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가 문제다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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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01일(목) 10:58

코끼리와 개미가 서로 사랑했다. 이상스럽게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둘은 꿈같은 열애 끝에 결혼을 했다. 그렇게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그만 코끼리가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남편 코끼리의 장례식이 있던 날, 개미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그때 앞서가던 개미의 여동생은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도 언니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되는 결혼이라 극구 반대했었는데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결혼하더니 일찍 과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얼굴조차 보기 싫었다. 그러나 애처롭게 울고 있는 언니가 불쌍해 보여서 언니를 달래 주려고 뒤돌아 갔다. 그랬더니 언니가 땅을 치며 하는 말이 이랬단다. "아이고, 언제 다 묻나? 언제 다 묻어?"

하나의 유머이지만 코끼리와 개미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어울리지 않는다. 조화가 되질 않는다. 그래서 문제가 있고 아픔이 있는 것이다. 이 땅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아름다움은 조화에서 온다. 낮과 밤의 조화, 땅과 바다의 조화, 식물과 동물의 조화, 자연과 사람의 조화,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조화까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것이다.

색깔도 마찬가지이다. 이 세상에 색깔이 많다. 그 중에서 빨강색은 아주 열정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주어서 좋다. 하지만 빨강색이 아무리 좋아도 온 세상이 빨강색으로만 칠해져 있다면 아마 사람들이 전부 다 미치고 펄쩍 뛸 것이다. 또 파랑색이 아무리 시원하고 상쾌하다 할지라도 온 세상을 파랑색으로만 칠해 놓는다면 아마 모든 사람들이 새파랗게 질려버리고 우울증에 빠져버릴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부터 색깔까지도 참으로 다양하게 만드셨니다. 모든 만물이 조화를 이루도록 다양한 색깔을 주셨는데 무지개 색깔까지 '빨주노초파남보'로 주셨다. 하나님은 조화의 하나님이시다. 조화를 통해서 아름다움을 창조하시고, 조화를 통해서 행복을 노래하게 하시고, 조화를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 드러내게 하신다.

이는 자연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한 생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축복을 축복되게 하고, 늘 행복을 노래하려면 우리의 삶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가정에서는 가족 간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직장에서는 동료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사회에서도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인류의 역사와도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내가 아무리 똑똑하고 잘 났어도 이 모든 것들과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생은 실패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의 현대사회는 어떤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물질문명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발전하고 있지만 정신문명은 한없이 빈약해져 있다. 하루에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전쟁은 끝이 없고, 테러와 강도, 살인극은 한시도 지구촌을 평화롭게 놓아두지 않는다. 그래서 역사학자 토인비는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물질문명은 토끼처럼 뛰고 있는 반면에 정신문명은 거북이처럼 느린 걸음을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현대사회의 문제이고, 현대사회의 위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점점 조화를 잃어가고 있다. 대통령과 국민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남과 북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동과 서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부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각자의 소리는 크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소통이 없다. 주님의 말씀처럼 피차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고, 울어도 가슴을 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조화의 회복이다. 영과 육의 조화, 나와 너의 조화,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의 조화, 더 나아가서 오늘과 내일의 조화가 있어야 참 행복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어 승리의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2010 월드컵 선수들은 우리들의 귀한 사표이다.

김동문 / 목사ㆍ전주완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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