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를 존중하며 보호하자

[ 논설위원 칼럼 ] - 한경직목사님 10주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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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27일(화) 19:27

한국 기독교의 위대한 지도자 한경직 목사님께서 별세한 지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10주기를 맞아 영락교회를 비롯하여 목사님과 깊은 관계를 맺었던 기관들에서는 추모예배와 함께 고인의 삶과 사상을 조명해 보는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서구 기독교에 비해 길지 않은 역사를 가진 한국 기독교에 한경직 목사님같은 거목이 있다는 것은 한국 기독교에 주신 하나님의 은총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2년 사이에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정치ㆍ종교계 인사 몇 분이 세상을 떠나셨는데, 언론과 우리 사회는 그들을 조명하는 일에 많은 시간과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필자의 마음속에 '우리에겐 왜 저런 분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부러웠다. '왜 우리는 저렇게 할 수 없을까?' 많이 답답했고 속상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에게도 그분들에게 조금도 못지 않은, 오히려 더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고 또 지금도 얼마든지 있다. 바로 한경직 목사님같은 분들이다. 한경직 목사님의 평생의 삶과 사상을 요약하면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 그리고 나라 사랑'일 것이다. 평생 교회목회와 사회봉사 그리고 각종 학교의 설립과 운영을 통한 후진 양성과 함께 지도자를 배출하는 데 전심전력하였다. 그는 결혼을 하여 부양가족이 있는 목회자였지만 청빈의 본을 보여 주셨다. 집 한 채, 통장 하나 없었다고 하니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명실상부 그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실천해 온 사랑의 사도요 한국교회 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큰 인물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이와 같이 위대한 인물을 우리는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분이 영락교회만의 인물인가? 그렇지 않다. 한국 기독교계 전체의 인물이요 한국 현대사의 별과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목사님이 돌아가셨을 때 우리 교계는 목사님의 삶과 사상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 지혜와 전략이 부족했다. 다수의 교파와 교단으로 나누어져 있는 기독교의 현실 때문일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지도자를 존중하고 보호하고 계승하는 데 너무나 인색하여 왔다. 그리고 우리는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형교회를 지나치게 비판하고, 또 지도자들을 폄하한 부분이 많다. 이제 우리는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 업적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단절과 변화만이 역사 발전은 아니다. 계승과 보수도 역사발전의 또 다른 한 수레바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모든 지교회의 세대(리더십) 교체에도 꼭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교회, 한국 기독교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지도자를 발굴하고 키우고 세워가야 한다. 영성과 지성과 리더십 그리고 역량을 구비한 기독교 지도자를 많이 세우고 그들을 축복하고 격려해서 이분들이 한국교회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교회에는 자타가 공인할 수 있는 좋은 지도자들이 많이 있다. 보수와 진보 가리지 말고, 교파에 얽매이지 말고 찾아보면 한국 기독교를 새롭게 하고, 한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들이 많이 있다. 그분들이 교회목회와 함께 한국교회와 사회를 섬기는 장으로 나와 그분들의 선한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응원 해주고 위하여 기도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한국 기독교계를 대표할 만한 특출한 인물이 있다면 한국 기독교의 얼굴로 만들어야 한다. 천주교회는 지금도 김수환 추기경의 얼굴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성당 벽면에 걸어 놓은 곳이 많다. 그분의 이미지를 교회홍보와 전도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들은 김수환 추기경 한 분의 덕(?)을 많이 보고 있는 셈이다. 지도자는 만들어지는 법이다. 우리 기독교도 한경직목사님을 이어가는 훌륭한 지도자, 한국 기독교의 얼굴을 속히 만들어가야 한다.

일례로 최근 한국 기독교 차세대의 대표적인 인물 중의 한 분이라 할 수 있는 목사님께서 교회당 건축문제로 큰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외부에서 아무도 그를 공개적으로 변호하지 않았다. 이 또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도자들에게 설령 어떤 부족함이나 연약함이 있을지라도 그런 부분을 서로 보완하며 세워가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모두 지도자를 세우고, 존경하고 사랑하고 격려하며 보호하는 일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경직목사님의 뒤를 잇는 한국교회의 대표적 지도자가 속히 등장하여 한국교회와 기독교를 이끌어 줌으로 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이루어가며, 또한 세상을 섬기는 일에 앞장섬으로써 교회와 기독교의 신뢰도와 호감도가 제고되고 선교의 새로운 지평이 열려지기를 기대한다.

김영철/목사ㆍ월드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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