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나래를 펴라

[ NGO칼럼 ] 엔지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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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02일(목) 13:27
권지현 / 애란세움터 과장

현재 우리나라는 미혼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아직 정책적인 면에서 미혼모를 위한 복지는 미흡하고, 미혼모들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혼모 연예인으로 알려진 이성미씨는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미혼모로 살아가는 건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큰 고통"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게다가 미혼모는 있어도 미혼부는 없고, 그저 미혼모, 개인의 책임이니 고통이나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요구받는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혼전에 임신을 했어도 결혼으로 이어지기만 한다면 요즘은 크게 문제를 삼지 않는 경우도 있다. 흔쾌한 소식으로 여기지 않지만 크게 문제 삼지는 않으며, 그저 불임이 많은 시대에 혼수를 해왔다며 서로 웃어넘기기도 한다. 미혼부와 가족이 미혼의 임신이라는 상황을 같이 책임지며 가기 때문이다. 미혼에 임신하면 무조건 결혼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미혼부의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

심지어 학교에서 남녀학생이 교제중 임신을 하면 미혼부인 학생은 아무런 어려움 없이 대부분 학업을 지속하는 것과는 달리 임신을 한 여학생은 대부분 학교를 다닐 권리, 미래를 꿈꿀 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동안 애란원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임신 사실을 알까 초기에 스스로 자퇴를 해버리거나, 담임교사나 양호교사가 다른 사람이 알기 전에 퇴학당하기 전에 자퇴하라는 권유로 자퇴하고 입소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방학기간에 출산을 한 후 겨우 몸을 추스르고 학교로 돌아간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무단결석을 하고 출산을 한 후 학교에 가서 결석한 이유를 말할 수 없어 출산 후 1주일도 되기 전 벌로 토끼뜀을 뛰고 하혈해야만 했던 엄마의 눈물도 기억이 난다.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 같지만 임신한 청소년들이 학교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한 학생이 미혼에 임신을 했을 때 대부분 학교는 그 학생을 끌어안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하기보다는 학교의 명예 실추나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아버림으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그들이 왜 임신을 했는지에 대한 관심어린 질문은 물론, 그들의 권리에 대한 고려도 없이 말이다.

지난 1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임신을 이유로 자퇴를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학습권 침해"라며 "청소년 미혼모에게도 교육 받을 권리는 예외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애란원은 서울시 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지난 7월 1일 미혼모를 위한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인 나래대안학교를 개교하였고, 9월 2일 첫교과 수업을 시작했다.

나래대안학교는 임신으로 인해 자퇴를 권유받거나, 출산과 양육으로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있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 중단을 예방하고자 애란원 내에 설립되었다. 대안학교의 수업은 수업일수로 인정되어 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어 엄마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미혼의 임신으로 인해 교육의 기회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교육의 중단으로 미래를 향한 발걸음이 멈춰지지 않도록 나래대안학교가 청소년 미혼엄마들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주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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