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에딘버러엔 화해와 협력이 가득

[ 선교 ]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 역사상 최초로 한 자리에, 서구교회만의 잔치였다는 비판도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0년 06월 15일(화) 15:09
   
▲ 2010 에딘버러 선교대회 개회예배에서 아이오나공동체 찬양리더인 존 벨(John Bell)이 찬양을 인도하고 있다. 뒤로는 WCC와 WEA의 수장인 올라프목사와 터니클리프목사가 앉아 있다. 사진/장창일기자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장창일차장】2010 에딘버러 세계 선교대회가 남긴 과제는 무엇일까. 지난 백년 간 교세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열렸던 2010 선교대회에서는 무엇보다 '화해와 협력'이라는 공감대를 확인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개신교와 가톨릭, 정교회 등을 비롯해서 진보와 보수적 성향의 개신교 연합체가 모두 참여한 역사상 첫 모임인 이번 대회에서는 선교에 있어서 화해와 협력을 하자는 의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공동의 의지를 담은 선언문을 채택하는 결실도 낳았다.
 
'공동의 소명'(Common Call)이라는 이름으로 선교적 교회들의 사명을 담은 선언에는 △복음을 구현하고 전파한다 △교회 간에 진정한 대화와 존중, 우정과 화해를 추구하며, 타종교인과 무종교인에게도 겸손하며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증거한다 △분열과 갈등으로부터 회복하고 열정과 치유의 공동체가 된다 △권력의 비대칭과 불균형을 회개한다 △하나님의 선교사역이 후세에까지 이어지도록 한다 △다양한 세계 속에서 선교를 이끌어 가는 공동체가 되도록 한다 △복음화를 위해 서로의 필요를 인정하고 연합한다 △예수의 삶을 기억하고 그 길을 따르며 세계인을 그 길에 초대한다 등 9개의 과제를 담았다.
 
선언문에는 '선교하는 교회'라는 기존의 개념을 이어가고 1910년 이후 에큐메니칼 진영이 견지하고 있는 선교의 핵심 주제인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보다 확대해 나가자는 의지를 담았다. 특히 '복음의 확산'을 위해 모든 기독교가 협력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어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지상명령을 완수하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선교와 전도위원회 총무 금주섭목사는 "교회가 세상 속에서 선교하는 하나님의 도구로서 선교의 중심에 참여한 이후 지금까지 하나님의 선교는 소외된 이웃과 상처받은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왔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하나님의 선교가 더욱 확고히 뿌리 내리는 한편 진보와 보수적 성향의 기독교가 모두 하나님의 뜻에 따라 복음을 전파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선교에 있어서의 화해와 협력에 대해서는 이미 세계교회협의회와 세계복음주의연맹(WEA)를 비롯해 로마 교황청까지 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대회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5일, WCC 총무 올라프 트베이트(Olav Fyske Tveit)목사와 WEA 국제총무 제프 터니클리프(Geoff Tunnicliffe)목사, 로마 교황청 종교간 대화촉진위원회 브라이언 파렐(Brian Farell)주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이같은 합의는 더욱 분명해 졌다. 이날 트베이트총무는 "우리 모두는 (선교에 대한) 소명을 분리(divide)해서는 안되며 함께 나눠야(share) 한다"고 말했고, 파렐주교도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들의 상이성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서 함께 선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톨릭과 정교회 등 1910년에 참여하지 않았던 '형제 기독교'까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남긴 2010 에딘버러 선교대회가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서구교회 중심의 대회에 그쳤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기독교의 교세가 대거 남반구로 옮겨진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는 남반구교회의 성장요인 등 변화했거나 변화하고 있는 기독교와 관련한 논문들과이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들도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다수의 남반구교회 대표들이 서구교회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려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큰 무리가 아니다. 폐회예배에서 설교를 한 영국 성공회 최초의 유색인 대주교 존 세만투(John Semantu) 요크대주교도 아프리카인들로 구성된 찬양대가 찬양을 시작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홀로 자리에 앉아 고뇌에 빠진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성공회의 한 관계자는 "남반구교회 교인들이 주빈이 아니라 균형을 맞추는 수준에서 초대된 관객이라고 생각하신 대주교의 고심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1910년에 이어 2010년 대회 또한 학술대회 형식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기독교가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에 대한 명확한 지침들이 나오지 않은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당장 오는 10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제3차 로잔대회에서는 구체적인 계획들이 나올 것으로 보여 역사적 의미를 지닌 두 대회가 일정부분 대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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