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순교자 스데반

[ 연재 ] 사도바울행전I. 그리스도를 만나기 이전(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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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17일(월) 10:00
   
▲ '스데반의 순교'(렘브란트, 1625)

무리들은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고 스데반에게 달려들었다. 스데반을 고소한 최초의 증인이 스데반을 계단에서 밀쳤다. 만일 희생자가 고개를 숙이고 떨어지면, 증인이 고개를 젖혀 위를 보게 하는 것이다. 둘째 증인이 큰 돌을 들어 희생자의 가슴을 향해 힘껏 던졌다. 이 일격으로는 죽지 않는다. 다음에는 율법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돌을 던졌다.

"그들이 돌로 스데반을 치니 스데반이 부르짖어 이르되,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 하고, 무릎을 꿇고 크게 불러 이르되,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이 말을 하고 자니라"(행 7:59~60).

청년 바울은 돌로 스데반을 치는 증인들의 옷을 지키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는 스데반이 죽임 당함을 마땅한 일로 여겼다. 그는 스데반이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하는 기도를 심히 못마땅하게 여겼다.

율법을 거역하고 죄를 지은 자가 도리어 율법에 충실하려고 하는 자기들의 죄를 사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 아닌가! 주 예수의 십자가에서 행한 기도와 꼭 같은 내용을 스데반은 최후로 기도한 것이다. 청년 바울은 그 기도를 생각하며 며칠 밤을 잠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새웠을는지 모른다.

스데반의 순교는 초대 교회가 좁다란 유대인의 민족적 치우친 생각의 껍질을 깨고 세계적인 넓은 교회로 발전하기 위하여 치른 귀중한 값이었다. 그리스도 자신도 죽음과 악마의 힘과 싸워 승리함으로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하여 자기의 생명을 바쳤다.

스데반은 그 순교에 의하여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선구자 중의 선구자가 되었다. 교회는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 예수를 따르는 사람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이다. "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 내가 교회의 일꾼 된 것은 하나님이 너희를 위하여 내게 주신 직분을 따라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려 함이니라"(골 1:24~25).

주 하나님은 때에 따라서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일하는 일꾼이 쓰러지는 것을 허용하신다. 그러나 하나님의 역사하심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스데반이 죽은 지 1년이 되기 전에, 스데반을 죽이는 일에 동참한 사람 중 한 명이 스데반의 뒤를 이었다. 바로 청년 바울이었다.

그는 스데반의 마지막 기도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 때부터 혹시 잘못된 것은 나사렛 예수거나 스데반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를 비롯한 바리새인들 자신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때로 마음에 떠오르게 되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일찍이 거부감을 가지고 들었던 나사렛 예수의 비유를 생각하곤 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가니 하나는 바리새인이요 하나는 세리라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이르되 하나님이여 나는…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세리는 멀리 서서… 이르되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 18:9~14).

스데반이 순교한 장소는 예루살렘 구시가를 에운 성벽 동쪽에서 약간 북쪽 방향의 문이다. 이 스데반 문(^ 다메섹 문) 양쪽 벽에는 두 마리 사자가 마주 서 있는 돋을새김이 있다. 그것은 맘루크 왕조의 바이바르스(1228~1277)의 문장(紋章)이다.

김 희 보
목사ㆍ서울장신 명예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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