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남소망의집 황규인원장이 말하는 '장애인과 교회'

[ 아름다운세상 ]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10년 07월 22일(목) 15:56

   
▲ 교남소망의집 황규인원장이 작업중인 원생들을 돌아보고 있다.

"교회가 장애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장애인들에게 직접 물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 최대 지적장애인 시설로 알려진 교남소망의집 황규인원장을 만났다.
 
그녀는 지난 4월 장애인의날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받았으며, 지난달에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수여하는 한맥사회복지대상을 수상했지만 언론에 소개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후원자, 직원 등 모두의 노력으로 맺은 결실인데 상은 제 이름으로 받게 되니 너무 미안했습니다. 또한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뉴스에 나올만큼 특별하거나 아름다운 일이 아닌 평범한 일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인에 대한 교회의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통해서였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장애인을 만나라.
 
황 원장은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장애인들의 필요'를 묻는 질문에 도움을 받게 될 장애인을 직접 만나서 물어볼 것을 권했다. 정작 수혜자인 장애인을 빼놓고 논의되는 복지는 비장애인의 만족을 위한 복지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녀는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교회도 먼저 장애인에게 다가가 아픔과 필요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과의 어울림이 익숙한 교회를 만들어라.
 
사람들이 장애인을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비장애인만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따로 생활한다면 장애인은 영원히 '불편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과 비장애인의 '정서적 통합'을 강조한 황 원장은 "인지력이 형성되는 어린 나이부터 장애인과의 충분한 만남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연령, 성별, 장애 정도에 상관 없이 다양한 모임이 가능한 교회야말로 학교, 병원, 시설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들의 소망은 평범해지는 것이다.
 
"보호시설은 장애인들이 가장 마지막에 찾게 되는 곳입니다. 그들도 비장애인처럼 가정에서 가족들과 살고 싶어합니다." 교남소망의집은 이러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외부에 17채의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때로는 환경이 더 열악하고 해야할 일도 많지만 한 번 나가면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황 원장은 "이들을 좀더 평범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립을 위한 다양한 기회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회는 카페 운영, 도서 관리, 텃밭 가꾸기 등 다양한 일자리를 통해 이들을 보다 평범하게 만들수 있다.

#장애인들의 노후는 일찍 시작된다.
 
15~20년 이상 노화가 빨리 일어나는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과 똑같은 연령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이제는 장애 어린이나 어른 외에도 장애 노인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가 이들의 생애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불과 10년 전입니다." 황 원장은 아직도 시설, 관련 연구, 현장적용 사례가 극히 부족한 장애인 노후에 관해서 교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그동안 노인 복지에 힘써온 교회의 인프라는 장애인 노후 지원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작은 가능성이 변화를 일으킨다.
 
황 원장은 "교남소망의집에서 '현대판 오병이어'를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부족한 자원으로 많은 일들을 해낸다는 것. 그리고 교회들에게 "작은 가능성이라도 보인다면 무언가 시도해보라"고 제안했다. 왜냐면 하나님은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장애인을 사랑하시며 그들의 삶과 가정을 회복시키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녀는 "교회의 눈에 비춰진 50%의 가능성이 곧 1백%의 가능성"이라며 많은 교회들의 동참을 기대했다.

기자는 지난달 서울시 화곡6동에 위치한 교남소망의집에서 여러가지 모습을 보았다. 농구를 하는 아이들,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 생일파티를 하려고 외출하는 사람들, 바자회에 내놓은 물건들을 고르는 사람들, 커피를 파는 사람들. 모두들 자연스럽고 평범한 모습이었다. 이들과 함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좀더 가까워져야 직접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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