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인도하심!

[ 예화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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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18일(수) 15:57

우리가 자주 쓰는 단어 중에 뉘앙스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것, 그래서 영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적당'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고교 시절에 수업이 늦게 끝나 집에 가기 바빴는데, 선생님께서 나가시며 "적당히 청소하고 가라"해서, 우리는 대충 휴지를 줍고 집에 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등교하자마자 벌을 받았는데, 청소를 엉터리로 했다는 죄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의를 달았습니다. "선생님께서 적당히 하고 가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랬더니, 선생님이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이 녀석아, '적당히'라는 말은 '적''당' 꼭 맞게 잘 하라는 뜻이야"라고 하십니다. 좀 억울한 생각이 들어 적당(適當)이란 한문을 찾았더니 '사리에 맞다'(suitable)는 뜻이었습니다.

'적당'이란 말을 '대충'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닙니다. 적당이란 사리에 맞게, 그 상황에, 그 대상에 맞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이 단어의 목표는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사야 28장 25절 이하에 보면 '소회향, 대회향, 소맥, 대맥, 귀리'를 심는 이야기가 나오며 서로 다 다르게 심는 것은 이유가 있다면서 26절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이는 그의 하나님이 그에게 적당한 방법으로 보이사 가르치셨음이며". 적당한 방법! 하나님께서 나를 대하시고, 이끄심도 이와 같습니다. 나를 생각하시고, 나의 형편과 체질, 재주, 공부한 것, 취향 그 모든 것들을 먼저 생각하시고 그에 맞게, 적당하게 이끄십니다. 역사하십니다.

나를 잘 아는 주님께서 나를 이 교회에 보내신 것도 역시 잘 아시기에 보내신 것입니다. 우리 교회와 나는 어쩌면 이렇게 잘 맞는지 모릅니다. 교우들이 귀신 보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기도하다 뒤로 벌렁 자빠지기를 원하지도 않고, 정치한다고 만날 돌아다니기 원하지도 않고, 감투 쓰기를 원하지도 않고, '적적'하는 설교하기를 구하지도 않고, 그저 당신들과 함께 뒹굴며 목회하기를 기뻐하니, 내 체질과 딱 들어맞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의 목사님, 장로님들이 나를 보고 그럽니다. "목사님은 지금 교회가 딱 맞나 봐요. 얼마나 재미있으면 그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합니다. 세상 말로 궁합이 잘 맞는답니다. 이는 나를 잘 아는 하나님께서 이곳으로 인도하셨기 때문인 줄 믿습니다.

아내를 만난 것도, 남편을 만난 것도 나를 잘 아시는 주님께서 가장 적당한 이를 만나게 해 주신 것이고, 슬하에 자식을 주신 것도 때로는 내 속을 아프게 하고, 뒤집어 놓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나를 잘 아시는 주님께서 알아서 적당하게 주신 것이고, 내 모든 삶은 결국 내 처지와 형편을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주님께서 알아서 적당하게 주신 것이고, 이끄신 것입니다. 나를 앞으로 어떻게 또 하나님께서 이끄실지 모르지만, 분명히 아는 것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주님께서, 내가 행복하도록, 내 삶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그렇게 하실 것임을 압니다. 나는 이것을 굳게 믿습니다.

양의섭 / 목사 ㆍ 왕십리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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