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이루터'의 삶으로

[ 연재 ] 디아스포라 리포트 '독일 국제교회' 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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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21일(수) 09:22

필립 제킨스의 '다가올 기독교왕국'에 의하면, 기독교는 본래 서구 종교였지만 이제는 그 중심이 이동되었다고 한다. 또 더이상은 유럽에 사는 백인 중산층이 기독교의 중심이 아니고, 오히려 이제는 나이지리아나 중국의 가정교회, 브라질 빈민가에 사는 여인들이 기독교의 중심이 되어서, 서구교회를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교회도 서구를 대체하는 21세기의 대표적 교회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런 평가를 한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종교자문을 맡고 있는 조지 코부어목사도 튀빙겐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제는 더이상 백인 중산층이 21세기를 대표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유럽의 기독교인들에게는 상당히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유럽은 더이상 기독교의 성지라 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유럽 가정들이 어느덧 2대, 3대 지나고 있다.

   
▲ 마틴 루터가 아우스부르그에 신앙고백서를 제시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머물렀던 Vest Coburg 성을 방문하면서 루터 포스터 옆에 선 필자.
독일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일에서 주일 성수를 하는 신자의 수는 1백년 전만 해도 2천만 명에 달했는데, 지금은 4백30만 명에 그치고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해 전 국민의 63% 정도가 등록 교인이지만, 실질적으로 예배드리는 신도 수는 가톨릭에서는 3백40만 명으로 13.4%이며, 개신교는 93만 명으로 3.8%이다. 독일의 기독교인은 어느덧 소수가 되었고, 왕성했던 교회의 활동이 사라지고 있다. 이대로 지속되다면, 독일에서 기독교는 쇠퇴하여, 그 존립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다.

5백주년이 다가오는 종교개혁의 본고장 독일이 지금은 새로운 부흥과 개혁을 필요로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신 듯 지난 해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바울선교사대회에서 선교의 거장 이동휘목사님은 힘찬 목소리로 이렇게 외치셨다. "루터야 나오라!" 이 부름을 들었을 때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제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내가 어찌 감히'하는 마음도 들어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10차 방파선교사대회에서 독일선교사역 보고를 했다. 그후부터 몇 분이 나를 보고 '이루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워서 극구 사양했지만,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불렀다. 내가 루터와 닮았단다. 도대체 뭐가 닮았을까, 한참 생각해 보던 중 주님께서 깨우쳐 주신 바가 있었다. 바로 사역이었다. 5백년 전 루터에게 독일 개혁의 사역을 맡기신 하나님께서 나에게도 사역을 주셨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하나님께서는 이 사역을 나를 통해 이룰 것이다(이룰 터). 바로 이 땅이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룰 터임을 깨닫고, 나는 감히 이룰 터(이루터)가 되기로 다짐했다.

이루터가 되고 싶은 소망, 그렇게 살고픈 열망이 그 날 이후로 새롭게 불타올랐다. 그간 사역지에서 힘들어 침체되었던 마음이 새 소망으로 바뀌었다. 이 열망이 6년 전 시작한 국제유학생선교사역 현장에서 뜨겁게 피어오르기를 기도한다. 또한 선교 사역 중 하나로 주일 오후에 독일어로 예배드리는 국제교회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귀한 터가 되기를 소망한다.

1년 반 동안 국제교회에 출석했던 인도인 목사 무악과는 우리 국제교회가 어머니의 품과 같다고 했다. 그는 오전에 독일교회에서 예배드렸는데, 거기서는 늘 혼자였다고 고백했다. 냉랭한 독일 교인들 틈에서 혼자서 찬송하고, 혼자서 기도하고, 혼자서 말씀 보다가, 혼자서 쓸쓸히 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이처럼 외로운 수많은 이들을 위해, 그리고 아직도 그리스도 없이 살아가는 독일인, 외국인들을 위해 나는 이곳에 터를 만들었다. 이곳이 마침내 하나님께서 독일을 다시 부흥시키기로 작정하신 그 뜻을 이루실 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성춘 / 독일 국제교회 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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