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우리에게 보내신 선교사

[ 아름다운세상 ] 16년째 '이색수업' 펼치는 연세대 김정주교수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6월 15일(화) 13:10
시험기간이면 캠퍼스의 시계는 분초단위로 돌아간다. 이때만큼은 여유로운 캠퍼스의 낭만은 사라지고 학생들은 종종걸음을 친다. 지난 10일 기말고사를 앞두고 마지막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캠퍼스를 찾았다. 연세대 종합관 401호. 동문들로부터 제보(?)받은 '이색수업' 현장을 찾기 위해서다.

   
▲ 김정주교수.
붐비는 복도를 지나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트릭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진다. "연정이 한번 일어나보렴. 여러분, 연정이가 성서와 기독교 수업을 들으면서 교회에 나가고 방학 때도 성경공부를 계속 하기로 했어요. 연정이가 열심히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지현이가 잘 도와주도록 하렴."

희끗희끗한 머리에 연한 옥빛 정장차림의 교수가 강단에 섰다. 16년째 이색수업을 펼치고 있는 김정주교수, 제보의 주인공이다. "오냐", "∼하렴" 등 독특한 말투와 사랑이 듬뿍 담긴 목소리가 인상적인 김 교수는 50명 안팎의 학생들의 이름은 물론 세세한 형편까지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이 '이색수업'은 처음 두주가 중요하다. 수강생들의 신앙명세서를 받은 뒤, 팀종(Team Servant)를 세우고 강의와 소그룹 모임을 통해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날 수업은 '마지막 수업'답게 특별히 '저자와의 만남' 시간으로 진행됐다. 먼저 '스무살 아이비리거의 꿈꾸는 이유(해와비)'의 저자 구원회군이 강단에 섰다. 교수는 학생들의 곁에 앉아 이들의 만남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가끔 말없이 일어나 몇몇 성경구절을 칠판에 적을 뿐. 한국영재올림피아드 금상, 한국수학올림피아드 금상, 한국과학영재학교 올A 최우수 졸업, 삼성휴먼테크 논문대회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이 눈길을 끄는 구 군은 힘찬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고학점 비결이라도 알려 주려는 것일까?' 싶었던 예상은 금새 빗나갔다. "사람들이 교회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우리 때문이에요. 대학에서 크리스찬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행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마음의 눈으로 행복을 만지다'의 저자 김기현씨의 차례. 새내기 시절 턱 부정교합수술 중 이물질이 기도를 막아 질식하는 바람에 실명하고 후천적 시각장애인이 된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역설의 하나님'을 소개했다.(불문과 94학번인 김 씨는 현재 보스턴대 재활상담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으로 김정주교수의 '성서와 기독교' 수업을 앞서 수강한 선배이기도 하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조언이 교수님의 트레이드 마크였어요. 솔직히 정말 힘들땐 '교수님은 이미 다 이루셨고 돈도 많으시고 눈도 보이시니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죠.(웃음)"

이날 강의실에는 기자 외에도 3명의 참관인이 자리했다. 김정주교수의 첫번째 조교인 문선희씨(사학과 86학번, 미국 샌프란시스코 거주)와 아이들. '이색수업'의 역사적 증인을 만난 기쁨에 이런 저런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에게 문 씨는 "하나님이 연대에 보내신 선교사"라는 한마디로 자신의 스승을 표현했다. "처음 학교에 오셨을 때 교수님은 하나님이 어떻게 이곳에 보내셨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어요. 원래 아프가니스탄이나 방글라데시 오지 선교를 계획하고 계셨거든요. 하지만 지금까지 교수님이 해오신 사역을 보면 하나님께서 오지선교 보다 더 귀하게 사용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 언더우드 동상앞,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 했다.

16년간 수업을 거쳐간 제자만도 7천여 명. 간증거리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3기말 결핵에서 완치된 이야기를 비롯해 하나님을 만나 변화된 학생들의 간증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됐을 정도.

수업이 끝나고 스승과 함께, 선배와 후배들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는 흐르는 분초가 아쉬운 대화가 오고갔다. 대화의 주어 중 90%는 '하나님'이다. 제자들은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하나님을 나눴고 스승은 "하나님이 너를 너무 사랑하시는구나"라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옛날에 우리 학교는 어땠어요? 교수님 수업하실 때는요?" "아∼ 오직 예수." "정말 교수님 그때 그렇게 배운게 너무 큰 힘이 돼요. 졸업 하고도 이런 기회가 또 있겠지 했는데 없더라구요. 정말 이 일을 너무 사모하게 되요. 더 많이 전해야죠."

우리 사회의 반기독교 정서는 '다원주의'로 대변되는 시대적 흐름에 편승해 어느새 "미션스쿨은 학생들의 종교자유를 보장하라"는 목소리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캠퍼스 선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묻자, 김 교수는 단호히 말했다. "진리에 대한 갈증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어요. 복음의 능력이 이렇게 큰데, 복음이 신음하는 한국사회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시대가 변해갈수록 기독교 정체성을 지켜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시니까요."

5년 후 은퇴를 앞두고 있는 김정주교수. 이제는 "우리가 진정한 크리스찬으로 산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해갈까요?"라고 고민하는 제자들을 통해 꿈을 꾸고, 그들이 펼쳐갈 미래를 그리며 기대에 찬 모습이다.

#캠퍼스 선교, 그리고 절제운동
  
   
▲ 언니 김영주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회장(左)과 세계기독교여자절제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주교수(右).
1994년부터 기독학생연합회와 제자훈련모임 지도교수로 섬기며 캠퍼스 복음화에 매진해온 김정주교수(연세대 용재특임교수, 덕수교회 권사, 대성닷컴 사장)의 모친은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를 이끌었던 여귀옥권사다. 현재 언니인 김영주씨(코리아닷컴 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가 대한기독교여자절제회 회장, 김정주교수가 세계기독교여자절제회 수석부회장으로, 모친의 절제운동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김 교수의 캠퍼스 복음화운동도 바로 이 절제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재 대학생의 음주율이 남성 90%, 여성 80%입니다. 캠퍼스 복음화의 핵심은 술담배 문제에 있어요." 김 교수는 특히 "여성들이 임신 중에 음주를 하면 자녀들이 뇌손상을 입고 태어날 확률이 매우 높다"며 태아알코올증후군(Fetal Alcohol Syndrome)의 위험성을 알렸다. 그는 또 "모든 범죄의 90%가 술과 연관되어 일어나고 있다"는 범죄학자들의 견해를 언급하며 주의력 결핍ㆍ과잉행동 장애(ADHD)나 성관련 범죄, 자살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술과 무관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김영주회장은 "요즘에는 교회에서도 주초문제를 금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6월 첫째주일을 절제주일로 지키고 한 영혼이라도 돌이키고자 했다"며 "'절제주일'을 회복하고 한국교회가 생명살리기운동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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