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의 힘II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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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14일(화) 15:23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진정한 세계는 '자기 긍정'이 아니라 '자기 부정'이었다. 이 세상의 논리는 자기를 나타내고 자기를 자랑하며 항상 자기중심의 삶을 강조한다. 한 마디로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 '덧셈원리'이다. 더 많이 간직하고 더 많이 높아지면서 자기 존재를 과시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하나님 나라의 원리는 '자기부정'이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이다. 실제로 우리 주님은 그렇게 사셨고 우리에게 그렇게 살라고 부탁하셨다. 예수님의 삶의 꽃은 십자가 위에서의 죽으심이다. 그는 죽었으나 다시 사셨다. 이것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부정의 힘'이다. 성경 어느 곳에도 자기긍정을 다룬 곳이 없다. 오히려 자기 긍정을 가리켜 죄라고 하였다. 그래서 자기부정을 위하여 철저한 '뺄셈'을 가르치는 것이 성경이다. 성경은 '교만'을 빼내고 '목의 힘'을 빼내고 '죄성'을 빼냄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을 닮아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우리는 구약성경의 이스라엘 해방의 구도자였던 모세의 일대기 속에서 '자기부정의 힘'을 실감나게 배우게 된다. 모세에게 가장 처참했던 시기를 미디안 광야에서의 양을 쳤던 40년의 기간이라고 말한다. 애굽이라는 강대국의 왕자가 하루아침에 도망자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잘 파악해야 한다. 애굽 왕자 시절의 모세는 정말 자기중심의 대표적인 사람이었다. 자기 말이면 모든 백성이 쩔쩔매며 자신의 말 한 마디면 모든 것이 다 될 줄 알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자기 맘대로 살인까지 하고 숨기려 하였다. 결국 이것이 들통이 나 도망쳤던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자기 긍정의 함정'을 배워야만 했다.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과는 하나님이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워야 했다. 이러한 모세가 광야 40년이란 긴 세월동안 서서히 녹아지고 깨어지기 시작하였다. 고독한 빈 들판에서 양을 치며 '도대체 나라는 존재는 무엇입니까?'를 수없이 되새기며 하나님께 물어 보았을 것이다. 인생의 문제를 놓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뇌하며 지냈겠는가! 이러한 인생의 숙제가 서서히 하나님 앞에서 풀리기 시작하였다. 자기 잘 난 맛이 빠지면서 자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결국 하나님을 대면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께서 부르신 후에도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합니다"를 고백하기에 이른다. 바로 이러한 자기부정의 내면속에 하나님의 영이 임하셨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가 강조하는 '부정의 힘'이다.

모세가 모세 된 것은 애굽의 왕자로서의 모세가 아니라 40년 광야생활에서 배우고 터득했던 자기부정을 통해서이다. 자기를 부정할 줄 아는 모세를 상대해 주면서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고 약속하셨던 하나님은 결국 '자기긍정'의 사람과는 절대로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이러한 과거를 통과한 모세는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게 되고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의 인생숙제가 풀린 것이다. 이것이 곧 모세가 걸어갔던 사명(Misson)의 삶이었다. 모세에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단 한 가지이다. '자기긍정'의 삶에서 '자기부정'의 삶으로의 변화인 것이다. 하나님은 자기를 내세우며 자기 권위를 과시하며 살 때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시더니 그 권위가 빠져나가고 자기를 부정할 줄 아는 사람과 함께해 주시더라는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나라의 원리요 '부정의 힘'이다.

우리에게 배우지 못하고 가난하고 재능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많이 배운 것을 자랑하고 많이 가진 것을 내세우며 자기 명예를 뽐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배우지 못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더 겸손히 섬기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며 산다면 이런 사람이 많이 배운 자보다 더 지혜로운 것이요 많이 가진 자보다 더 가진 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본 주제를 마감하는 알기 쉬운 표현이 있다면 '성경은 긍정의 힘을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재식 / 목사 ㆍ 서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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