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원주민 기독교인들이 주는 교훈

[ 선교 ] ■ WCRC 통합 총회 참가기(下)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7월 13일(화) 18:30
   
▲ WCRC 총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는 원주민 지도자 리처드 스위스. /사진 WCRC 제공
WCRC의 연합총회는 미국 원주민(Native American)들이 연주하는 북소리에 맞추어 회의장의 네 모퉁이(전 세계의 동서남북을 의미하는)로부터 각각의 대륙을 대표하는 대표들이 춤을 추며 등장하는 것으로 여는 예배를 시작했다. 국제회의를 하기에 아주 나쁜 조건을 가진 미국에서 WARC와 REC가 하나 되는 예배가 그렇게 열렸다.

여는 예배의 입장순서가 끝났을 때 전 총대들과 옵서버들 앞에 73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푯대가 등장했다. 미국 이민국이 결국은 비자를 내주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던 우리 형제, 자매들의 숫자였다. 미국 이민국은 WARC와 REC가 정성을 다하여 추천하고 보장했음에도 동남아시아에서 오려던 대부분 총대들의 비자를 거부했다. 비자를 관장하는 미국 이민국은 미합중국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원래 그 땅의 주인들은 누구였으며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잊은 것이 틀림없다.

커피와 차를 위한 휴식이 끝났을 때, 점심시간 후 다시 회의가 시작 될 때, 회의장 밖의 휴식 공간에서는 어김없이 미국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북을 쳐서 시간을 알렸다. 회의장에 들어가는 입구에는 미국 원주민 가족들이 탁자를 가운데 두고 그들의 전통 복장을 입고 둘러 앉아 있는 모습을 밀랍으로 만든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라 코타/시웍스' 종족이며 원래는 남다코타에서 살다가 지금은 오리건의 포틀랜드에 살고 있는 유명한 미국 원주민 지도자인 리처드 트위스는 6월 22일 새롭게 탄생한 WCRC의 총회 앞에서"지난 4백년 간 북아메리카에서는 성경을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도록 협조하려는 교회들의 모순에 대응하면서 종족을 재건하려는 방법을 찾았던 북아메리카의 원주민들처럼 진리와 화해를 건설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런 새로운 방법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북아메리카의 원주민들과 세계의 남쪽(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들)에 사는 사람들과의 화해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우리는 이제 '카우보이 신학'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우보이 신학'이란 원주민들과 원주민들의 방법과 문화 등에 대한 부정적 복음적인 편견을 적극 지지하는 신학을 말한다.

원주민들의 종교적인 표현들을 모두 '악마화'하는 것이야말로 대부분의 북아메리카 원주민들로 하여금 기독교를 거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백인들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바로 리처드 트위스의 마음을 찢어지게 아프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이야말로 이 세상의 온갖 깨어진 것들을 향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리처드 트위스는 1974년에 오랜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헤어 나와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 "예수를 따르는 일은 매우 간단했다. 그러나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매우 복잡했다"고 그는 말한다. 왜냐하면 이미 기구화 되어버린 기독교회 안에서 원주민들의 문화적, 종교적 표현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고백하기를 "나는 다른 옷을 입어야 했고, 머리를 잘랐고, 완전히 다른 악기들을 연주했다. 단지 우리의 북만으로는 왠지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단 한 번도 우리 문화 안에 복음을 뿌리 내릴 수 있는지를 배우지도 못했고 허락 받지도 못했다."

미국 원주민에 대한 억압의 이야기들은 세계 역사상 가장 최악의 종족 말살과 학살의 기록이다. 1400년에서 1895년까지 약 4백년 간 북미에서는 5천만 명 원주민의 수가 전쟁과 질병으로 인해 23만명으로 줄었다. 그런데 가장 안타까운 일은 이렇게 수 없이 많은 원주민들이 죽어간 것이 성경을 제국주의적이고 식민주의적으로 해석해 적용한 결과였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점에서 우리들은 과연 북미 원주민들이 춤과 음악과 북으로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들의 문화적인 감성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성경을 읽되 그들의 문화에 맞게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는 일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서구의 제국들이 그들의 식민지를 확장해 갈 때 사용했던 성서해석과 소위 서구 기독교의 전통이라는 것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랜드 래피드에서 열린 WCRC 연합총회에 함께 했던 북미 원주민 교회의 지도자들의 아픈 고백으로부터 한국교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는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우리 교회들도 어쩌면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의 끝자락에서 기독교 복음을 받아들였고, 기독교 복음이 토착화되는 일에 많은 희생과 시간을 바쳤던 것을 기억한다.

현재 우리 교회는 끊임없이 예수를 따르는 모습으로 변해가기 보다는 이전의 고정관념과 전통이라는 이름 속에 매몰되어 가지는 않는지 걱정스럽다. 북미 원주민 기독교인들과 그들의 교회의 역사가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교회에게 주는 좋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총회 기획국장 김경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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