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문제의 핵심에 경제가 있다

[ 교계 ] <나눔과섬김> 나눔의 경제로 지키는 세계평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6월 23일(수) 12:19

현재 전세계의 무역은 선진국은 더욱 부유하게, 저개발국은 더욱 빈곤하게 만드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띠고 있다. 가난한 저개발국가에서는 선진국들의 불공정한 요구에도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선진국 업체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저개발국 국민들은 원료 및 상품, 노동력 등은 형편없는 가격에 거래되어 아무리 많은 노동을 하더라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비합리적 구조 속에 갇혀있다. 선진국의 자본가들은 보다 싼 임금을 찾기 위해 어린이들의 노동력까지 착취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선진국들은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는 제조공장들을 저개발국가에 분별없이 짓기 때문에 이들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는 파괴되고 있다.
 
또, 아프리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주요 수출품을 둘러싼 무력충돌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어른들은 물론 심지어는 어린이들까지 총기 훈련을 받고 내전에 참여하고 있는 실정. 재화를 둘러싼 이러한 비인간적인 저개발국가의 현실은 경제문제가 평화 정착의 선결과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피를 부르는 다이아몬드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지난 2007년 동일한 이름의 영화가 제작된 바 있을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이슈가 되고 있는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탄자니아, 남아공, 앙골라, 가나,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에서 채취하는 다이아몬드를 위해 자국민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예처럼 일하고 다이아몬드를 판 돈은 무장 반군 세력으로 흘러 들어가 전쟁 자금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단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으로 평가받는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 아프리카인들은 밤낮 없이 일하고 동족간 피비린내나는 전쟁까지 겪어야만 했지만 정작 다이아몬드를 판 돈은 땀을 흘린 이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일부 권력자들과 자본가들에게만 돌아갈 뿐이다. 최근에는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내전과 착취, 인권유린을 막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클린 다이아몬드 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미분쟁원산지증명'을 부착하는 킴벌리 프로세스 인증제도가 생겨났다.

# 커피 한 잔에 담긴 착취와 눈물

1년에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커피는 4천억 잔. 그러나 커피 한잔에서 나오는 이익금의 대부분은 대기업, 중간거래상 등 커피의 생산과 관련없는 자들이 챙기고, 정작 커피 생산에 노력했던 빈국의 농가는 겨우 생계 유지만 할 수 있는 이윤만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러한 불공정 거래는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싼 어린이들과 여성을 희생시키고, 일당 또한 형편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절대 가난의 사슬을 끊을 수 없다.
 
가령 5천원짜리 커피 한 잔을 마셨을 경우 아프리카나 남미의 커피 농가에 돌아가는 돈은 겨우 2백50원 정도이고 나머지 비용은 중간상인과 가공, 유통업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불공정한 무역을 없애기 위해 1960년도 영국 오스팜시민단체는 왜곡된 유통구조를 바로잡고자 시작한 것이 공정무역 운동이다. '공정무역(公正貿易, fair trade)'이란 '국가 상호간 무역혜택이 동등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무역'으로 풀어 말하자면 선진국의 소비자들이 저개발국의 생산자들과 직거래를 통해 정당한 가격을 주고 구입하는 거래 시스템을 말한다. 신자유주의의 기치 아래 다국적 기업의 극단적 이윤 추구로 제3세계의 노동력이 착취당하고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지속돼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 이 운동의 중심 취지다.

# 전쟁 후 복구사업은 승전국의 전리품?
 
전쟁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여기에 전쟁이 끝난 후 복구 비용까지 합한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된다. 일례로 이라크전쟁을 예로 들자면 미 의회예산국(CBO)이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및 복구를 위해 승인한 비용은 지난해 초까지6천570억달러 이상이다. CBO는 지난 2008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미국이 이라크에 추가 투입해야 할 비용은 4천4백억~8천6백5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으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의 이라크전 전비가 최소 3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여기에 부상자 치료 등 간접비용과 기회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미국이 이라크 전쟁으로 입은 피해는 총 2조달러(약 1천8백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막대한 비용은 하루 평균 2백 30만 배럴에서 2백60만 배럴을 생산하는 이라크의 엄청난 원유에 대한 영향력 행사와 복구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수익으로 상쇄시키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의 저자 중 한 명인 앤서니 아노브는 이라크전쟁으로 미국은 잠재적인 경제적 군사적 경쟁국인인 중국의 에너지 수입을 제한하는 효과와 동시에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개발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말하고 있다.
 
실례로 이라크 정부는 전쟁 후 원유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 위해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대형 에너지 기업들과 기술 지원 계약을 맺었다. 이라크 정부는 이들 기업에게 기술을 지원받는 대신 비용을 원유 또는 현금의 형태로 지급한다는 계약이었다.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메이저 유전회사들이 이라크 주요 유전지대를 사실상 분할했다고 보도했다. 석유회사 이외에도 민간경비회사, 홍보대행사, 은행, 도시개발회사, 건축설계사무소 등 다양한 기업들도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은 물론이다.

#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교회의 대응
 
지난 2008년 국제노동기구(ILO)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노동착취 환경에서 일하는 5∼17세 아동 및 청소년이 약 2억5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999년 국제노동기구에서 1백74개 회원국 전체 결의로 아동 노동 착취 금지 협정을 채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아동에 대한 노동 착취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태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태다.
 
세계교회에서도 전세계적인 부의 편중과 경제정의를 위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에서는 세계 경제정의를 위한 크리스찬 사명선언문을 채택하며 빈부 격차 해소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위험에 맞선 기독교인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WCC의 선언문은 "세계화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가난과 실업,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점을 주목해야 하고 전세계 교회들이 경제 정의를 위한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WCC가 지난 10년간 진행해 온 '폭력극복 10년 운동'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내년도 자메이카에서 열리는 킹스턴 평화회의에서도 주요한 4가지 주제 중 하나로 '장터에서의 평화(Peace in the Marketplace)'가 강조될 예정이다.
 
박성원교수(영남신대)는 "세계 교회가 처한 경제적 부정의 속에서 한국교회 또한, 물질만능주의의 풍토를 극복하고, 윤리적 소비를 통한 빈국의 노동 착취를 지양하며 하나님의 경제를 세상 가운데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특히 한국사회는 세계경제 구조 속에서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세계의 경제 불안은 한국의 사회 불안과 자살문제, 빈부격차의 확대, 비정규직 문제 등을 양산함으로 세계 경제의 정의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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