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이오나 성지와 콜롬바 성인

[ 윤경남의 문화유적지 산책 ] 윤경남의 문화유적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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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26일(목) 11:18
온화하고 용감한 '콜롬바'의 영혼이 깃든 곳

우리 부부가 에딘버러 2010세계선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스코틀랜드를 여행한다고 했더니, 스코틀랜드 후손이 많은 우리 교우들의 반응이 각가지였다.

   
▲ 아이오나수도원 앞의 St.martin's cross와 바람에 날리던 꽃들.
빌 장로님은 우리가 아이오나 성지에 가게 되면 한 교우의 유언을 들어달라고 한다. 믿음이 깊었던 그 할머니는 화장한 자신의 유분을 아이오나성지에 꼭 묻어달라고 했다는 것. 우리가 그곳에만 간다해도 들어주기 힘든 일인데…. 그 대신 제주도처럼 바람과 돌이 많은 아이오나 섬의 조약돌들을 아이오나 공동체 수도원의 작은 깃발에 싸가지고 와서 그 할머니의 소원을 반쯤 들어 주었다.

스코틀랜드 기독교는 이 황량한 아이오나 섬(Iona Island)에 정착해 수도원장과 선교사의 큰 임무를 다한 콜롬바 성인(521-597)에서 비롯된다. 그는 아일랜드의 도네갈 귀족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정규교육을 받고 수도원 운동을 펼쳤던 그는 563년에 아일랜드를 떠나 순례여행을 떠난다.

예수님처럼 12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스코틀랜드 서해안에 있는 아이오나 섬에 닿았고, 그가 그곳에 세운 수도원은 스코틀랜드와 북부 잉글랜드에 기독교와 켈트 수도원을 전파하는 중심지가 되었다. '지붕 없는 감옥'이 있는 에딘버러의 그레이프라이어교회는 지금도 겔릭어로 예배를 드린다.

콜롬바 성인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동북부의 인버네스(Inverness)지역에 갔을 때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그 당시 인버네스의 어콰트(Urquart)성 앞 호수에 자주 나타나는 괴물이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다. 콜롬(colum, 비둘기)이란 별명처럼 온화하면서도 용감한 콜롬바는 그 유명한 괴물, 네시가 호수에 떠오르자 돌 십자가를 높이 들고 괴물을 향해 물러가라고 호령했다. 그 후 괴물은 사라지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네시라는 괴물이 나왔다는 호수, 록크 네스(Lochness)에 갔을 때 괴물이 떠오를 듯 짙푸른 호수를 내려다보며 그 이야기를 실감했다.

아이오나에 돌아와 30년 동안을 복음전도로 지낸 스코틀랜드의 거룩한 사도 콜롬바는 596년 경,  "얼굴에 기쁨이 충만하여 거룩한 천사들이 그를 맞으러 오는 것을 보면서"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세운 수도원 건물은 남아있지 않지만, 1938년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장로교 목사인 죠지 맥레오드가 피폐한 수도원을 재건한 아이오나 공동체교회가 콜롬바 성인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바다를 향해 교회 앞에 서있는 세인트 마틴의 돌 십자가 발치엔 분홍빛 분꽃과 흰들국화 꽃이 아이오나 섬의 거센 바람소리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고 있었다. 세계교회 일치를 지향한 에딘버러 선교대회에서 노래와 춤으로 찬양을 올리던 아이오나 공동체의 젊은이들처럼.

글ㆍ사진  윤경남
토론토 세인트 자일스교회ㆍ국제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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