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초 그리스도인들의 죽음 앞에서

[ 기고 ] 전서노회 목사ㆍ장로 일본 성지순례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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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29일(수) 14:23
   
▲ 일본 나가사키현 니시자카 언덕에 세워진 성인 기념관 앞에선 참석자들.
2010년 8월 23일~26일까지 진행된 일본 성지순례가 전서노회 교육자원부(부장:김성수) 주관으로 은혜롭게 진행됐다. 이번 성지순례에는 필자를 비롯해서 노회원 90명이 참석했다.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나가사키현의 니시자카 언덕에는 26인 성인 순교비와 기념관이 있었다. 불행히도 그 원자폭탄은 일본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너무나 한이 많은 우라카미 교회 바로 위에 떨어졌다. 임진왜란이 끝나기 1년 반 전인 1597년 2월 5일 임진왜란을 일으킨 당시의 쇼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6명의 선교사와 일본인 최초의 그리스도인 20명 등 모두 26명을 처형했다. 지금의 나가사키현에 속해 있는 오오무라, 시마바라, 히라도, 고도 등과 같은 지역은 당시에 신학교가 있었고 '성시'라고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한 지역이었다. 또한 대부분의 순교자들도 이 지역에 사는 이들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최초의 순교자들은 당시 일본의 수도인 교토와 도요토미의 본거지인 오사카성 그리고 사가 지역에서 끌려온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 분들은 6명의 서양 신부와 20인의 일본인이었다. 아마 그것은 권력 주변에 사는 사람들을 먼저 처형함으로써 본보기를 보이고, 기독교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에서 처형해서 임진왜란 실패에 대한 백성들의 원망과 혹시 있을지 모르는 반란에 대비한 것이었다. 권력의 뜻에 반하는 자들은 무자비한 처형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널리 알림으로써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던 만행이었다.

일본 최초의 순교자들인 6명의 외국인 신부와 20명의 일본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처럼 십자가 처형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순교비에는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라는 성경 말씀이 아로 새겨져 있다. 말씀을 읽기만 하고 공부만 했지 말씀대로 살지 못했는데, 그들은 말씀대로 십자가를 지고 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나가사키현 니시자카에 있는 26인 순교 기념비를 자세히 살펴보면 3명의 어린이가 같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에 12살, 13살, 15살 소년들이었다. 지금 나이로 치면 우리 아이들보다도 어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정도의 나이 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아이 하나가 했다는 말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것은 그 나이 어린 소년이 그렇게나 좋아하던 신부님과 어머니와 아버지가 십자가에 매달릴 적에 자기도 십자가에 매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의 십자가를 찾아 헤매면서 처형을 하는 관리에게 '내 십자가는 어디에 있나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작은 손해 하나도 안 보려고 아우성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 소년이 마지막 했다는 말이 기도할 때면 가끔 귀에 환청으로 들리는 듯하다. 

전서노회 노회장 김덕길목사(정읍한빛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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