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에큐메니칼 신학을 말한다

[ 최근신학동향 ] 최근 신학 동향  7. 에큐메니칼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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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01일(목) 10:57

에큐메니칼 신학은 20세기에 발전한 에큐메니칼 운동의 신학을 말한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지난 1백여 년 동안 세계교회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교회의 일치를 추구했다. 본래 에큐메니칼 운동은 19세기 서구의 주류 교회가 세계 선교를 감당하는 과정에서 태동했다. 선교지에 와 보니 본국에서는 중요했던 교회의 교파가 선교의 장애물에 불과했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선교 현장에서 서로 연합하기 시작했다. 선교사들은 10년에 한 번씩 세계선교대회를 열어 서로 협력을 모색했다. 현재 에큐메니칼 운동의 시작으로 인정받는 1910년 에딘버러 세계선교대회(WMC)는 이미 제8차 대회였다. 올해 세계적으로 몇 차례 에딘버러 1백주년 기념대회가 열리고 있다. 현재 세계교회협의회(WCC)는 3백48개의 회원 교회와 세계 기독교 인구의 4분의 1 정도를 포함하고 있다.

이런 에큐메니칼 운동의 신학을 논의하는 것이 가능할까? 본래 WCC는 자신의 신학적 입장을 주장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출발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고백이라는 최소한의 기초 위에서 일치를 위한 대화의 장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 시대의 상황에서 긴급한 신학적 주제를 결정하고 전문적인 신학자에게 연구를 위임하고 보고서를 승인하지만, 수용 여부는 항상 회원 교회에게 맡겼다. 그래서 WCC는 공식적 신학적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의 신학을 논하는 것이 가능할까? 필자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에큐메니칼 운동은 그 동안 여러 중요한 신학적 이슈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산출했다. 여러 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신학자들이 참여하여 연구 보고서를 내놓다보니 그 내용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 일부 치우친 연구 결과가 있으면 다음 대회에서 보완한다. 이렇게 1백여 년 동안 그 보고서 자료가 쌓이다보니, 에큐메니칼 문서들에 대한 신학적 연구와 해석이 가능해졌다.

현재 한국의 보수적인 복음주의 교회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신학을 주로 신학적 혼합주의, 종교다원주의, 사회주의, 정치적 과격주의 등으로 비판한다. 이것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신학에 대한 복음주의 해석이다. 복음주의 교회가 에큐메니칼 신학을 이렇게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도 복음주의 교회가 에큐메니칼 운동을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설령 에큐메니칼 운동에 그런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해석은 에큐메니칼 신학에 대한 온전한 해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음주의가 지적하는 이런 요소들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중심이 아니라 부차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은 에큐메니칼 운동이 교회 일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으로 발생한 어두운 그림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가장 공감적으로 해석했을 때, 에큐메니칼 신학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본래 '에큐메니칼'(오이큐메네)이란 용어는 '인간이 거주하는 땅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에큐메니칼'이란 용어는 또한 고대 교회에서 지중해 세계에 퍼져 있는 세계교회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이런 용례에 근거하여, 필자는 에큐메니칼 신학이 첫째로 세계교회 전체를 고려하는 신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에큐메니칼 신학은 동방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와 여러 개신교 교파 교회들을 모두 다 포함하여 세계교회 전체의 신학을 고려하는 신학이라는 것이다. 둘째로 에큐메니칼 신학은 교회 밖의 세상 전체를 고려하는 신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에큐메니칼 신학은 교회뿐만 아니라 하나님이 다스리는 세상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인다. 에큐메니칼 신학은 교회와 세상, 교회와 사회, 교회와 국가, 교회와 문화, 기독교와 타종교 등의 관계를 진지하게 고려한다는 것이다.

에큐메니칼 신학의 또 다른 특징은 공동체의 신학이라고 생각한다. 에큐메니칼 신학은 신학의 여러 분야와 일반 학문이 학제간 연합을 통해 연구하는 방법론을 택하고 있다. 에큐메니칼 보고서를 읽어보면, 구약학, 신약학, 조직신학, 교회사, 기독교윤리, 선교학, 예배학 등 여러 분야의 신학이 총 동원되고 있다. 자기 교파를 대표하는 신학자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고 검토하고 종합한다. 세상의 여러 영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현실을 진단하고 방향을 모색한다. 이런 점에서 에큐메니칼 신학은 획일적인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며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공동체의 신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송인설교수(서울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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