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회개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10월 06일(수) 14:12

교인들과 신앙상담을 하는 중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죄의 문제'로 인해 고민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초신자들의 경우에는 어떤 면에서는 상담하기가 쉽다. 바로 근본적인 '인간의 죄의 문제'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총'을 설명해 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속의 죽음'에 대해서 빨리 납득하지 못할 때엔 구약시대의 제사제도에 대해서, 그리고 주님께서 이 땅에 오시게 된 이유와, 노예를 해방하기 위해서는 그 값을 치르고 노예를 삼음으로서 해방시킬 수 있게 되는 이치 등을 자상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며, 그리고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용서의 확신'을 갖도록 기도해 주게 된다.

그런데 믿음생활을 제법 오래 하고, 어지간한 교리적 내용을 알고 있는 교인과 상담하게 될 때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게 된다. 그들이 하는 고민의 양상이 초신자들의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예수님의 대속의 죽음에 대해서 알고 있으며,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게 되며, 주님의 은혜로 우리는 정죄 받지 않고 구원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주님을 영접하였고, 지금껏 믿음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그들이 고민하는 문제는 다름이 아니라, 믿음생활을 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계속 알게 모르게 죄를 짓고 있다고 하는 사실이었다.

사도바울도 바로 이 문제로 고민하지 아니하셨던가? "내가 원하는 바 선을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악을 행하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하시며! 그러니 솔직히 믿음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가 동일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누가 나는 죄를 짓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들이 하는 고민은 바로 나의 고민이요, 그들이 그로 인해 갖는 아픔은 바로 나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매일 세수하며 몸을 씻는 중에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가 몸을 씻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내 몸의 때를 씻기 위함이다. 때로는 씻기가 귀찮을 때도 있고, 그래서 때가 생기지 않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생각해 볼 때도 있다. 그러나 내 몸에 때가 계속 생기고 있다는 것으로 고민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때라고 하는 것은 바로 내가 살아있다고 하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죽은 자에게는 때라는 것이 생성되지 않는다. 사실 때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 몸에서 용도가 끝난 죽은 세포가 피부 밖으로 배출된 것이다. 그러니 살아있는 자라고 한다면 누구나 다 이 때가 생성되기 마련인 것이다.

죄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 때와 같다고 생각해 본다. 물론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니지만, 한편 돌려놓고 생각해본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죽은 자는 죄를 짓지 아니하지 않는가? 그러니 내게 계속 죄가 생성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니 때가 생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오직 계속 깨끗이 씻는 것만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죄를 짓는다는 것도 사실상 그 자체가 문제이기 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회개하며 그 죄를 씻고 있는가 하는 것만이 문제가 될 따름이다.

요한일서 1장 9절은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자백한다는 것은 회개하는 것으로서, 이는 바로 매일같이 씻는 것과 같다. 죄 짓는 것은 우리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오직 그때그때 회개하는 것만이 문제가 될 뿐이다.

김서년 / 목사 ㆍ 벧엘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