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다)함께 마시는 차

[ 문화 ] 기독교인의 차문화, 이래서 좋다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5월 11일(화) 15:45
"김 장로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아니, 무엇이 잘못됐다는 말입니까 박 장로님?"

어느 당회실. 한가지 사안을 두고 의견 충돌에 부딪힌 장로들이 술렁이고 있다. 갈등이 격해지면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까지 등장한 상황. 말없이 듣고 있던 당회장이 조용히 일어나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기더니 차(茶)를 내어온다. 역시 말없이 한잔씩 차를 따르고 다시 자리에 앉으니, 예상치 못한 상황에 순간 정적이 흐른다. 이내 논리적인 성향의 한 당회원이 갈등 당사자들의 화해를 도모하고 나서면서 어렵사리 회의가 속개될 수 있었다.

   
▲ 지난 9일 대구전원교회에서 열린 다도회.

실제 교회의 사례가 아니다. '한국전통과 문화(다도)'를 수강하는 영남신대 학생들이 수업 중 조별 발표를 통해 재연한 상황극의 내용이다. 아직 안수받지 않은 신학생들이 목사, 장로 역할을 맡아 당회의 모습을 그려낸 것. 이밖에도 분반공부 시간에 교사가 학생에게 차를 나누고 성경공부를 하는 장면, 교회에서 또래 집단의 아이들간 다툼이 발생했을 때 전도사님이 나타나 차를 나누면서 화해를 시키는 장면, 내담자가 상담자를 찾아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할때 차를 통해 마음을 여는 장면 등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소재로 교회내 다양한 차 활용법이 수업을 통해 재연됐다.

수업은 이상근목사의 호 '정류(靜流)'를 딴 다도실, '정류제'에서 이뤄진다. 이론과 실기를 겸하는 탓에 3시간의 수업시간이 짧다. 학생들은 차문화의 역사를 비롯해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이론 학습과 더불어 차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차를 우리는 법, 마시는 법, 상대를 대접하고 예우하는 법 등을 실습하게 된다.

"다도가 뭐지?" 대부분의 신학생들이 보이는 첫 반응이다. 다도(茶道)가 예로부터 유교 불교 등 타종교의 전유물로만 여겨져온 까닭. 아직까지도 기독교인의 차문화는 생소하기만 하다. 이때문에 지난 2005년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제90회 총회에서는 전국의 총대들에게 나눔 다례가 실시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 2006년 영남신대에 처음으로 '다도'를 가르치는 강의가 개설됐고 한국차인연합회 대구지회 예담다례원 장칠선원장이 강의를 맡아 기독교인의 차문화 보급에 앞장서왔다.

   

'기독교인의 차생활을 위한 다례교육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최근 박사논문 공개 발표를 마친 그는 "선행연구가 없어서 기독교와 다도를 접목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연구과정의 고충을 토로했다. 꾸준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영남신대 평생교육원을 통해 첫 전통차 예절지도사가 배출됐고 각 지역의 교회 문화센터로 파송될 예정이다.

지난 9일 장 원장은 경북노회 대구전원교회(장명하목사 시무)에 초청돼 '기도와 차'를 주제로 강의하고 일명 '묵상다례'를 실시했다. 이날 어버이주일을 기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다례를 통한 예절 교육'이 함께 진행됐다.

한편 국내 최초로 유아다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어린이집, 유치원, 교회 병설 유아교육기관의 기관장 및 교사 등을 대상으로 이를 보급하고 있는 한국유아다례연구소 서은주소장은 "최고의 인성교육 교과서인 성경은 다례, 전통예절과 만날 때 그 교육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아다례 프로그램은 '만 3세에서 유치부'를 중심으로 하지만 아동부, 청년부, 장년부, 노년부 등 연령대별 활용이 가능하다고. 현재 서울교대 평생교육원에 '유아다례지도사' 과정이 개설돼있는 상태다. 서 소장은 "영성이 들어가기 전에 먼저 교회학교에서 인성을 가르쳐야 한다"며 다례를 통한 말씀교육의 효능과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