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맹주산(狗猛酒酸)을 아십니까?

[ 예화사전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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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13일(화) 18:36

중국 송(宋)나라 사람 중에 술을 파는 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술을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고 손님들에게도 공손했으며 항상 양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팔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집보다 술이 잘 팔리지가 않아, 그 좋은 술맛이 점점 시어만 갔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는 마을 어른 양천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양천이 대뜸 이렇게 물었습니다.

"자네 집 개가 사나운가?" "그렇습니다만, 개가 사납다고 술이 안 팔린다니 무슨 이유에서입니까?" 그러자 양천이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지.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을 시켜 호리병에 술을 받아 오라고 했는데 술집 개가 덤벼들어 그 아이를 물었어. 그러면 사람들이 그 주막에 다시 찾아가겠는가? 그래서 술이 안 팔리고 맛은 점점 시큼해지는 거요."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우(外儲說右)에 나오는 글입니다.

맞습니다. 입구에 사나운 개가 있는데, 누가 찾아오겠습니까? 그 집안에 아무리 좋은 것이 있다 할지라도 사나운 개가 문을 지키고 있으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리곤 그 집안의 좋은 것들은 점점 시간이 가면서 시들해지고, 맛을 잃고, 무의미해집니다. 내가 특정 분야에 아무리 실력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내 입에, 내 마음에 사나운 개가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편히 다가올 수 없어서 그것은 그냥 사장(死藏)되고 맙니다.

내가 알기론 참 좋은 사람인데, 사나운 말투로, 그 비꼬는 듯한 말투로, 톡 쏘는 말투로 점점 그 좋은 것을 잃어가는, 외톨이가 되어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있는 사나운 개를 잡으십시오.

한 때 커피 광고 문구 중에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말은 그 사람을 알기 전에는, 쉽게 드러난 모습을 보아서는 부드러운 여자가 아니란 뜻입니다. 한참 공을 들여 알고 난 뒤에야 그녀가 부드러운 여자임을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그 여자가 부드럽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 책임입니까? 사람들의 책임입니까? 아닙니다. 당사자의 책임입니다. 그 사람에게 구맹(狗猛), 사나운 개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자기에게 있는 그 좋은 것들은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시어가고 결국엔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교회에도 이런 구맹들이 있으면 새로운 이가 찾아오기 힘듭니다. 쌀쌀맞은 이미지, 툭툭 던지는 냉소적인 한 마디,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고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상처받는 초신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우리 교회에 정말 좋은 것들이 무궁무진하다면, 예수님의 말씀과 사랑이 풍성하다면 오늘은 가장 따뜻한 얼굴로 서로에게 정겨운 인사를 한번 나눕시다.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양의섭 /목사 ㆍ 왕십리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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