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하나 되어

[ 논설위원 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0년 05월 17일(월) 10:24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요즈음처럼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진 때가 없었다. 세계 속에서의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급상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2010년 11월 모든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는 획기적이고 의미 있는 G20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고, 50여 개 나라의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 제2차 핵 안보정상회의 역시 한국에서 열리게 되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총회가 부산에서 열리게 되었다. 복음의 씨앗이 이 땅에 뿌려진지 1백25년 만에 세계교회 속에 한국교회의 위상과 영향력을 입증하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에 예장 합동이 주축이 된 27개 중소형 교단이 참여하여 WCC총회 한국 개최를 반대하는 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다. "WCC가 성경의 무오(無誤)성을 거부하며 종교다원주의적 사상을 주창함으로써 기독교 교리의 중요성을 폄하하고 교회의 생명력을 쇠퇴시키기 때문에 예수의 유일성을 포기하는 일을 막기 위해 범교단적으로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열 현상은 어제 오늘의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1947년 조선신학교 김재준교수가 축자영감설, 문자적 성서무오설을 비판하는 가르침을 반대하는 예수교장로회와 지지하는 기독교장로회가 분열되었고, 예수교장로회 안에서 1959년 WCC(세계교회협의회)에 반대하는 합동측과 찬성하는 통합측이 분리되었다. 그러므로 지금 WCC총회 유치를 주도한 통합측의 기류에 대하여 반대의 힘을 모우고 있는 합동측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국교회는 그 동안 하나 되기 위한 노력들을 같이 해 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설립하여 협력하여 오던 중,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함께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려왔고, 오는 8월15일에 열릴 '한국교회 8ㆍ15대성회'를 역시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WCC총회유치반대운동이 마치 새로운 분열의 조짐을 보이는 것 같은 인상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교회의 저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동전(銅錢)은 양면이 있어 돈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한국교회도 진보와 보수가 함께 있기 때문에 성장과 성숙을 지향할 수 있다. 만약 진보성향으로만 갔다면 복음적인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었고, 보수성향으로만 갔다면 복음의 사회성을 상실했을 수도 있다. 진보가 있어야 보수가 빛이 나고 보수가 있기에 진보도 힘을 얻는다. 교회의 건강은 진보와 보수가 균형을 가질 때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에 대한 비판보다는 서로를 각성시키고 보완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가운데 윈윈(win-win)할 수 있다면 한국교회는 세계교회 가운데 지도력을 확실하게 가질 수 있을 것이다. WCC총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와 같은 한국교회의 소중한 영적인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여 세계교회에게 건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기를 확실하게 마련하였으면 좋겠다.

지금 세계교회들은 확실히 쇠퇴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말하는 사람들 가운데 지금의 서구교회들의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떨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계속해서 세계교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위하여서 보수적 입장에서 지켜온 복음의 진정성과 성령의 역사하심 속에 깨어있는 영성을 더욱 살려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진보적 성향으로 복음의 사회성에 헌신하여 온 열정을 더욱 강하게 살려서 섬기는 사랑의 실천으로 세상의 소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하는 가장 확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최이우/목사ㆍ종교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