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길 따라 가시밭길 걸어간 그 길, 순례의 길

[ 교계 ] 장신대 국내성지순례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09월 02일(목) 15:48

【여수ㆍ목포ㆍ영광^최은숙기자】"주님 나를 부르시면 어디든지 가겠네. 그가 인도하시는 곳 찬양하며 가리라. 예수 나의 구주시니 끝날까지 섬기리. 복음들고 가라시니 빛이 되어 가리라~('주님 나를 부르시면' 중에서)

기독교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라고도 한다. 한국교회의 1백20년 역사도 신앙의 투사들의 고귀한 생명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주님의 길을 따라 가시밭길을 걸어간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밟으며 그들은 뜨겁게 타오르는 심장을 움켜잡고 고백했을 것이다. "주님 부르시면 지체말고 가겠노라"고.

지난 17일 방학중인데도 이른 아침부터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장영일) 소양홀로 하나 둘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마다 무거운 배낭을 하나씩 들쳐업고 나타난 그들은 동 대학에서 석ㆍ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신학생들. 한국교회를 넘어 세계교회를 이끌어갈 젊은 목회자이거나 그 길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 목회자 13명은 이날 같은 이유로 한자리에 모였다.

모진 핍박 속에서도 고난을 견뎌내며, 십자가의 길을 따라간 순교자들의 삶과 믿음의 흔적들을 따라 나서기 위해서다.

순례를 나서기 전 그들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한국교회 1백20년 역사는 거룩한 순교의 피로 세워졌고, 이 귀한 피 위에서 발전했다. 그렇다면 심각한 영적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한 이 시대의 진정한 순교정신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목회자로서 나는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삶의 현장에서 순교의 의미를 찾기 위한 3일간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됐다. 양화진에서 첫 발을 내딛은 순례자들은 진해 웅천교회, 여수 애양원, 목포 공생원, 증도 증동리교회, 영광 염산교회를 차례대로 순례했다.

주님의 마음을 품어 자신의 조국보다 이 민족을 더 사랑한 선교사들이 묻힌 양화진. 주를 위해 한번 죽을 것은 각오하자는 주기철 목사의 '일사각오'의 발걸음.

"첫째도 순교요, 둘째도 순교요, 셋째도 순교입니다. 순교를 각오하십시오. 때가 왔으니 잘 살려고 노력말고 잘 죽기를 원하십시오." 자신에게 닥친 죽음의 위협보다 한 영혼이라도 천국을 가는 것이 소중했던 손양원목사.

두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양아들로 삼고 한센병 환자의 피고름을 직접 빨아내며 그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손 목사의 발자취.

목포의 어느 다리 밑에서 배고픔에 쓰러진 아이들을 품에 안은 19살 청년 윤치호전도사와 이국땅에서 평생 고아들을 친 아들보다 더 사랑하며 언제나 가난한 아이들의 편에 섰던 윤학자여사의 헌신이 담긴 목포 공생원.

아무도 몰라주는 외로운 섬에서 끝까지 복음의 횃불을 놓지 않았던 문준경전도사의 피가 뿌려진 증도. 그리고 한 교회의 교인 77인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순교한 영광 염산교회까지.

특히 염산교회에서는 13명의 순례자들이 사람 머리만한 큰 돌을 목에 걸고 포구까지 걸어가 뚝방에 서서 60년 전 순교의 현장을 되새겨 보았다.

그리고 온 성도가 눈물로 찬송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로 주님을 포기하지 않겠다"라며 눈물로 찬양하는 모습을 생각했다.

유난히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뚝방에 서서 땀과 눈물이 뒤범벅된 오늘의 순례자들은 그들과 같은 심정으로 고백했다. "십자가만 바라보고 주님과 그 무엇도 바꾸지 않겠노라"고 말이다.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13인의 순례자들은 조심스럽게 속내를 드러냈다. 조금은 나태했던 신앙을 고백하며, "신앙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지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삶을 통해 신앙을 보여주는 목회를 다짐했다"고. "환란과 핍박 중에도 신앙을 지키며 하나님이 부르실 때에 지체하지 않고 따라나서겠다"고. "한국교회 순교신앙회복운동에 참여하며 순결한 신앙의 삶을 회복하겠노라"고.

한편 이번 제29차 국내성지순례는 안양교회 박귀용목사가 인도했으며, 안양교회가 운영하는 누가성지교육원에서 비용 전액 부담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서 신뢰와 존경을 상실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대로 신앙생활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 통해서 얻고자 하는 기복신앙을 버리고 초기교회처럼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는 순수신앙을 회복하는 일에 쓰임 받고자 한다"며 이번 순례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 말씀대로 살 때에 한국교회가 빛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한국교회가 신뢰와 존경을 회복하려면 순수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며 "이번 순례길에 동참한 목회자와 예비목회자들이 이 운동에 같이 동참해 순수신앙을 회복하는 동역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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