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 기록된 역사

[ 교계 ] 제31회 총회 회의록, 예장 합동 교단에 의해 번역본 출간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6월 22일(화) 09:24
"천황의 덕분으로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고 …(중략) 이 가을에 우리 조선 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천황의 은혜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고, 협신 전력으로 성스러운 업적을 완수하도록 매진할 것을 결심합니다."(1942년 10월 16일)

일제의 일본어 국어사용 원칙에 따라 일본어로 기록된 제31회 총회 회의록이 최근 예장합동 총회(총회장:서정배)에 의해 한글로 번역됐다. 지난 2006년 제91회 총회에서 번역을 결의한 뒤 4년 여 만에 결실을 맺은 것. 편집인의 글을 통해 예장합동 총무 이치우목사는 "제31회 총회 회의록은 오욕의 역사가 낳은 산물로 그동안 한글 번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리가 이 회의록을 번역해 부끄러운 역사를 드러내고 역사연구의 자료로 삼기 원하는 것은 우리의 허물과 실수를 아시는 주님과 후손 앞에 다시는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자 하는 다짐이 묻어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간된 회의록에 의하면, 지난 1942년 10월 16∼20일 목사 69명, 장로 66명 총 1백35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서문외교회당에서 열린 제31회 총회는 개회식, 회무처리에 이어 신사참배, 시국강연회, 전승기도예배 등의 순서로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17일 오전 9시에 회원 일동이 평양신사를 참배하였다"는 신사참배에 대한 짧은 기록과 "우리들은 미영 의존주의부터 완전히 탈피하고 이것으로부터 순 일본정신에 의해서 갱생할 것을 스스로 맹세함"이라는 평양신학교 보고서의 내용은 당시 교회가 직면했던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케해준다. 무엇보다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의 회원 명단이 창씨개명된 이름으로 기록돼있어 눈길을 끈다.

한편 이번 번역본 출간과 관련, 본교단 총회 역사위원장 이만규목사(신양교회)는 "귀중한 자료가 번역된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일본이 한국교회가 강제합병을 찬성한 것으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이 목사는 "부끄러운 역사를 감출 이유는 없지만 역사 왜곡의 빌미를 줄 이유는 없다"며 "단순 번역보다는 교회가 일본의 강압적인 힘에 의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정황과 이후 회개한 사실을 함께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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