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용기

[ 기자수첩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0년 09월 14일(화) 09:32
최근 필리핀에서 대신측 조태환선교사가 무장강도들에게 피살된 사건을 취재하며 같은 지역 선교사로부터 몇가지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조 선교사는 사랑의집짓기 행사차 방문한 일행을 인솔해 공항에서 자택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일행의 행렬을 막아선 범인들은 운전석에 있던 조 선교사에게 차 문을 열고 내릴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 선교사는 일행의 안전을 위해 문을 열지 않았고 다급해진 범인들은 조 선교사에게 총을 쏘았다는 것. 이후 문을 열고 금품을 탈취한 범인들은 여성 한 명을 인질로 끌고가려 했다. 그때 일행 중 한 목회자가 "여자 혼자 인질이 되게 할 수는 없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인질을 자청했고 결국 범인들은 2명의 인질을 데려가다 곧 풀어주었다고 한다.
 
기자는 두 목회자의 용기에 숙연해졌다. 갑작스러운 사건 앞에서 이들은 길게 생각할 여유도 간절한 기도를 올릴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보다 일행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겼다. 비록 한 사람은 주검으로 돌아왔지만 두 목회자는 모두를 지켜냈다.
 
제95회 총회를 맞으며 기자는 한 명의 평신도로서 총회 산하 모든 교회들을 든든히 지켜낼 용기 있는 총대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분명 타인을 위한 용기에는 자기희생이 따른다.
 
기자는 한 번의 발언을 위해 수많은 시간 고뇌하며 준비하는 노력도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지난주, 10년 전 러시아 우스리스크교회 앞에서 현지인의 싸움을 말리다 흉기에 찔려 사망한 故 김창식선교사의 부인 박은희선교사가 별세했다. 그녀는 남편의 사역을 잇기 위해 암 수술을 미뤄오다 결국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4월 그녀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교회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있어 도움이 없어도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그녀를 지키지 못한 이유는 가난해서인가 용기가 없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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