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만이 우리의 중심을 아시고…"

[ 땅끝에서온편지 ] <2>다툼을 화해로 만드신 주님 팔라우 이홍원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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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19일(목) 14:52
팔라우에 도착해 처음에는 한인교회를 섬기다가 두 달 뒤인 1994년 1월 첫 주부터는 중국인 교회를 개척했다. 팔라우 한인교회는 오래전부터 몇 사람이 모여 기도하면서 시작되었고, 내가 오기 전까지 여러 명의 목회자들이 거쳐 가셨다고 한다.

   
▲ 팔라우에 도착한 후 1년 동안 사택에서 예배를 드렸다.팔라우를 방문한 임택진목사님과 교인들이 함께했다.
주로 합동측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목회자를 파송했지만 대부분의 사역자들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떠나서 몇 명 안되는 성도들은 오랫동안 목자없는 양떼처럼 목회자를 무척 갈망하여 왔다고 한다.  나는 평생을 선교사로 헌신했기에 주님이 부르시는 곳에는 어디든지 가겠다는 철저한 고백을 해왔다. 그래서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미지의 땅에 가족을 이끌고 오면서도 전혀 두려움이 없었고, 오히려 새로운 사역지에 대한 기대와 최선을 다해서 선교사역을 하겠다는 각오로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와서 보니 상황이 달랐다. 어느 성도는 "이 곳에서는 묻지마 선교를 해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차츰 알게 된 일이지만 대부분의 성도들이 한국에 돌아갈 수 없는 해외 도피자이거나 아내와 자식이 있는데도 다른 이성과 함께 와서 사는 사람들도 있었고, 지역적으로도 좁다보니 성도들도 서로 간에 많은 상처들을 주고받고 힘들게 생활하고 있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한인이라야 불과 20여 명 남짓한 이 곳에 한인교회가 본교단과 합동측 소속의 교회 두 곳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미묘한 상황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대만에서 이 곳을 놓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 있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하고…"라는 말씀으로 감동을 주셨기에 '아! 다음 사역지는 섬기는 훈련을 하시려나보다'라고 굳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한인들을 섬기는데, 교인 한 명 한 명을 비롯해 목회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섬김의 훈련을 시키셨다.

두 교회 교인들간에는 종종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고, 우리 교회에서도 나를 욕하며 몇 가정이 다른 교회로 가기도 했다. 이에 우리 부부는 어디를 가든지 은혜받고 성장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라고 축복해 주었다. 심지어 어떤 교인은 한국인 사역은 내려놓고 중국인 사역만 하라고 권면 아닌 권면을 해오기도 했다.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받을 때도 많았다. 그래서 너무 힘들 때는 우리 부부가 교회당 안에서 부둥켜안고 엉엉 울면서 "하나님 아시지요? 아버지 아시지요?"라며 기도밖에 할 수 없었다. 변명을 하고 설명을 할 필요도 없었다. 하나님이 아시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태도로 교우들을 섬겼다. 그 후 팔라우에 전화선을 가설하는 한국회사가 들어오게 되고, 조선족들도 한국회사에 들어와서 일하면서 30여 명이 예배를 드리게 됐다.

그런 와중에 우리교회는 중국인 교회를 개척하느라 늘 분주했다. 한인교회 성도들도 중국인 선교를 열심히 도와주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선교라는 것을 늘 인식시켰고, 얼마 안되는 성도들도 기쁜 마음으로 중국인들을 섬겨주었다. 순진한 양처럼 선교에 관심 갖고 도와주신 한인 성도들을 잊을 수가 없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합동측 목사님이 갑자기 팔라우를 떠나셨다. 그리고 진통과 우여곡절 속에 모든 한인들이 이제는 하나가 될 때라는 연합에 대한 간절함을 하나님께서 주셨다. 어느 날 교회를 떠났던 성도들이 찾아와서 두 교회를 연합해 달라고 간청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부작용도 없고 평안하고 순조롭다. 무슨 일이든지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이 하시게 하면 은혜롭고 덕스럽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는 연합하여 더 열심히 선교를 하게 되었고, 한인사회도 평안해지고 교회도 부흥하기 시작했다.

집회때마다 중국인들로 차고 넘쳤다. 한인과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역에 열중하느라 우리 부부는 각각 다른 시간에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는 위험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당시 총회 세계선교부 총무인 임순삼목사님이 팔라우를 방문한 뒤 우리 상황을 보시고 "선교사가 쉬지 않으면 죽는다. 1년간 다른 사람을 보낼테니 안식년을 가지라"고 권하셔서, 팔라우에 온 지 6년 만인 1998년에 안식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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