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지만 맘 편히 교회 다니고 싶어"

[ 마이너리티 리포트 ] <마이너리티리포트> 교회의 이혼자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7월 14일(수) 09:14

2007년도 이혼한 K씨(여ㆍ40세)는 이혼 직후 새 교회를 찾아 그 동안 소홀했던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했고, 성경공부와 각종 프로그램에도 열심히 참여해 집사 직분까지 받았다. 초등부 교사와 여전도회 임원 봉사까지 맡게 된 K씨는 그러나 이혼한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았다.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궂이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고 의지하던 권사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은 후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K씨는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계속하기가 힘들어졌다. 교인들이 이유없이 피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목회자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 초등부 교사직을 그만 쉬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기도 했다. 결국 마음에 상처를 입은 K씨는 또 다시 교회를 옮길 결심을 하게 됐다.
 
위의 K씨의 예는 현재 이혼녀가 교회 안에서 겪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의 이혼건수가 12만 4천건. 그러나 교회 내에서는 아직도 이들을 위한 목회적인 돌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혼율로 보면 이혼부부에 대한 교회적인 대책이 이미 나와 있어야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교회 내에서는 이들에 대한 목회적 돌봄이나 공동체 내에서의 위로와 격려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 가정 중심의 교회 행사에서 소외

현재 한국의 교회 문화에서는 교회에 정식 교인으로 등록을 하려면 자신의 신분을 어느 정도 노출해야 한다. 그러나 이혼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상황을 노출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한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 교회 저교회 떠도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기존 교인일 경우에도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숨기는 경우가 많다.
 
현재 이혼자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하고 있는 김성희목사(새출발교회)는 "이혼자들은 교회 자체가 가정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스스로 받는다"며 "목사의 설교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가정의 소중함과 이혼하면 안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듣는다거나 성도간 교제시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가지 못해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일례로 교회수첩 제작시 많은 교회에서 부부일 경우에는 이름 옆에 괄호를 쳐서 배우자의 이름을 적는 경우가 많은데 이혼자들은 교회 수첩을 보면서도 상처를 입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또한,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교회를 다니다가도 다른 교인들과의 교제시 가족단위의 모임을 갖거나 대화 중에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면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자녀가 같은 교회에 다니는 경우 자녀들이 입는 정신적 상처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한 이혼자는 "지인들이 아이들에게 이혼한 부모의 안부를 묻거나 집안의 사정을 물어오기도 해 가뜩이나 의기소첨해 있는 아이들이 상처를 입어 교회에 나가기를 꺼려한다"고 고백했다.

# 알면서도 손쓰지 못하는 상황

일선의 목회자들은 대부분 이혼가정이 급증하는 현상을 인식하고 이들에 대한 특별한 돌봄도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지만 특별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일부 대형교회에서는 이혼자들과 재혼자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예배 후 모임을 갖는 곳도 생기고 있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상태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회의 일년 스케줄 표에는 전도와 이웃봉사를 위한 행사들이 대부분이고, 행사도 가족이 함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이혼자들은 소외되기 마련이다.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한 목사는 "그렇다고 가정의 화목을 강조해야 하는 교회가 이혼자들을 위해 행사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교회의 규모나 재정이 풍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기는 어려워 개별적으로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북돋아주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이혼자들이 함께 모여 치유하는 모임도

 
대부분의 교회들이 이혼 문제 앞에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혼자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는 새출발교회(김성희목사 시무ㆍ합동보수)는 일반 교회에 새로운 통찰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새출발교회에는 이혼이나 사별로 홀로 된 이들이 주로 모여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신앙을 회복하고 있다. 1992년 설립된 이 교회는 이혼 후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프로그램과 치유사역을 진행하며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이 함께 모여 자신들의 상처와 걱정을 진솔하게 나누고 있다. 또한, 여행, 산책 등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이 있음을 알고 대화를 통해 사랑과 용서를 깨닫게 하고 있으며 외짝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해 새로운 배우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만들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 내에서도 이혼하는 분들을 바라볼 때 인격적으로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어려운 경제 사정이나 배우자의 외도, 폭력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이혼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정죄보다는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목사는 "일반 교회들은 아직까지 이혼자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라며 "오히려 중고등학생 때부터 배우자 선택이나 가정의 소중함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 전문기관의 도움을 권하라

이외에도 가정사역 전문 사역자들은 이혼자들이 흔해진 지금 먼저 교회가 다양해진 가족형태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빈곤층 아동들의 60% 이상이 유년기에 한부모에게 양육받는데 이 같은 가족형태가 한국 사회에서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문 사역자들은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이혼가족의 현실을 교회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독자적인 프로그램이 어렵다면, 교회 내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혼자나 자녀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문기관을 연계해 주는 것도 이들을 돕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현재 이혼가족 및 자녀들이 상담을 받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교회 및 기독교 상담기관은 다음과 같다.
 
한부모가정연구소, 한국가정사역연구소, 이혼가족지원센터, 한국여성미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 가정선교교육원, 가족치유연구소, 기독가정상담소, 지구촌가정사역훈련원, 열린문 상담센터, 청소년 심성치유센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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