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사단 문장이 있는 티슬 채플

[ 윤경남의 문화유적지 산책 ] 윤경남의 문화유적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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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22일(목) 11:00
신앙과 예술이 만나 피운 꽃

이스라엘 유다 광야에 피어있던 아름다운 보라빛 들가시나무, 엉겅퀴꽃(Thistle)이 스코틀랜드의 국화임을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 그 엉겅퀴 티슬이 스코틀랜드 기사단의 문장으로 이 작은 예배당 천장에 나무조각 작품이 되어 하나 가득 펼쳐져있다.

이 티슬 예배당은 개신교를 탄압하던 제임스 7세가 홀리루드궁 안에 수도원을 세우고 스코틀랜드 기사의 최고 훈장을 수여하는 장소였다. 그런데 제임스 7세가 가톨릭에 복종하고 협조하는 클랜(스코틀랜드의 씨족)들에게만 국가최고 훈장을 수여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군중들이 들고 일어나 홀리루드 궁에 몰려와 궁전과 티슬예배당(Thistle Chapel)을 박살내고 파괴해 버렸다. 그 이듬해에는 사위인 윌리암 3세에게 왕위를 뺏기고 만다.  

   
▲ 세인트 자일스교회안에 있는 티슬 예배당 천장의 조각.
그러나 이 티슬 훈장제도는 '스쿤의 돌'(스코틀랜드의 역대 왕들이 즉위할 때 앉았던 돌)과 함께 스코틀랜드의 문화적 역사적 상징이므로, 수백년 동안 잊혀졌던 티슬 예배당은 세인트 자일스 교회가 복원된 후 로버트 로리머라는 건축가에 의해 리모델링 되었고, 1911년에 완성되어 세인트 자일스교회 안에 봉헌되었다.

세인트 자일스 교회당 안의 동남쪽 별채 같은 이 작은 예배당 의자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았다. 벽마다 기사단과 국왕, 왕족을 표시하는 24개의 문장(紋章)이 직사각형 칸막이 안에 화강암과 나무로 조각되어 있었다. 앤드루 성인을 그려 넣은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를 따라 그 위 천장에 밤색 나무로 조각한 아름다운 티슬조각 작품이 가득 펼쳐져있는 모습을 올려다 보았다. 천장 한 가운데는 태양 안에 펠리칸 조각이 들어있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천사들이 스코틀랜드의 악기인 백 파이프를 부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이 아름다운 예술과 그리스도의 교회를 다시 살리려는 정신적인 조화가, 만신창이가 된 세인트 자일스교회의 운명을 신비로운 힘으로 재무장하여 에딘버러의 랜드마크로 9백년간 굳건히 이 자리에 서게 만든 원동력임을 알 수 있었다.
 
글ㆍ사진  윤경남 / 토론토 세인트 자일스교회ㆍ국제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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