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유형, 무형의 기독교 사적을 찾아라!

[ 특집 ] 5월 특집/기독교 사적, 어떻게 보전해야 하는가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5월 27일(목) 09:58

'복음의 기록이며 미래를 향한 푯대'

이만규
총회 역사위원장, 신양교회 목사

사적은 지난 시대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현장이다. 역사(歷史)가 인간이 거쳐 온 모습이나 인간이 행위로 일어난 사실에 대한 기록이라면 사적은 그 사실의 흔적이다. 그래서 사적의 보존은 삶의 자취의 보존이다. 더욱 기독교 사적은 신앙선배들의 삶의 자취인 동시에 하나님의 역사(役事)의 흔적이며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행하신 하나님의 손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사적을 '하나님의 지문(指紋)'이라고 까지 표현한다.

역사는 사실(Fact)이 있고 그 사실에 관계된 사람이 있고 그 사실이 이루어진 장소나 환경이 있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한계가 있어서 기록을 하는 것이고 또 그 사실의 흔적을 보전하기 위하여 사적을 보존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적은 역사적 사실의 보존이다.

기억을 위한 기록처럼 기억을 위한 현장의 보존이기도 하다. 현장의 보존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가장 좋은 기록이요 사건의 보존이다. 그래서 사적의 보존은 역사 보존이다. 역사는 기록으로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현장으로도 보존되어야 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과거를 알기 위함이기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알기 위함'이라면 사적은 오늘과 미래를 가르쳐 주는 지혜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역사를 보존하기 원한다면 사적을 보존해야 하고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사적을 알아야 할 것이다.

총회 역사위원회는 하나님께서 우리 교단을 통하여 역사(役事)하신 하나님의 역사와 그 하나님께 쓰임 받은 신앙 선배들의 사역의 발자취를 기록, 보존, 역사화 하고 또 그 역사를 통하여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찾고 우리교단의 내일을 전망하기 위한 제반 사역을 담당한다.

그리고 우리교단을 통하여 역사하신 하나님의 일관된 뜻을 찾고 역사적 가치를 세우고 그 역사적 가치를 따라 사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보관하며 교단의 미래를 안내하는 책임을 가진다. 따라서 역사위원회는 단순히 유물이나 기록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교단의 발자취에서 역사적 가치를 찾고 해석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까지를 담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교단 역사위원회는 문서나 사진 등 기록물 뿐 아니라 사건이나 사역의 현장인 사적과 유물 등 유형의 역사, 그리고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하여 역사하신 업적이나 신앙적 사유를 통해 생산된 무형의 역사까지도 수집 정리 보관 해석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한국교회는 교회의 성장이나 사역 그 자체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역사를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그 자취를 역사화하는 일에는 소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선교사상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의 급격한 교회 성장을 이루었고 손꼽을 만한 대형교회로 성장하고 굴지의 교단이 되었지만 이런 역사를 이루신 하나님의 역사(役事)에 대한 기록이나 보존 그리고 역사의 현장인 사적들에 대하여 무관심했다. 따라서 많은 사적들이 개인들의 목적에 의하여 사유화 되거나 훼손 망실되었고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로 방치되어 있다. 근자에 와서 개 교회들이 나름대로 교회의 역사를 정리하고 기록하고 보존하고 책으로 교회사를 발간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교단이나 한국교회 전체에 흐르고 있는 하나님의 역사의 원류는 잃어버린 채 많은 경우 아전인수 격인 역사 기록과 해석으로 일관되어 역사적 가치를 흐리거나 왜곡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역사는 단순한 사실 기록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역사관에 의한 일관된 가치를 근거로 기록 될 때 사적(史的)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고 교단이나 교회 그리고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하여 일하신 하나님의 뜻을 바로 발견할 수 있고 따라서 과거의 역사로 오늘을 해석 할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역사 사적의 보존과 관리이다. 사적은 역사의 현장이고 이 현장을 보존하는 것은 역사 기록을 보존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현장의 보존은 사실(史實)의 정신의 보존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손길, 하나님의 지문(指紋)이 새겨져 있는 것이 역사의 사적이다. 우리 한국교회의 결정적인 실수는 사적 보존의 실패이다. 선교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의 현장들 그리고 우리 민족을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역사(役事)와 뜻이 서려있는 역사적 현장을 정책적으로 보존하지 못함으로 선교사들이 확보하여 선교의 터로 삼았던 수많은 현장이 개인이나 단체 혹은 개 교회의 목적에 따라 오용되었고 사유화되었으며 상당 부분 훼손되고 사적(私的) 필요에 따라 변형되고 또 의미가 왜곡(歪曲)되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 한국교회를 세워 오신 하나님의 지문(指紋)이 지워져 버렸다.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하는데 역사를 소홀히 한 우리 한국교회 역시 심각한 반성과 새로운 결단이 필요하다. 사적의 보존은 단순히 교회의 재산권 보존의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를 소중히 여기고 그 정신을 기리는 것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 한국교회는 정신을 차리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셨는가에 대한 역사의 현장인 사적을 보존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하나님의 섭리의 현장인 사적이 개인들의 목적에 의하여 사유화 되거나 훼손되고 왜곡 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유화 되거나 사유화 하려는 모든 사적들이 역사적 고증을 통하여 교회공동체로 회수 되어야 하고 점유하고 있는 사적들을 겸손히 한국교회에 내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비록 개교회나 개인이나 임의 단체의 역사나 사적조차도 그것은 결코 개 교회나 개인의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전체 유산임을 겸손히 인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비록 개 교회 역사나 사적조차도 한국교회 나아가서는 하나님의 역사요 사적으로 알고 보존하고 관리하여야 한다. 어떤 명분으로도 교회의 유산이나 역사를 임의로 주관하거나 권리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 이 모두 하나님의 것이요 전체교회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단의 정책적인 노력이나 제도적 장치의 필요와 함께 개 교회가 감당할 부분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사역 뿐 아니라 사역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役事)의 기록과 보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건축 뿐 아니라 구원사역을 위하여 쓰여진 건물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과거를 잃어버리는 것은 미래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보유한 사적이나 기록을 보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교육하고 계승하여야 하고 자신의 교회를 통해 일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가르쳐 역사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하나님은 기회 있을 때 마다 "나는 너를 애굽땅 종 되었던 곳에서 인도하여낸 너의 하나님 여호와"라고 강조하셨고, 그를 기념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역사적 중요 사건의 현장에 기념비를 세웠고 자손들에게 가르쳤다.

물론 교회의 사적은 유형의 유물이나 역사의 현장인 사적 뿐 아니라 무형의 정신적 유산역시 소중히 여겨야 하고 또 보존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한국교회와 복음을 위하여 생명을 드린 선교사들과 주기철, 손양원, 한경직, 장기려 같은 신앙의 선배들이 남긴 소중한 신앙적 유산역시 보존되어야 하고 후손들에게 계속해서 교육되어야 한다. 이 모두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셨는가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고 당면한 오늘 우리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되고 우리 미래에 대한 안내가 되기 때문이다. 사적의 보존은 과거의 보존인 동시에 내일을 위한 오늘의 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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