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교회를 위하여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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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07일(화) 10:45

최근 인문학 공부의 열풍이 전국 대학가를 강타하고 있다. 각 대학이 설치한 연장 교육 프로그램의 인문학 강좌에는 고위 관료, 정치인, 기업가들이 쇄도한다. 이 열풍의 와중에 단골 필독서로 등장한 책이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는 마이클 샌델(Micheal J Sandel)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정의란 결코 단순하게 규정될 수 없는 광폭의 가치임을 강조하면서도 '정의는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말은 현존하는 최고의 정의론 교수의 발언이라는 차원을 넘어 전 세계 많은 나라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정책 입안의 지침이 되어가고 있다. 그만큼 정의로움이 이 시대의 요구가 되어 있고 삶의 한 양식으로 보편화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정의로움은 특별한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기본 조건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교회 안에서 과연 정의로움은 존중되어야 할 가치로서의 위치와 정책의 기준으로서의 자리를 명백히 하고 있는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왜냐면 정의로움이 사라진 공동체는 불균형과 양극화의 덫에 빠져들게 되어있고 결국은 동반 몰락의 길로 간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너무나 선명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정의를 추구함을 은혜로움과 너그러움의 반대편에 있는 가치로 여기기도 하고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항변에서 비롯된 거추장스런 개념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투명성과 정서적 공감을 매우 중요한 사회적 동력으로 여기는 21세기 사회와 교회에서 정의로움의 상실이 가져올 위험성은 너무나 크다. 때문에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의를 실천할 수 있기 위해 교회가 그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감은 역사에 대한 도리이며 우리의 미래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이다.

먼저 생각할 것은 정의를 우리가 머물고 지켜야 할 삶과 선교사역의 범주로 삼는 일이다. 즉 어떤 것도 정의의 울타리를 넘어 존재치 못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회가 세상 속에 존재하는 양식은 정의로움이며 정의와 한편이 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만약 이 범주를 넘어 가치의 붕괴를 불러오면 이는 교회가 세상의 구원을 포기하고 스스로의 미래를 접는 일이다. 물론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를 추구하지만 그 모든 것 안에 흐르는 공동의 가치는 정의로움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주장과 사역들은 과연 정의로운가?'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고 점검해야 우리의 모든 모습들이 신뢰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고 주님의 나라가 임하도록 간구하는 기도에 부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정의로움이 세상과 현실에 대한 비판의 기능으로 국한되게 하지 말고 교회와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류적 신념이 되게 해야 한다. 흔히 교회의 예언자적 기능을 말할 때 우리는 그것이 현실 세계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의미한다고 이해해 왔다. 그러나 교회의 비판적 기능은 늘 주류에 대한 비판자의 입장에서 역사를 보게 하고 책임에서 회피하게 하는 문제를 야기하는 단점이 있다. 정의로움이 비판적 기능이 아니라 세상을 이끄는 주류적 개념이 되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의로움은 버려진 자들이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책임 있는 주류들의 외침이 되어야 하고 교회 안에서는 비판적 지성만이 아니라 주류적 지성인들이 배출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우리가 익숙했던 정도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정의로움이 개인의 삶과 교회의 정책과 성직자들의 삶에 개입되게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때 우리는 교회의 생존이 급하고 다른 종교들이나 사회 전체에 만연한 적대적 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실용성과 효율성을 더 중시하는 탓에 제도와 관행 그리고 각종 법과 규칙에 정의의 원칙을 유보하거나 간과한 경우가 많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모습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의연하고 장엄하게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정의로움이 우리의 주류적 신념이 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로움이 타인에 대한 배척의 원동력이 아니라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정의는 사랑과 함께하고 의로우신 하나님을 절대 신뢰하는 믿음과도 함께 한다. 정의로움은 결코 은혜에 반하지 않고 은혜를 더 풍성케 한다.

손달익 / 목사ㆍ서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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