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그레이프라이어교회의 지붕 없는 감옥

[ 윤경남의 문화유적지 산책 ] 윤경남의 문화유적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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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12일(목) 10:35
오직 하늘만 우러러 보았을 순교자들

에딘버러 시내 한복판에 있는 그레이프라이어 교도소 교회(Greyfriars Tolbooth Church)는 겔릭어로 주일 예배를 드리는 유일한 교회로 남아있다. 교회안에 들어서면 마당엔 온통 순교자들의 비석으로 가득 차 있다. 교회 뒷마당에 있는 쇠줄로 엮은 철문의 비스듬히 열린 틈새로는 벽면을 따라 지붕없는 토방들이 줄 지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 그레이프라이어교도소 교회안의 지붕없는 감옥과 교회 앞에 있는 보비 동상(원내)
스코틀랜드개혁교회에 교회감독 제도를 강요하는 찰스 왕에 반대해 하나님과 맺은 새 '국민언약'(1638년)에 서약한 사람들을 커비넌터(Covenanter)라고 부른다. 그 커비넌터를 탄압하던 왕당파가 1천2백명의 커비넌터를 이곳에 감금한 것이다. 아무리 짓밟아도 뚫고 나오는 민들레꽃처럼 그들은 봄이면 다시 햇빛의 은총으로 피어나고 그리고는 영원히 하늘나라의 백성이 된 것이다.

해방이 되던 해, 우리가 다니던 서울 안동교회 교회학교에서 황재경목사님이 제작한 '죄 없는 죄인'이라는 영화를 촬영하던 일이 생각난다. 주역으로 나오는 배우, 황재경목사님을 따라서 단역을 맡은 우리들은 조국 해방의 날 태극기를 손에 들고 애국가를 부르며 골목을 뛰어다녔다.

그런데 '죄 없는 죄인'역을 맡은 교회 사찰 아저씨가 일본 순사에게 끌려가면서 한마디 말도 못하고 컴컴한 주일학교 창고에 갇힐 때는, 어린 나이였음에도 너무도 슬펐다. 그래도 그 교회감옥은 지붕도 있고 난로도 있었는데, 스코틀랜드의 그 많은 순교자들은 어린이, 여인들, 장정,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이 곳 그레이프라이어 교회의 지붕 없는 감옥에서 총살당하거나 얼어죽은 것이다.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순교 역사가 있었기에 우리 장로교회가 평안을 누릴 수 있음을 새삼 감사하며 기도하고 나오는데, 교회 정문 건너편에 큰 개의 조각상이 보였다. 이 개, 보비(Bobby)를 데리고 살던 그레이라는 에딘버러 경찰관이 순직하여 이 교회 묘지에 장례를 지냈는데, 보비가 그 후 14년 동안 옛 주인의 묘소를 지키다가 명이 다하자 동물보호 협회에서 이곳에 묻어주고 조각상도 세워주었다고 했다. 이 마당에 순교자의 피를 흘리게 한 사람들을 '개만도 못하다'고 해선 안된다. '왜 보비의 십분의 일만큼이라도 너의 주인(Lord)에게 충성을 못했는가?'라고 해야 할 것만 같다.

글ㆍ사진  윤경남
토론토 세인트 자일스교회ㆍ국제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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