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내려놓기

[ 생명의양식(설교)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8월 18일(수) 15:39

▶ 본문 :  눅 22 : 41~43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

 

   
가끔 축구경기를 볼 때 마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난 6월 11일부터 한 달동안 열렸던 월드컵 축구경기때도 그랬습니다만, 7월 29일에 독일에서 있었던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준결승 및 8월 1일에 열렸던 3, 4위전에서도 그랬습니다. 우리나라와 독일 여자 팀이 준결승전을 치렀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경기를 보신 분들은 거의 한 분도 예외없이 우리나라가 이기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렸을 것입니다. 그 결과 준결승전에선 비록 독일에게 졌지만 3, 4위전에서는 콜롬비아에 이겨서 우리 팀이 동메달을 땄습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아시는대로, 독일은 종교개혁의 발상지이고, 콜롬비아도 하나님을 믿는 가톨릭 국가입니다. 그러니, 그 나라 국민들도 하나님께 열심히 승리를 간구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겠습니까?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과연 어떻게 응답하셨겠습니까? "얘들아, 너희 문제는 너희가 좀 알아서들 해라" 그렇게 응답하시지 않으셨겠습니까? 아니 혹시 우리나라 신앙인들 가운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일이나 콜롬비아에 비해 좀 더 뜨겁고 열심히 기도하니까 당연히 하나님께서는 우리 기도를 들으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사실 스포츠는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하고 위로해주는 속에 성숙한 자유함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잘 아는대로, 이사야 38장에 보면 남유다의 히스기야 왕이 어느날 갑자기 병들어 죽게되었을 때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모습이 나와 있습니다. 열왕기하 18장에 의하면 히스기야는 25살 때 왕이 되어서 29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그런데 이사야 38장 5절에 의하면 나중에 히스기야가 하나님의 응답을 통해 생명이 연장된 기간이 15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히스기야는 불과 39살 때 하나님께로부터 더 이상 살지 못한다는 죽음 선고를 받은 것입니다만, 문제는 그 나이가 되도록 아직 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제대로 두지 못했고, 국가적으로 유다는 앗수르와 전쟁중에 있었습니다. 열왕기하 21장 1절에 보면, 나중에 히스기야의 아들 므낫세가 왕위를 이어받았을 때 그 나이가 12살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히스기야는 하나님께로부터 생명 연장을 받은 다음에야 비로소 아들을 낳았다는 얘기입니다.

어쨌든 그건 나중 일이고, 히스기야는 참으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도저히 죽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시점에 너무도 뜻밖에 하나님으로부터 죽음의 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성경에 보면, 이렇게 너무도 충격적인 사태 앞에서 히스기야는 다만 하나님의 응답만을 기다리며 통곡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그의 기도 내용을 보면 하나님께 제발 살려달라는 기도 이전에 '주 앞에서 진실과 전심으로 행한 것을 기억하옵소서'라는 기도 제목만 간절히 아뢰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 동안 선하게 행동했으니 꼭 살려주십시오'라는 기도를 차마 드리지 못하고, 다만 하나님의 처분만 간구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누가복음에 나오는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평소에 늘 하시던 그대로 겟세마네에 가셔서 십자가를 앞두시고 그렇게 기도드리셨습니다.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눅22:42)

주님께서는, 땅에 떨어지는 땀이 핏방울 같이 되도록, 그렇게 간절히 기도드리셨습니다. 다시말해 십자가의 죽음이든지 아니든지 오직 아버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그 대신 주님 자신의 뜻을 내려놓으셨다는 뜻입니다.

참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의 본질은 무엇이겠습니까?
사실,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드릴 때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고 순종하기 위해서 기도드리기 보다는 오히려 정반대로 우리의 현실적인 요구사항이 성취되는 것을 하나님의 응답이라고 떼를 쓰며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까? 기도는 내려놓기 훈련입니다. 세월과 함께 그리고 어른이 되면 될수록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를 닮아가는 오늘의 신앙인이 되어야만 하는 때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려놓기와 마음 비우기를 힘쓰는 여러분 위에 하나님의 평안이 충만하시기를 소원합니다.

정태봉목사 / 묘동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