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심리학의 학문적 측면

[ 최근신학동향 ] 8. 심리학적 신학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8월 11일(수) 14:25
   

앞으로 3회에 걸쳐 '심리학적 신학'이라는 주제로 심리학과 신학의 관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심리학적 신학'이라는 용어의 선택이 과연 학문적으로 적절한지는 세밀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심리학과 신학의 밀접한 상호 연관성을 살펴보고 더 나아가 실천적인 관점에서 심리학이 내면의 영성 훈련과 성경 해석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볼 것이다. 이번에는 심리학의 학문적 측면을 다루어본다.

신학과의 연관성에서 제일 중요한 점은 심리학이 다른 일반 학문과 같이 독립적인 학문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라는 서적에서 심리학은 학문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옥성호 씨와 같이 심리학에 대해 왜곡된 오해나 방어적 이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몰튼 헌트(Morton Hunt)는 그의 저서 '심리학의 역사(The Story Psychology)'에서 심리학의 역사를 기술하면서 그 시작을 기원전 7세기 애굽 왕이 시도한 임상실험의 이야기까지 소급하고 있다. 그 다음에 희랍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어거스틴과 아퀴나스를 위시로 한 중세 시대의 신학자들,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자인 데카르트, 스피노자, 경험주의 철학자인 홉즈, 로크, 흄, 그리고 라이프니츠와 칸트를 소개한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심리학에 검증 가능한 사회과학으로서의 학문성을 최초로 부여해준 분트(Wundt)로부터 윌리암 제임스, 프로이드, 융 등의 현대 심리학의 대가들과 20세기에 들어와 다양하게 발달하게 된 성격 심리학, 발달심리학, 사회심리학, 인지심리학, 임상심리학, 분석심리학, 행동주의 심리학, 인본주의 심리학 등의 심리학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심리학의 기원을 희랍의 철학으로부터 잡는 것은 심리학이 본질적으로 철학과 같이 인간의 내면세계 즉 정신 혹은 심리세계를 연구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바꾸어 말하면 철학도 부분적으로는 심리학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경험적 증명을 거치는 사회과학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이제는 심리학이 아예 사회과학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심리학이 철학과 그 뿌리 그리고 줄기를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해석학적 측면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아무리 경험적으로 증명을 한다 해도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해석적 측면이 심리학의 학문성을 결코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 안에서도 심리학의 역사는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19세기 최고의 성서학자 중 하나인 델리츠(Franz Julius Delitzsch)는 1855년 '성경적 심리학의 체계(A System of Biblical Psychology)'라는 저서에서 "성서심리학은 작금의 학문이 아니다. 교회의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학문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성서심리학을 연구한 현대 역사가들에 의하면, 심리학은 "인간의 자의식에 관해 연구할 수 있을 만큼 오래되었다"고 말한다. 피터스(R. S. Peters)와 메이스(C. A. Mace)는 심리학의 역사를 세 단계로 분류한다. '체계화되기 전 단계', '체계화되었으나 비과학적인 단계', '과학적인 단계'로 구분하는 것도 심리학의 역사적 발달과정을 말해준다.

기독교 역사 안에서 심리학이란 용어는 16세기 철학자들과 성서학자들에 의해서 본성, 습관, 인간의 정신(psyche), 영(anima) 또는 영혼(soul)의 힘에 대해서 오랜 시간 이루어져왔던 연구 및 고찰을 학문적으로 명시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그 용어는 종교개혁 때를 기점으로 해서 맨 처음 기록에 나타난다. 라틴어로 '사이코로기아(psichologia)'라는 단어가 무명작가였던 세르보 크로아티아인 'Marco Marulic(1524)'에 의해서 다소 애매모호하게 인용되어 나타난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1530년에 루터의 문도이며 신학자 겸 성서학자였던 멜랑히톤(P. Melanchton)이 자신의 저서인 '영혼에 대한 주석(Commentarius de Anima)'에서 성령(spiritus/pneuma)에 대해서 다루는 학문인 성령론(pneumatology)과 인간의 영혼(anima/psyche)을 다루는 학문인 심리학(psychology)을 구분하여 소개하였다.

이처럼 심리학은 기독교 역사와 신학에서도 엄연하게 학문으로서의 위치를 점유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1세기를 맞이해서 내면의 영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심리학에 대한 편견을 내려놓고 겸허하게 심리학을 통한 내면과 영혼의 세계를 살피는 일에 정진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기독교 안에서의 성숙한 영성을 향한 또 하나의 좋은 신학적 도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오규훈교수 / 장신대ㆍ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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