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평화 위해 교회여 함께 뛰자

[ 교계 ] CCA 총회 보고 통해 본 아시아 각국의 분쟁상황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5월 04일(화) 15:40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Christian Conference of Asia) 제13차 총회가 지난 4월 14일부터 20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됐다.
 
아시아 19개국 89개 회원교회와 15개 교회 연합기관의 대표들은 이번 CCA 총회에서 아시아의 빈곤, 이주노동자, 군비강화, 폭력, 인권침해 등의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고 아시아에 화해와 치유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각국의 보고자들은 자신들이 처한 갈등과 폭력을 보고했는데 이들의 보고는 자연스럽게 아시아 평화의 과제로 제기됐다. 보고자들에 따르면 아시아 국가들은 정치, 인종, 종교, 이념, 지역, 원주민과 소수민족 등의 이유로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 등 종교갈등

이번 CCA 총회가 개최된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1월 이슬람 교도들이 교회에 방화를 하는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다수가 이슬람교인이지만 대체로 중도적인 이슬람 국가로 간주되어 타종교에 비교적 관용적인 나라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나라에서는 이슬람 세력이 강한 말레이시아는 '알라' 호칭을 이슬람교가 아닌 기독교에서도 쓸 수 있도록 한 판결에 불만을 품고 지난 1월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 동안 교회 십여 채가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불에 탔다. 말레이시아 전역에는 이슬람 인구가 60%, 기독교 인구는 10%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갈등이 일어난 서말레이시아에는 이슬람교도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CCA 총회에서는 서말레이시아의 회원들이 교회를 불지른 범인들을 용서한다고 다시 한번 공식석상에서 선언,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오랜기간 기독교인들에 대한 테러와 박해가 자행되어 왔다. 이슬람 선지자와 경전 등을 모독할 경우 사형을 언도할 수 있는 신성모독법이 시행되고 있을 정도다. 기독교인들은 이 신성모독법에 의해 불합리하게 협박을 받거나 중형을 선고받아왔다. 파키스탄기독교회의는 이 법의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태.
 
파키스탄에서는 해마다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파키스탄 총 인구 1억4천만명 중 기독교인은 3백8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들은 테러 공격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기독교인들을 미국 혹은 서양 문화의 옹호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것. 특히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영토분쟁은 개국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CCA 총회에서 인도교회는 인도교회는 환경 위기와 함께 파키스탄의 분리독립 이후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북서부 카슈미르 지방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줄 것을 아시아교회에 요청하기도 했다.

# 정치 갈등으로 인한 테러도 심각

필리핀교회는 지난 몇 년 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살상이 자행되어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희생됐으며 이중 목회자 희생자도 30명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이번 CCA 총회에 올렸다. 필리핀에서는 특히 지난해 11월 남부 민다나오섬 마구인다나오주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정치테러(political killings)가 발생해 46명이 숨지는 등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을 정도다. 필리핀에서는 특히 이슬람 반군과 공산 반군의 활동으로 치안이 극히 불안정한 민다나오섬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하는데 CCA 주최 지역 모임에서 민다나오섬 출신의 사람들은 자신들을 필리핀인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주최측에 항의를 하고 이를 정정해줄 것을 요청했을 정도로 주민들의 갈등은 그 뿌리가 깊다. 필리핀에선 민다나오섬의 이슬람무장세력 문제를 섬 이름을 따 '민다나오 문제'라고 부를 정도다. '민다나오 문제'는 아직도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최근 또 하나의 슈퍼파워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도 내부에서 정치적ㆍ지역적 갈등을 겪고 있다. 비록 이번 CCA에서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중국과 티베트의 갈등은 1950년도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1950년 중국의 티베트 강제 합병과 1959년 라싸폭동에서 중국이 티베트의 종교ㆍ정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암살하려고 하자 인도로 망명, 비폭력이고 평화적인 독립운동을 계속 전개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중국의 국력이 강하고 UN상임이사국이라는 점에서 티베트의 독립을 드러내놓고 돕는 국가가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 문제는 아직도 국제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근시일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스리랑카의 경우 지난해 정부가 타밀반군(LTTE)을 궤멸시키고 26년 간 이어진 내전이 끝남에 따라 소수인 타밀족 껴안기가 평화 정착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금까지의 내전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싱할리족(불교)의 타밀족(힌두교) 차별이 원인이 됐었다. 그러나 내전 종식 후 권력 분점을 강조해온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내전을 종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병력증강을 추진하는 등 평화에 어긋나는 정책을 펴 아시아 주변국가의 우려를 낳고 있는 상태다. 스리랑카교회는 국가 내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기도를 요청했다.

# 한반도 평화정착, 국제사회 최대의 과제

이번 CCA 총회에서도 한반도의 평화정착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어김없이 나왔다. 이번 총회에서는 한국교회의 대북지원은 물론, '한반도 평화통일국제협의회'를 통한 세계교회의 협력 소식이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CCA와 WCC의 공동 주관으로 한국의 분단과 관련된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도잔소 회의'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홍콩에서 국제협의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국교회는 25년 전 도잔소 회의 이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한결같이 노력한 아시아교회를 비롯한 세계교회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비록 현재의 남북관계는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25년 전에 비하면 남북관계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해 '한반도 평화통일국제협의회'에서는 세계 약 30개 국의 교회들이 참여해 평화 체제 구축과 남북한의 동시 번영이라는 두 가지 전제 하에서 25년 전 주요논점이었던 분단극복의 의제를 넘어서 에큐메니칼 운동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반도 평화정착의 문제는 오는 2013년 WCC 부산 총회에서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며, 이를 위해 CCA를 위시한 아시아교회들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교회의 역할을 계속적으로 모색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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