던 선배 목사님 두 분이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두 분 모두 첫 수술은 잘 마쳤는데 이어서 또 혈관이 터져 의식을 잃으셨고 한 분은 깨어나 지금은 휠체어를 타고 거동하지만 아직 말씀은 잘 못하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분은 깨어나지 못하고 어저께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별세하셨다. 그 두 분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너무 아픈 것은 두 분 다 교회를 개척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 교회부흥과 영혼구원을 위해 몸부림치던 분들임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그분들의 심정이 더 깊이 이해되는 것은 나 또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개척의 소명을 받고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발인예배에 유달리 눈물이 앞을 가린 것은 조사를 하는 친구 목사님이 고인이 힘들어하실 때 함께 밤을 지새우다 새벽이 다가오자 새벽이 안 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친구야 네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밝은 아침을 거부 했겠는가"하고 애통해하셨고, 또 "이제 환갑이 가까웠으니 언젠가는 성지순례나 한번 해봤음 좋겠다"하고, 또 "아직 비행기 한번 못 태워 드린 어머니를 꼭 한번 태워드리고 싶다"고 해놓고 이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며 통곡했기 때문이다. 고인이 생전에 함께 나눈 대화 속에 개척교회 목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말이라 구구절절 가슴을 적셨다.

목회를 하다보면 부모님께 자식 노릇, 자녀에게 아빠 노릇, 형제에게 형제 노릇, 아내에게도 좋은 남편의 노릇을 못 할 때가 다반사이다. 개척교회 목사는 더더욱 본의 아니게 그러할 때가 많다. 그런 아픔이 공감되었고 이어서 고인의 딸이 아빠에게 마지막 드리는 글을 올리는데 "그렇게 교회부흥을 원하셨는데 성전 헌당 예배드릴 때 가득 찼던 성전이 이제 아빠가 가시는 오늘에야 다시 가득 찼네요"라고 할 땐 정말 교회 부흥을 갈망하는 개척교회 목사의 마음이 가슴 깊이 다가와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특히 가까이서 목회하며 자주 그분을 뵙고 또 그 목사님도 교회를 부흥시키려 몸을 아끼지 않고 기도하며 몸부림치던 것을 아는 터라 더욱 가슴이 아려왔다.

어디 이런 아픔이 개척교회 목사에게만 있으랴. 큰 교회 목회자는 큰 교회 목회하는 만큼 또 남다른 어려움이 있음을 본다. 가까이에 큰 교회를 목회하는 목사님을 뵈면 그 분들 역시 건강을 돌아볼 여가도 없이 목회일정에 바쁘게 살아가시는 모습들과 큰 교회에도 목회현장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음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척교회 목회자이든 큰 교회 목회자이든 이 길을 가는 것은 애당초 육신의 안일을 위한 길이 아니요 복음의 사명을 감당키 위해 주님의 사랑에 매여서 가는 길이기에 고난과 역경이 있음을 알고도 믿음으로 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님 나라에 이르렀을 때 위로와 상급을 바라고 오늘의 섬김으로 한 영혼 한 영혼이 변화되고 하나님 나라의 일꾼들로 세워지는 기쁨 때문에 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속울음을 삼키며 해산의 수고를 하면서도 하늘소망으로 웃음 머금고 주님의 백성들을 섬기며, 세상을 향해 복음을 외치며 지금도 곁에서 도우시는 주님의 위로를 힘입고 이 사명의 길을 가는 것이다. 동시에 그 은혜와 믿음으로 오늘 내 몫의 십자가를 감당 할 수 있는 것이라 믿기에 슬픔 중에도 다시 일어서서 또 나의 목회현장으로 돌아와 따스한 사랑과 미소로 성도들을 섬기게 됨을 고백한다.

그러기에 어쩌면 목회자들은 수많은 슬픔과 아픔의 사연을 가슴에 담고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삐에로 광대처럼 수많은 목회 현장의 다양한 아픔들을 가슴에 담고 하나님 앞에서는 어린 아이마냥 강단에서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몸부림치더라도 성도들에게는 사랑으로 섬기고 위로하는 하나님 나라의 삐에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글을 맺으며 이번 장례예식 때 수많은 목사님들과 장로님들과 성도들이 고인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개척교회목사로서 바람이 있다면 이런 일을 계기로 주변에 개척 및 미자립 농어촌 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좀 더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므로 작은 교회 부흥이 교단 발전과 하나님 나라 확장에 큰 밑거름이 되기를 기도한다.


포항 시민교회 황병식 목사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