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무조건 자주 만나야죠."

[ 인터뷰 ]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해방신학자 드와이트 홉킨스교수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0년 05월 04일(화) 11:25
   
▲ 지난 3월, 1년간의 임기로 연세대 신과대학 강단에 선 드와이트홉킨스교수. 수업에 들어가기 직전, 포즈를 취했다.
북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가 설립한 연세대, 지난달 28일 1백25주년 기념 행사가 진행중인 캠퍼스에서 드와이트 홉킨스교수(시카고대학 신학과)를 만났다. 1년간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게 된 홉킨스교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해방신학자이자 미국 종교학회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석학이다. 앞선 24일에는 호서대 천안캠퍼스에서 열린 조직신학자 전국대회에서 '인간 문화 안의 신학'을 주제로 강연하며 한국의 신학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는 미국의 상황에서 화합을 위해 노력해온 신학자에게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며 1시간에 걸쳐 화합의 비결을 물은 결과는 한마디로 "자주 만나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녀들이 오바마를 찍으니까 부모들도 오바마를 찍더라"는 것을 예로 들며, 당장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화합이 용이한 젊은이들로부터 교류의 장을 확대해나가라고 조언했다. 분열 50주년을 맞이한 교단간,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사회의 구성원간, WCC 총회 개최를 두고 대립중인 찬반론자간에 모두 동일하게 제시된 비결이었다.

"백인, 보수적인, 복음주의 신학자와 대화를 하다보면 다른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버지라는 공통분모 앞에서는 금새 나눌 얘기가 많아지죠.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또 그 자녀들이 잘 되길 바라는 것은 인류 공통의 관심사 아닌가요? 가장 효과적인 것은 함께 식사하는 횟수를 늘리는 것이에요."

WCC 총회와 관련, 홉킨스교수는 "넓은 스펙트럼의 신학을 지향하는 자유주의자들이 더 헤아릴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신학적 두려움'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WCC 반대론자들 나름의 정체성과 신앙을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8남매 중 막내인 홉킨스교수는 3명의 형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인연이 있다. 하지만 '인간 대 인간'의 만남에 매료된 세계적인 석학도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한 올해, 한국적 상황에 평화를 이야기해달라고 묻자, "정말 어렵다(very difficult)"는 첫마디를 던진 후 잠시 생각에 잠긴 그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독일은 민간차원 교류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고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중에도 협상의 루트가 있었는데…." 그가 '다양성 앞에 겸손함(being humble)'으로 표현한 미국 문화의 장점이 이념으로 분단된 한민족, 때마다 이념논쟁으로 번번이 화합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사회와 교회에도 절실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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