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라 신앙고백'을 넘어 '공동체적 영성'으로

[ 선교 ] ■ WCRC 통합 총회 참가기(中)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7월 06일(화) 19:04
"경제와 지구의 정의를 위한 계약"(아크라 신앙고백)은 2004년 제24차 세계개혁교회연맹 총회에서 채택됐으며, '경제 세계화와 생태정의가 우리들의 신앙의 문제'라고 고백한 문서이다. 이 아크라 신앙고백에는 세계화와 후기 자본주의에 관계된 많은 문제들이 다루어졌다. 2004년에 긴 토론 끝에 채택되었던 이 신앙고백은 이번 WCRC의 연합총회에서 회의 기간 내내 회의 장소였던 칼빈대학 안에서 대화의 내용이 되었다. 특히 '경제, 지구, 그리고 모든 하나님의 창조를 위한 정의'를 다루었던 분과에서는 아크라 신앙고백이 새롭게 탄생한 WCRC의 중심이 되어야 할 뿐 만아니라 우선순위의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고 연합 총회 앞에 추천하기도 했다.

많은 면에서 이 신앙고백은 현대의 경제가 어떻게 해서 아주 소수의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대신 너무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지, 못살게 구는지를 밝혀준다. 세계 경제와 관련된 문제점들을 경험하는 것은 단지 개발도상국에 사는 사람들만은 아니라는 것이 총대에 참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밝혀졌다.

한 참가자는 "원래는 종이 공장에서 수 십 년간 일했었는데 그 공장이 다국적 기업에 팔린 이후 직업을 잃고 지금은 미국 동부의 광산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경제 세계화에 한번 매몰되고 나면, 더 이상 인간의 존재의미는 없어진다"고 고백했다. 다국적 기업들은 임금과 보너스를 삭감하고 결국 모든 일자리를 해외로 옮겨버리는 것이다.

과테말라에서 온 한 남성은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금광에서 일하고 있는데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은 단순히 저임금에 시달릴 뿐만 아니라 금을 캐내는 데 사용하는 유독 화학약품 때문에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경제 세계화는 단순히 개발도상국에 사는 노동자들만을 착취하고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가난한 사람들을 점점 더 가난하게 만들고 그들의 생존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실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야말로 우리들로 하여금 아크라 신앙고백을 에큐메니칼 회의의 주요 의제로 삼게 만드는 것이다.

WCRC의 많은 토론들이 명백하게 들려준 것은 "아크라 신앙고백을 단순히 채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경제와 생태 정의에 관한 이슈들을 우리 교회 안에서 찾아내고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정의를 위한 계약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크라 신앙고백은 아직도 계속되는 도전과 토론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출발한 WCRC의 중심이 될 것이다. 아크라 신앙고백은 경제 세계화의 현실을 읽어내려고 노력한다. 우리 믿음의 눈을 통해 어떻게 경제 세계화가 수백만의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지를 알아내고자 한다. 왜냐하면 경제야 말로 매우 중요한 우리 신앙고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앙고백으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갈라진 다른 의견들이 있었지만, 일부 총대들은 이미 아크라 신앙고백의 골자는 새로운 WCRC의 이상으로 자리매김을 했다는데 동의 한다. 또 다른 일부, 풍족한 경제를 누리는 나라들에 속한 사람들은 아크라 신앙고백이 너무 경직되고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의견들 속에서도 한 가지 매우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정의를 위한 계약은 우리 개혁교회가 엄중히 따라야 할 하나님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WCRC 연합총회를 통해서 아크라 신앙고백은 한걸음 더 나아가 개혁교회들이 공동체(Communion)로 자리매김을 하도록 했다. REC(Reformed Ecumenical Council)와 WARC가 연합하는 과정에서 공동체(Communion)의 의미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 새로운 에큐메니칼 기관으로서의 WCRC는 개혁교회 전통을 가진 회원 교회들간의 대화와 연합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기독교의 다른 전통들과의 대화를 더욱 깊게 하도록 할 것이다. 특별히 세계 루터교 연맹이라든지 가톨릭 교회와의 대화가 더욱 깊어 질 것으로 기대한다. 개혁교회 정체성을 지키면서 공동체를 위한 대화를 확장해 나아갈 때 WCRC가 추구하는 정의를 위한 하나님과의 계약은 우리 교회 안에서 확실히 실천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WCRC의 연합총회는 한국교회를 향하여 하나님의 정의를 이 땅위의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을 향하여 실천하는 일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총회 기획국장 김경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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