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를 파괴했나?

[ 문화 ] 딸 잃은 목사의 타락 그린 영화, '파괴된 사나이'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0년 06월 24일(목) 10:59

"그 때에 베드로가 나아와 이르되 주여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 일곱 번까지 하오리이까.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게 이르노니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마18:21-22)

'용서'에 대한 설교를 마친 목회자가 흰 가운을 벗어 던지고 강단에서 내려온다. 그리고 조롱 섞인 한마디를 던진다. “웃기고 있네! (영화에서는 좀 더 격하게 표현된다.)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를 포기하고 신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목사의 길을 선택한 주영수(김명민). 그런 그가 신을 버렸다. 그는 딸 혜린이 유괴당하면서 신을 부정하고 원망한다. "셰퍼트처럼 기도만 하다가 아이를 잃었다"고 분노한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감독:우민호)는 기독교인들이 보기에는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유괴범에게 딸을 잃고 신을 버린 목사 주영수가 8년 후 죽었다고 생각했던 딸을 찾기 위해 필사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감독은 "이 영화는 아버지가 딸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가족과 신에 대한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은 한 남자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주인공의 직업을 목사로 설정한 것에 대해서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파멸해가는 과정을 보다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뿐 반기독교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딸을 잃어버린 '전직'목사는 신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채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딸이 살아있다. 믿음을 가지라"는 아내의 말도 무시하고 스스로 타락의 길을 선택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딸을 잃고 몸과 마음이 망가진 부성애의 뜨거운 감동과 애정, 연민과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보다는 '전직' 목사가 얼마나 깊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시험해보는 듯하다.

영화는 얼핏 아버지가 유괴된 딸을 찾아 나선다는 점에서 헐리우드 영화 '테이큰'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테이큰'에서의 아버지가 전직 특수요원이었던 반면 '파괴된~'에서는 "신은 나의 딸을 구하지 못했다"며 절규하는 '전직' 목사였던 아버지가 공권력까지 무시하며 직접 칼을 들고 유괴범과 사투하는 모습은 어쩐지 설득력이 없다.

영화 후반부에 펼쳐지는 과격한 추격전과 강도높은 액션, 지나치고 잔인한 살인 장면의 난무함은 '명품배우'라고 알려진 김명민의 연기로도 딸을 구해야만 하는 아버지의 피 끓는 부성애를 느낄 만한 여유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어쨌든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를 뒤로하고라도 영화 속 직업을 단순히 극적효과를 위해 '목사'를 소재로 삼았다고 하기에는 다소 무책임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선 우 감독은 제1회 서울기독교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는 교회에 나가고 있지 않으며 이 영화는 전혀 기독교적인 고민을 담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크리스찬이고 본인도 보고 자란 환경이 교회와 가까워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기독교비하적인 발언은 어쩐지 가시방석처럼 엉덩이를 따갑게 한다.

'영화'는 영화일뿐이다. 단순히 영화적 소재를 가지고 친기독교냐 반기독교냐 하는 편협한 편가르기도 불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갖고 있는 파장력을 생각한다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예고편과 시나리오만으로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중국과 대만에 선판매된 영화 '파괴된 사나이'가 교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영화는 오는 7월 1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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