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두 학문의 상관관계 관심 갖는 이유

[ 최근신학동향 ] 5. 사회학적신학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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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27일(화) 19:25

필자는 작년에 한국종교사회학회 특별포럼에서 '한국 개신교와 가톨릭의 교회개척정책이 교인 수 증감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국내 학계의 풍토에서는 신학자가 종교사회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이 평범한 모습은 아니라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서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신학과 사회학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매우 적은 편이었다. 신학적인 주제들에 관해 글을 쓴 종교사회학자들도, 사회학과 상호 협력적 유형의 글을 쓴 신학자들도 거의 없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두 학문 사이에 언어 장벽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신학 용어와 사회학 용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학문 사이의 상호 관련에 관한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둘째, 신학과 사회학 사이의 충돌 가능성 때문이다. 사회학이 사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라면 신학은 하나님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학문적 추구 경향이 두 학문 사이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몇몇 초기의 종교사회학자들이 주로 종교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신학자들이 해석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경우에는 신학계와 사회학계 사이의 상호 협력적 토론이나 연구가 거의 없었다. 신학자들은 신학을 신학 자체로 연구하면 될 일이지 굳이 사회학이라는 다른 학문의 도움을 받아서 연구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다. 또한 사회학적 방법론 자체가 주로 진보적인 신학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온 측면도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사회학적 방법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사회학자들은 가치자유 혹은 가치중립적 입장을 추구하는 사회학이 초월적, 초합리적, 초경험적 존재나 실재를 연구하는 신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데 어떻게 사회학이 신학과 관련될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전통적으로 서구 신학은 AD 1세기 이후 고전철학을 받아들여 필요에 따라 이를 바꾸어 나갔다. 또한 중세의 토마스 아퀴나스가 철학과 계시를 통합하는 작업을 한 이후 신학 연구는 더더욱 지속적으로 철학적 역사적 방법론에 의존해 왔다. 지금도 국내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철학이 신학 연구의 기초라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신학자들이 철학에 대해 가지는 관심에 비해 사회학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측면이 있다.

그 결과 철학적 역사적 방법론에 기초한 신학은 결국 사회현상에 둔감한 신학, 신학을 위한 신학만을 낳았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또한 신학이 타 학문분야들로부터 뿐만 아니라 사회로부터도 외면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한때 학문의 여왕이라 불렸던 신학이 이제 학문의 주변부로 밀려난 형국이다.

이러한 신학의 주변화 현상은 신학과 교회의 분리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교회로 하여금 보다 교회다운 모습을 유지하고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도록 돕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신학이 상아탑 속에 갇혀 현실 교회와는 무관한 고립된 신학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흔히 듣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와 분리되어 더 이상 '세상을 위한 교회'가 아닌 '교회를 위한 교회'로 변질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금의 한국교회가 방향성을 상실하고 있는 경향은 결국 사회에 둔감한 고립된 신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한편 20세기 중반 이후 서구신학은 엄청난 도전에 직면했다. 급격한 사회 문화적 변동 현상은 전통적인 서구 신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문화적 다원주의, 종교적 신앙의 사유화 및 극단적 주관화 등은 전통적 서구 신학에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왔다. 교회 내외에서 야기된 전통 신학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 제기는 일단의 신학자들로 하여금 신학이 사회학의 검증을 통과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중요한 사항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로 인해 소수의 신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신학과 사회학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현재 사회학적 신학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는 신학자들은 현대 신학이 검증 가능한 가설들을 산출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구조적 분석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신학의 학문적 객관성과 사회적 적절성을 담보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승호교수(영남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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