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석사건' 대법원 판결을 보고

[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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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29일(목) 15:25

 
5년 동안 끌어오던 '강의석 사건' 대법원 판결을 보고 당황스러움과 함께 유감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이 고등학교평준화정책에 따른 학생강제배정제도가 합헌적이라는 전제하에 내려진 것이기 때문이다. 평준화제도는 그 공과에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데 이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 공ㆍ사립학교가 획일적으로 규율되고,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사립학교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학교선택권과 학생선발권이 제한되는 것이 불가피함으로 학생과 학교법인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은 위헌적이 아니라는 판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 사항은 평준화제도의 합헌조건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준화제도가 위헌적이라고 전제된다면 판결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쟁점은 대광의 종교교육이 일반종교교육의 한계를 넘은 종파교육이었나? 하는 것이었다. 이 점에 관해서는 1심과 2심간에, 3심에서도 소수의견으로 견해가 엇갈렸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ㆍ운영하는 학교에서는 특정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교육기본법 제6조의 규정에 의하면 사립학교에는 특정종교교육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대광의 종교교육은 위법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고교평준화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보다 상위법인 교육기본법이 고려되지 않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강의석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 그 원인을 규명하고 원인제공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이치에 맞다. 대광고등학교는 강의석이 입학하기 전 55년 동안 기독교정신에 근거한 종교교육을 지속해 왔다.
 
고등학교평준화 이전에는 종교교육이 거부되거나 학교정체성을 훼손 받은 일이 전혀 없었다. 본인의사에 상관없이 배정되어 온 학생, 학교가 선발하지 않은 한 학생에 의하여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고교평준화가 원인이다. 따라서 공·사립 구분 없이 평준화를 시행한 정부가 가해자이다.
 
강의석과 함께 대광학교도 피해자이다. 그러므로 강의석은 설립정신에 따라 종교교육을 한 대광학교가 아니라 그렇게 만든 정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교과부의 '초ㆍ중등학교교육과정'에는 '종교'과목이 교양선택과목으로 설정되어 있다. 공·사립을 막론하고 모든 학교에서 '종교'를 교양으로 가르칠 필요를 감안한 규정이다. 그러나 종교계학교 이외에는 '종교'를 가르치는 학교가 전무하다. '종교'가 종파교육으로 오인되고 있기 때문이며 여기엔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 청소년들의 도덕성 해이, 학교폭력, 자살율 급증 등 청소년문제는 심각의 도를 더해 가고 있다.
 
"사람이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종교교육 등 인생공부가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인데 결과적으로 종교교육을 제한하는 판결로 인하여 종교계학교의 종교교육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번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이의가 없지 않으나 실정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법당국이 안타까울 뿐이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정체없이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은 신앙자유와 아울러 종교교육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학교선택권과 학생선발권을 회복시키는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여 종교교육 활성화를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로 참여할 수 있는 종교교육방안을 개발해 가야 할 것이며 교회는 기독교학교가 1백20년 동안 지켜온 기독교적 정체성을 확고하게 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김정섭
장로ㆍ한국기독교학교연합회 사무국장ㆍ전 영락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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