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섬김> 성경적 토지 사용 가능한가?

[ 교계 ] 헨리 조지 사상 부르짖는 사람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6월 30일(수) 09:58

수많은 사람들의 영적인 쉼과 재충전의 명소로 잘 알려진 강원도 태백의 예수원 입구에는 커다란 돌에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예수원 설립자 대천덕신부(R. Archer Torrey 3ㆍ성공회)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부르짖은 그의 신학사상의 핵심이 담겨진 말이다.
 
대천덕신부는 토지가 경제학에 관한 성경의 모든 가르침, 특히 경제적 정의(正義)에 관한 가르침의 시원(始源)이라고 보고, 성경적 토지정책이야말로 사회정의와 경제적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인식했다.
 
이러한 대천덕신부의 수고와 노력에 감화를 받은 평신도들은 1984년부터 '한국헨리조지협회'를 결성하고 1996년에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성토모)'으로 개칭하면서 성경적 토지사용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토지로부터의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대신 노력소득에 부과되는 조세를 폐지하고 지대조세제를 실시하여 공평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하자는 것. 이들의 주장은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조지(Henry George)의 경제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성경의 토지법과 헨리조지의 경제사상을 어떻게 한국 사회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그 사상을 교육 홍보하는 것이 이들의 주요 관심사다.

# 경제정의의 핵심 '토지문제'

헨리조지(Henry George)는 1839년 미국 필라델피아 출생으로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ㆍ1879)'이라는 저서를 통해 토지 공유의 필요성을 역설한 경제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이다.
 
그는 인구의 증가나 기계 사용에 의한 이익은 토지의 독점적 소유자에게 거의 흡수되어 버려 빈부의 차가 커지고, 지대는 상승해 이자 임금은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토지 공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그 방법으로 모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하여 사회복지 등의 지출에 충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헨리 조지는 모든 지대를 조세로 징수하게 되면 이 세수(稅收)는 전체 재정지출을 충당하고도 남아 다른 조세는 철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헨리 조지의 사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 영향력을 미쳐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은 19세기 말까지 수백만 권이 팔려 영어로 쓰인 논픽션 저작 가운데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되고 있을 정도다. 그의 사상은 근대 중국의 국부 쑨원(孫文)과 러시아의 대문화 톨스토이에 특히 깊은 영향을 미쳤다. 쑨원이 표방한 삼민주의 중 민생주의는 헨리 조지 사상에 기초하고 있으며, 톨스토이는 헨리 조지의 사상을 접한 후 나머지 생애를 토지 정의를 주장하는 일에 헌신했다.
 
그의 사상은 사상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덴마크, 대만, 싱가폴, 미국의 펜실베니아 주, 알래스카 주 등에서 제도화 된 바 있다. 비록 이 지역들 중 이 제도가 중단된 곳이 많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는 동안에는 실업, 토지투기, 불황 등의 심각한 경제문제가 사라지는 대신,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도시가 되살아나는 놀라운 경제적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 희년의 정신,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헨리 조지와 대천덕 신부의 주장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토지를 영영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레 25:23)"라는 성경구절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많은 성경학자들이 레위기에 언급된 토지사용에 관한 구절을 분석해 놓은 것을 살펴보면 당시 토지법은 토지를 한시적으로만 팔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임대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당시 토지법에 의하면 토지를 한시적으로 팔았다 해도 본인이나 가까운 친척이 토지 대금을 마련해 무르기를 요청하면 언제라도 토지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설사 토지를 무르지 못할지라도 희년이 되면 모든 토지가 조건없이 원 주인에게 되돌아가게 규정하고 있다. 희년은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그 다음해, 즉 50년째를 말한다. 희년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하나님이 규정해놓은 자비의 법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사람에게 생산활동이 보장되지 않은 신분상의 자유만 허락하는 것은 실질적인 자유가 아니라는 것은 제3국의 노동력과 자연환경을 형편없는 가격에 구입해 선진국은 더욱 부유하게 되고 저개발국가는 더욱 가난하게 되는 현상으로도 이미 증명이 되어 있다.
 
미국의 노예해방 당시에도 노예해방이 선포됐지만 먹고 살길이 막막한 노예들은 옛 주인을 찾아와 일자리를 구걸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는 기록이 있다.

#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된 적이 있다?

헨리 조지가 주장하는 토지법이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시행된 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해방후 6ㆍ25 직전 정부 주도로 농지 개혁이 있었다. 이때 정부는 지주가 과다하게 가지고 있는 토지를 유상으로 몰수해서 다시 농민들에게 유상으로 분배했다. 이는 소작농이 땅의 주인이 된 놀라운 사건이었다. 소작의 1백50%를 5년간만 갚으면 되는 저리의 토지 판매였다. 이러한 토지 제도는 우리나라의 산업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농업기반의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식의 토지개혁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람마다 토지를 필요로 하는 양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행할 수 있는 방법이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환수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의 시행 또한 토지를 둘러싸고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쉬운 일만은 아니다.
 
성토모 남기업회장(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은 "토지로 인해 막대한 불로소득을 누리는 사람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숫적으로는 토지공개념 제도를 시행한다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 정치지형적으로 볼 때는 시행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상적인 정치에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교회가 움직여야 이러한 토지정의는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남 회장은 또한 "교회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이 되어야 한다. 교회가 좀더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면 피해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 무엇인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를 돕는 것도 교회의 역할이지만 피해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기독교인의 더욱 중요한 의무"라고 주장한다.
 
현재 성토모는 강의와 다큐멘터리를 통한 홍보활동, 정기기도회 등을 통해 성경적 토지사용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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