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본질을 회복하자

[ 논설위원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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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15일(화) 17:55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목적이 선하고 의로워도 그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과 수단이 선하고 의롭지 못하다면 잘못된 것이라는 뜻이다. 잘못된 방법으로 선한 목적을 이루었다고 해도, 결과가 좋다고 해도 그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와 이 시대의 현실을 여기에 비추어볼 때 이렇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이 목적을 변질시켰다", "방법이 목적을 오염시켰다". 사람들이 선한 목적과 옳은 의도로 어떤 일을 시작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방법을 잘못 선택했기에 그들이 처음에 가졌던 선한 목적이 오히려 변질되어 버린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선한 목적을 내세우지만 그들이 그 목적을 위해서 사용하는 방법과 수단을 보면 과연 그들이 내세우는 목적과 명분이 선한 것인지, 의로운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교회를 보아도 이런 현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다. 총회와 노회와 교회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복음을 위해 일하고 사랑을 위해 일한다고 하면서 과연 선하고 의로운 방법으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고, 복음을 위하고, 사랑을 위해 일한다는 선한 목적과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과 수단을 볼 때 과연 그들이 가진 목적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선하고 의로운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아마도 그들도 처음에는 선한 목적과 올바른 명분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고 출발했겠지만 그 목적을 이루는 수단과 방법을 잘못 선택하고 잘못 사용하면서 본래의 가졌던 선한 목적과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게 변질되고 오염되었을 것이다. 아니면 본래 순수하지 못한 잘못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선한 목적과 명분으로 위장하고 포장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방법과 수단에서 선하고 의로운 길로 가지 못하면 선한 목적도 이룰 수 없다.

"오늘날 사탄은 우리에게 목적을 바꾸라고 유혹하지 않고 방법을 바꾸라고 유혹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선한 목적은 그대로 두고 방법과 수단을 타락시킴으로 선한 목적까지도 변질되고 오염되게 해서 타락시키는 것이 사탄의 간교한 계략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신앙의 현실을 보면서, 우리의 교회의 현실을 보면서 이 말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최근에 교회성장이 둔화되고 정체되는 현실에서 많은 교회들이 여러 가지 새롭고 다양한 방법들을 도입해서 성장을 위해서 애쓰고 있다. 셀교회나 가정교회로 전환하기도 하고, 전도의 다양한 방법들을 도입하기도 하고, 예배를 열린 예배로 바꾸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는 모든 교회들이 다 성공하는 것도, 다 성장하는 것도 아니다. 왜일까? 그것은 중요한 한 가지 본질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셀교회나, 가정교회나. 여러 가지 전도의 방법들이나, 열린 예배 등 다양한 예배의 형태나 교회성장의 여러 방법들은 모두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을 처음 개발하고 시작한 교회나 개인들이 교회의 본질과 예배의 본질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서 고민하면서 시작한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본래의 목적과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고 붙잡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방법론이나 스타일만 도입해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올해 우리 총회의 주제는 '하나님을 기쁘시게'이다. 그래서 필자의 교회도 올해의 표어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라고 정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은 신앙의 본질이고 교회와 성도의 최종목적이자 최고의 목적이 아닌가? 제95회 총회를 석 달 여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 교회가 지금까지 하나님을 기쁘시게 했는가를 묻는다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교회와 신앙의 본질과 목적을 놓치지 않고 지키기를 힘쓴다면 잘못된 방법과 수단을 선택하고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순수한 신앙의 목적이 변질되지도 않을 것이다.

영성신학자인 토마스 머튼은 이렇게 고백했다. "나의 주 하나님이여,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내 앞에 놓인 길도 보지 못합니다. 그 길이 어디에서 끝날지 확실하게 알 수도 없습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당신의 뜻에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기쁘게 해드리려는 열망이 정말로 당신에게 기쁨을 드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부족하고 모자라고 실수가 많아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려는 간절한 열망이 있으면 그것을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다.

길눈이 어두운 남편이 항상 아내와 함께 다니다가 한 번은 혼자서 길을 나섰다가 아니나 다를까 길을 잃게 되었다.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집으로 전화해서 아내에게 길을 물었더니 아내는 “집으로 돌아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의 가는 길이 잘못되었다면 집으로 돌아와서, 하나님께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하나님을 기쁘시게"하는 교회의 본래의 목적과 본질로 돌아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선하고 의로운 목적을 가졌으나 방법과 수단을 잘못 선택하고 사용함으로 본래의 목적이 변질되고 오염되는 잘못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거룩하고 선한 목적에 불순한 의도를 숨기고 위장하기를 중단해야 한다. 본질과 목적이 오염되거나 변질되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교회의 본래의 목적과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의 본래 목적과 사명, 그리고 신앙과 예배의 본질을 회복하고 끝까지 지켜 나가야 한다.

이희수 / 목사ㆍ신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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