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교회'를 꿈꾼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 ] <마이너리티리포트> 교회 양극화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작은 복지형 교회'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8월 10일(화) 10:37
'우리 목사님은 투잡스?'

'투잡스'의 사전적 의미는 본업 이외에 부업을 가지는 것, 또는 그런 사람을 명시한다. 근래들어 '투잡스' 목회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국교회 목회자 중 생계형 투잡스는 과연 몇명이나 있을까? 물론 그 수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회내 양극화 못지 않게 교회내에도 뚜렷한 양극화가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러한 양극화는 단순히 재정적인 차원에서만이 아닌 인적 자원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발생, 교회를 '큰 교회'와 '작은 교회'로 양분시키고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오곤 한다. 1970∼80년대 폭발적인 성장 이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한 한국교회는 수평이동을 통한 기형적 성장을 이루기 시작했고 이는 양극화를 더욱 가속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00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의 길을 걸으며, 설상 가상 대사회적 영향력까지 상실해가면서 자성적 목소리가 높아진 한국교회안에 최근 몇년간 이른바 '작은 교회 살리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곤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를 테면 샛강이 살아야 큰 강들이 살 수 있다는 것. '한국교회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라는 이름의 단체가 조직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8월에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은준관, 이하 실천신대)와 굿미션네트워크(회장:한기양)에서 '한국교회 뿌리 세우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천신학 콜로키움'을 개원하고 작은 교회에 대한 관심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한편 '작은 교회'는 구조상 필연적으로 재정적, 인적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형편에 놓일 수 밖에 없지만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적 접근을 통해 지역 주민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 사회에 뿌리내리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국의 근대화 시기를 지나며 양적인 성장 보다는 질적인 성장에 관심을 갖고 사회의 부조리, 인권 문제 등에 있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진보 성향 교회의 경우, 이러한 사회복지적 접근에 있어 전문성과 탁월함을 보인다. '민주화'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이후 자연히 그 관심을 소외 계층에게로 돌리고 가진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복지형 교회'로 재탄생했기 때문.

그러나 이 경우 복지의 전문성을 갖췄음에도 규모의 성장을 이루지 못한(혹은 않은) 탓에 여전히 '작은 교회'에 머물러있고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인 딜레마에 빠지기가 쉽다. 오랜 시간에 걸쳐 소외된 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복지형 교회'들이 겪는 딜레마가 한가지 더 있다. 바로 생존을 위한, 또는 단순히 교회 성장을 위한 수단으로서 사회복지에 접근하는 교회들이 늘어나면서 자신들만의 차별성을 잃게 됐다는 것.

성장이 둔화되면서 지역 사회 나눔과 복지에 눈을 돌리게 된 교회들과는 1차적 관심이 다르고, 복지의 전문성에도 있어서 구별되고 재정적, 인적 인프라의 현황은 '빈익빈 부익부' 상태로 확연히 차이가 나는 데도 말이다. 그만큼 '큰 교회', '작은 교회' 가릴 것 없이 오늘날 복지는 교회의 최대 관심사 중에 하나다. 요즘 사회복지대학원의 정원 중 대다수가 목회자라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각각 복지의 전문성과 풍부한 인프라를 가진 교회들이 서로 연대하는 것은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바람일뿐,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작은 복지형 교회'들이 지역 사회내 사회적 자본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부천노회 새롬교회 이원돈목사는 "작은 교회는 교회 안에 자체 안에 여러 가지 인프라나 사회적 자본이 없다. 교회 내부만을 바라보다 보면 자연적으로 절망하거나 좌절하기가 쉽다"며 "교회는 그러한 인프라나 사회적 자본을 지역 사회에서 구해야 한다. 작은 교회일수록 인프라가 교회밖에 있기 때문에 지역 사회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작은 교회일수록 지역 사회의 교회가 되어야 하며 자신만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 지역 사회를 위한, 지역의 교회나 마을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큰 교회'는 교회 내에 자체 재생산 구조가 있고 자본조달이 가능하지만 작은 교회에는 교회 내부에 이런 구조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지역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 목회자도 개 교회 목사가 아니라 지역 사회의 목사가 되어야 하며 지역 사회에 있는 자원을 연결하고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목사는 또, "지역 사회내 재정적, 인적 인프라를 가지고 들어와있는 시민사회와 네트워킹할 필요가 있다. 시민사회를 돕다보면 교회의 의미와 가치, 필요성을 전달할 수 있고 어린이, 청소년은 물론 노인, 장애인, 노숙자, 다문화가정을 돌보는 등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을 수 있다. 여러 틈새들이 있고 가능성은 많다. 새로운 물꼬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수님 자신도 마이너리티의 삶을 살았으며 초대교회가 퍼져 나간 교회의 발전과정도 작은 공동체들을 통해서였다. 마이너리티 교회들 스스로 고립돼 있는 상황을 넘어 연대해야 하며 우리의 성서 읽기, 삶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더욱 넓고 깊어져야 한다"고 했다.

얼마전 서울 강북지역의 한 목회자는 신일고등학교의 장학위원장이 됐다.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의 '호프킹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된 것. '호프킹(Hope+king) 프로그램'은 각 학교당 위기가정의 청소년 10명(이상)을 선정, 장학위원장이 부모의 마음으로 이들을 돌보고 지역 후원업체에서는 생활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역의 청소년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고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는 지역 사회에서 주도적으로 목회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인 셈.

사무총장 전영철목사는 "호프킹 프로그램을 통해 목회자들의 가슴이 불타오르는 것을 보았다"며 "한국교회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소형교회가 자생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각 학교마다 한명씩 장학위원장으로 선정하고 있다"며 목회자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요즘 스마트폰이 유행이다. 스마트폰의 특징은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은 물론 '작다'는 데 있다. '작은 교회'들도 재정적으로 어렵고 인적 자원이 부족하지만 얼마든지 똑똑하고 영향력이 있는 '스마트 교회'가 될 수 있다. '스마트 교회'들이 많아질때 교회의 미래 또한 한층 밝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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