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뚤슬랭'을 평화의 거리로

[ NGO칼럼 ] 엔지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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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13일(목) 11:12
서경기 / 한아봉사회 사무총장

캄보디아는 '킬링필드'로 알려져 있다. '크메르 루주'가 통치하던 70년대 4년간, 인구 8백여 만명 가운데 1/4인 2백만 명이 학살당하거나 아사하거나 병사하였다. 지금 서른이 넘은 성인 가운데, 당시 가족이나 친척이 살해당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 한아봉사회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쏙이라는 스태프는 아버지가, 짠시라는 스태프는 부모와 형제들이 살해당했다. 크메르 루주가 쫓겨난 후에도 그 잔당과 정부군 간의 치열한 내전은 십 수 년 동안 지속되었다. 십 여년 전 캄보디아가 아시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서양의 한 언론기관이 캄보디아에서 여론 조사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고, 이 질문에서 기대한 대답은 '빈곤해결'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답은 기대와 달랐다.

당시 북한보다도 더 굶주리고 있다는 기사내용이 시사주간지 '타임'에 나올 정도로 가난했던 이 사람들이 답한 것은, 다름 아닌 '평화'였다. 평화가 없다면, 내전도, 빈곤도, 질병도 해결할 수 없다는 교훈을 캄보디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비극의 역사에서 배운 것이다.

킬링필드는 캄보디아 어느 한 지역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크메르 루즈 당시 캄보디아 전역이 킬링필드였다. 그 가운데 쩡아엑이라는 들판이 있는데, 이곳에서 죽임을 당한 2만여 명은 프놈펜에 있는 뚤슬랭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고 끌려온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뚤슬랭 감옥은 킬링필드 역사의 중심지이다. 십 수 년 전만해도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곳을 유령이 떠도는 땅으로 여겨서 감히 접근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 죽임과 비극의 땅 한 복판에, 한아봉사회는 연건평 1천평, 5층 규모로 생명과 평화를 지향하는 '프놈펜기독교연합봉사관'을 세웠다. 이 봉사관을 세운 목적은, 첫째, 캄보디아에서 시행하는 한아봉사회의 섬김의 사역을 향상하고, 둘째, 캄보디아 교회의 일치와 연합 사업을 지원하고, 셋째, 생명 평화를 지향하는 인도차이나 교회의 에큐메니칼 디아코니아 사역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설립 목적에 따라서, 봉사관에는 캄보디아성서공회의 유일한 성서배포소와 기독교 출판 단체들의 도서 전시, 판매소가 들어와 있다. 그리고 각국 대사관 직원들, 상사 직원들, 그리고 국제 NGO 스태프들로 구성된 국제교회가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고 있고, 국제교회의 사무실도 있다. 매년 부활절, 성탄절에는 봉사관에서 캄보디아와 외국 기독교인들이 연합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캄보디아 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의 집회와 캄보디아와 국제 NGO 회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봉사관 안에서 상호 협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더 나아가 일치의 기회도 생기고 있다. 또한 자체 프로그램으로 선교정보센터를 만들어 동남아 선교를 지원하고 있고, 캄보디아 사람들이 빈곤해결보다도 더 간절히 원하는 '평화'를 세우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중심부인 뚤슬랭 감옥 박물관 맞은 편에 세워진 봉사관은 하나님의 생명과 평화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중심지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아봉사회는 뚤슬랭 감옥 박물관과 한아봉사회의 봉사관이 있는 거리를 '생명 평화의 거리'로 부르며, 이 거리가 우리 민족 선교의 중심지인 종로 5가처럼 캄보디아 선교의 중심지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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