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스스로 자라도록 돕는 것

[ 땅끝에서온편지 ] <7> 몽골교회를 사랑하는 길 몽골 안광표선교사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7월 08일(목) 10:19
선교는 무엇보다 선교지의 상황인식이 중요하다. 선교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열심만 가지고 밀어붙이는 선교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서구교회의 선교가 제국주의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것처럼 우리가 서구교회의 과오를 답습한다면 몽골에도 언젠가 몽골 기독교로부터 한국선교사들이 배척 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된다. 

필자는 몽골에서 사역하면서 여러 한국교회들로부터 몽골 선교에 참여하고 싶다며 교회 설립 제안을 많이 받았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런데 몇 번은 내 자신이 솔직히 감당할 수 없음을 시인하며 정중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선교지에 교회를 세우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거절할 수밖에 없는그  이유는 선교에 참여하고 교회를 세워주시는 일은 감사하지만 반드시 전제되는 조건이 후원 교회의 이름을 붙여달라는 것이다.

   
▲ 알들릭 에젠드교회의 예배에서 교인들과 함께 축복송을 부르는 모습.
몽골에 한국교회의 이름으로 세워지는 교회가 종종 있다. 해외에 마치 지교회를 세웠다는 자랑이 될 수도 있지만 뜻도 모르는 한국교회 이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지 교인들을 조금만이라도 생각한다면 제국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말로 아름다운 교회 이름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백20년 전 조선 땅에 입국해 사역하셨던 선교사들이 교회를 세우고 붙인 이름 중에 미국교회의 이름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언더우드나 아펜젤러 선교사 등 초기 선교사들은 새문안교회, 연못골 교회, 정동교회 등 순수한 우리말로 교회 이름을 붙였다. 한국교회가 이 만큼 대단한 교회이니 잠시도 잊지 말고 교회를 세워준 고마움을 마음속 깊이 각인하라는 뜻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더이상 부끄러운 선교행태를 자행하지 않아야 진정으로 존경받은 선교대국이 될 것이다. 현지 상황을 존중하고 선교지의 정서에 따른 교회 중심의 정책이 수립되어야 이름은 없지만 하나님 나라에 복을 쌓는 선교국가로서의 값진 열매를 거둘 것이다.

필자에게는 몽골교회를 건축할 때 일정한 원칙이 있다. 일찍이 '네비우스 선교정책'을 적용해 성장한 한국교회의 좋은 모범을 선교지에 알맞은 '자립 자전의 원리'를 적용하려고 한 것이다.

교회를 건축할 때 몽골 교인들이 향후 5~10년 후 자신들의 힘으로 운영 가능한가를 염두에 두고 건축한다. 그러다 보니 늘 듣는 말이 "넓은 땅에 좀 더 크게 지으면 좋지 않는가?"하는 것이다. 때로는 교회를 건축하고 성대한 헌당식을 하러 와서 우리교회가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는 등의 말을 할 때면 심히 마음이 불편해진다. 어렵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도록 돕는 것이 진정으로 현지 교회가 건강한 교회로 자라도록 돕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몽골은 동남아시아 지역이나 러시아 선교지역과는 또 다른 선교지이다. 안타까운 소식은 한국교회가 몽골에 세워준 교회의 성장 소식을 접하고 "우리교회가 다시 크게(?) 건축해 주겠다"는 말씀을 너무 쉽게 한다는 것이다. 정말 몽골교회를 사랑하는 길은 힘들지만 몽골교회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과도한 지원은 몽골교회를 영원한 식민지 교회로 만들뿐이다. 스스로 걸어보지 않고는 언제까지나 한국교회에 의존적인 교회, 스스로 걸을 수 없는 장애 교회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스스로 걸어가도록 돕는 선교 정책을 수립해 주시기를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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