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1951년의 성탄절

[ 나의삶나의신앙 ] 나의삶 나의신앙-오정수장로 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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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17일(목) 10:15
서울교회ㆍ전국장로회연합회 부회장

   
누군가 '인생은 만남과 선택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60년을 훌쩍 넘은 필자의 삶을 되돌아봐도 역시 인생은 만남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태어나면서 부모님과 형제, 누이들을 만났고, 자라면서는 친구들, 결혼 적령기에는 사랑하는 평생의 반려자 이영희권사를 만났으며, 가장 가까이서 최선을 다해 모실 수 있어 행복했던 서울교회 담임 이종윤목사님과 만났다. 이러한 만남들을 하나 하나 반추해보면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한 없는 감사가 저 밑에서부터 용솟음쳐 올라온다.

1946년 필자는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부농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2남3녀 중 막내로 필자가 태어났을 당시 어머니의 나이는 벌써 42세이셨고, 나는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다섯살 때 6ㆍ25 전쟁이 발발하면서 1951년 북한의 공산주의 하에서는 절대 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온 가족이 그 많던 전답과 재산을 모두 남겨놓고 남쪽으로 피난을 내려왔다.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생명과 자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산주의 통치를 피해 남한으로 피난온 우리 가족은 여느 피난민과 다름 없이 많은 어려움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나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피난을 내려와 맞은 첫 크리스마스에 누님이 "교회에 가면 상을 준다"며 당시 여섯살이었던 어린 나를 교회로 이끌었던 것이다. 당시 '상(賞)'을 '밥상'으로 이해하고 누님을 쫓아갔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아무 의식도 하지 못한채 시작된 교회출석은 필자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놓았다. 1951년 크리스마스 이후 필자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주일성수를 어긴 적이 없다.

필자는 주일에는 항상 제일 좋은 옷을 골라서 입고, 매식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학창시절에는 토요일 자정이 지나면 공부도 일이라는 생각에 중단했을 정도고, 그 좋아하던 제기차기마저도 주일에는 안식일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하지 않았다.

   
▲ 피난을 내려와 맞은 첫 크리스마스에 누님이 "교회에 가면 상을 준다"며 여섯살이었던 나를 교회로 이끌었다. 당시 '상(賞)'을 '밥상'으로 이해하고 누님을 쫓아갔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시작된 교회출석은 내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놓았다. 교회학교에서 성탄절 공연을 한 후 친구들과 함께. 왼쪽에서 여섯번째가 오정수장로.

필자 생각에도 다분히 율법주의적인 주일성수인 것 같다. 그러나 한번도 율법주의적인 내 모습에 후회해본 적은 없다. 추측하건데 하나님은 가장 보잘 것 없는 오정수라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주일을 성스럽게 지키기 위해 이러한 마음을 가진 것을 사랑해주신 것 같다.

필자가 이렇게 철저한 주일성수 신앙을 가지게 된 것도 만남에 의해서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 교회학교 선생님은 "천재지변이 일어나더라도 너희는 하나님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야 한다"라며 어린 우리들에게 확고한 음성으로 강조하셨다. 선생님의 이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정말 목숨걸고 교회에 출석했다.

지금도 교회에서 교회학교 교사들을 바라볼 때면 필자의 어릴 적 광경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는 교사들을 볼 때마다 너무 사랑스럽고 감사하다. 그들에게 필자는 "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 어릴 적부터 확고한 신앙을 갖게 된 것처럼 당신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아이들의 인생이 바뀐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인생의 초기 만났던 교회학교 선생님으로 인해 필자는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의 자세를 배웠고, 이를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덕분에 필자는 사업을 하면서도 '내가 가진 모든 것은 주님을 섬기기 위해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청지기적 신앙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고,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는 것 같다. 그러나 모든 만남 중에서도 예수님과의 만남은 가장 소중한 만남이 아닐까?

<정리^표현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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