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교향곡

[ 목양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7월 21일(수) 09:29

우리가 즐겨듣는 베토벤의 음악은 대부분 귀가 안 들렸을 때 쓴 작품들이다. 운명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베토벤 5번 교향곡도 귀가 잘 들리지 않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베토벤은 고난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점점 강해지는 크레센도(crescendo)의 삶을 살았다. 교향곡의 마지막 종지부분을 코다(Coda)라고 하는데 코다는 교향곡에서 가장 힘찬 부분이다. 초연 당시 혹평을 받았던 운명 교향곡의 마지막 코다는 길기로 유명한데 베토벤은 이 부분에 피콜로, 콘트라바순, 트롬본을 사용해서 음량을 증가시켰다. 숨 가쁜 휘몰아침, 긴장, 갈등을 거쳐 마침내 환희와 승리를 상징하는 긴 C장조의 으뜸화음으로 곡을 끝냈다. 베토벤은 긴 코다를 통해서 인생이 아무리 힘들고 어둡더라도 강하게 끝나야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목회 현장에서 임종환자의 마지막을 지켜볼 때가 있는데 어떤 죽음은 안타깝기 이를 데가 없었다. 평생 교회를 다니며 오랫동안 교회직원으로 일한 은퇴 장로님이 위암으로 돌아가셨다. 물론 육체적인 고통이 심해서 그랬겠지만 마지막 투병기간에 "예수가 내게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하며 믿음을 부인했다. 그러자 장례를 마치고난 후 아들 네 형제가 모두 교회를 떠났다. 평생 예수를 믿었던 아버지의 마지막에 시험이 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잊지 못할 감동을 주고 세상을 떠난 분도 있다. 40대 중반 여 집사님이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투병 중에 심방을 갔더니 새로 찍은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졌지만 가발을 쓰고 예쁘게 화장한 얼굴로 빨간 정장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딸아이들이 늘 아프던 엄마의 마지막 모습만 기억할까봐 사진을 예쁘게 찍었어요." 그분은 자신의 영정사진도 미리 준비해 놓고 장례식에 사용할 떡도 맞추어 놓고 조문객들에게 대접할 육개장까지 끓여놓고 돌아가셨다. 임종예배시간에 남편 집사님이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아내의 마지막 유언을 전하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필자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례식이었다.

이처럼 목회의 현장에는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한결같은 믿음으로 자신의 신앙을 증언하는 성도들이 많이 있다. 믿음이 좋은 사람도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때로는 인생의 시련과 풍파를 만난다. 그러나 믿음이 좋은 성도들은 영원한나라에서 받을 상급을 바라보며 인내하여 하나님이 주시는 복을 받는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Ende gut, Alles gut)"는 독일 속담처럼 부모가 뿌린 축복의 씨앗으로 자손들이 열매를 거두는 것을 보는 것은 목사에게 큰 기쁨이다. 목회의 영광과 감격은 세대를 잇는 복을 지켜보는 즐거움과 혹독한 시련을 견디어내고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성도들의 성공을 지켜보는 즐거움에 있다.

미국초기의 이민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그중에 앤드류 카네기, 록펠러, 콜게이트, JC페니, 워너메이커도 있었다. 그들은 찌들게 가난한 이민보따리를 들고 신대륙으로 건너왔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열심히 살았다. 그래서 시작은 눈물이었지만 마지막에는 기쁨이 있었고 자손들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선물로 주고 떠나갔다. 개척자들의 삶은 점점 강해지는 '크레센도'의 삶이었다. 우리의 인생도 미완성 교향곡으로 끝나면 안된다. 지금은 좀 힘들더라도 마지막에는 크레센도의 힘찬 코다로 끝낼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용장 밑에 약졸이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오늘도 성도들이 하나님의 강한 군사로 승리하는 삶을 살도록 끊임없이 격려하며 기도한다.

최창범 /목사 ㆍ 꿈의숲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