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과 흙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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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7월 01일(목) 10:53
   

사마천의 사기에 "태산은 흙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한때 진시황이 출신지를 차별하여 진나라 출신외의 관리추방령을 내렸는데 이사(李斯)라는 뛰어난 신하도 초나라 사람이었기 때문에 추방을 당하게 되었다. 그러자 이사가 진시황에게 탄원서를 올렸다. "땅이 넓으면 곡식이 많이 나고, 나라가 크면 백성이 많으며, 군대가 강하면 군사가 용감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태산은 한줌의 흙도 버리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클 수 있었던 것이고, 황하는 아무리 작은 시냇물이라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깊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천하의 패자는 어떠한 사람이라도 물리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위엄이 온 세상에 떨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 탄원서를 읽고 진시황은 마음을 돌려 추방령을 취소하고 이사도 복직시켰다. 그 후 진시황은 39살에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황제가 되었다.

목회를 하다보면 '제발 우리교회에 안 나와 주었으면' 싶은 교인을 만날 때가 있다. 오래 전에 필자가 부목사로 사역할 때 늘 교회를 걸어 고소와 고발하는 집사 때문에 골머리를 썩은 일이 있다. 어떤 고발은 편지지 한 장에 "이런 저런 불법의 혐의가 있습니다"라는 쪽지로 시작되었는데 그것 때문에 일 년 이상 검찰청에 불려 다니면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때로는 너무 미워서 그렇게 교회가 싫으면 다른 교회로 옮기면 될 텐데 왜 끝까지 교회를 괴롭히는지 원망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이 있듯이 몇 년을 검찰청, 노동청, 법원에서 얼굴을 마주하다보니 이해를 다툴 때는 양보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면 친하게 되었다. 그러자 점점 고발 건이 줄어들더니 마침내 필자가 사역지를 옮길 때까지 수년간 다툼이 없게 되었다.

옛말에 죄를 미워하고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듯이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더니 싸울 일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후 필자는 목회를 힘들게 하는 교인을 만날지라도 마음속으로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교회는 바다 같은 곳이다. 바다는 강물을 다 받아들여도 오염되지 않고 오히려 오염된 물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또 바다는 온갖 물고기와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는 생명의 그릇이다. 예수님은 세상에 오셔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하셨다. 예수님의 부르심에는 어떤 차별도 없었다. 제자 중에는 자격조차 없는 사람도 많았지만 부르심을 받아 세상을 변화시키는 도구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풍조가 있다. 알곡과 가라지를 구별하는 것처럼 쓸 만한 사람과 쓸모없는 사람이 인간적인 기준으로 가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곳이 되어야 한다. 교회는 이 땅에서 소외되고 버려진 사람들까지라도 품는 은혜의 그릇이 되어야 한다.

"태산은 흙을 버리지 않는다"는 말은 시공을 넘어선 현인의 지혜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 없다. 자신이 스스로 쓸모없다고 여기지 않는다면 누구나 하나님 앞에서 고귀한 인생을 살 수 있다. 모름지기 목회자는 다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목회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필자는 오늘도 목회의 현장에서 또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산다.

최창범 /목사 ㆍ 꿈의숲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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