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군(群)들의 각오

[ 목양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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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4월 21일(수) 17:27

필자는 제93회 총회 부총회장 후보로 출마하여 선거를 경험했다. 출마 전부터 선배 후보들이 하나같이 '우리 총회 - 선거 풍토 이래서는 안 된다'고 우려하는 소리를 많이 들어 왔다. 그러면서도 선거가 끝나면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혼자 삭이면서 누구하나 드러내놓고 총회 정화를 위해 공론화시킨 사람이 없었다. 그 때 울분도 터뜨리고 내가 당선되면 선거과정에서 일어난 사안(事案)들을 '백서'로 내겠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 꼬리를 내리고 다 지나간 일이요,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넘어갔기에 개선의 여지마저 만들지 못했다.

마침 '목양칼럼' 원고청탁이 왔기에 우리 총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바위에 계란 던지는 심정으로 이 지면을 빌어 글을 쓴다.

앞으로 부총회장 후보로 출마할 뜻을 두고 있는 이들은, 첫째, 신앙의 손해를 볼 각오를 해야 한다.
모 교단 총회장을 지내시고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아온 대구 출신 K목사님은 은퇴하면서, "내가 평생 목회하면서 가장 큰 실수요, 오점을 남긴 것이 총회장 출마해서 당선된 것이다"라고 고백했다. 선거과정에 비신앙적인 내용들이 너무 많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목회의 손해를 볼 각오를 해야 한다. 매년마다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목회자로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목회와 선거, 주객이 전도될 가능성이 99%가 되고 선거 후 목회를 계속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셋째, 그 동안 잘 맺어온 인간관계가 끊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평소에 관계가 좋던 이들이 여러 가지 부탁을 해 온다.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하는 내용이다. '강사로 불러 달라', '강사로 불러 줄테니 얼마를 가져오라', '행사비를 지원해 달라', '우리 노회 미자립교회 또는 약한 몇 교회를 도와 달라', '시찰회에서 (대구)에 1박2일 가려고 하니 경비 일체를 부담해 달라', '우리 지역 총대 수에 따라 1인당 금액을 쳐서 보내 달라', '목사님 당선이 확실하기 때문에 내 돈으로 선거 운동 다 해 줄테니 당선된 후 얼마(?)를 달라', '서울 최고급 호텔의 자유이용권을 끊어 달라' 등등 어이없는 내용의 요구였다. 이런 선거 과정을 겪은 어느 선배 후보는 총회 후 대인기피증까지 생겼으며, 필자도 총회 이후 그런 인사들과는 전혀 연락을 끊고 있다.

넷째, 이런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할 각오를 해야 한다. 부총회장 후보가 이런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고 들어준다면 당선은 될지 모르나, 로마서 14장 18절에 "그리스도를 섬기는 자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며 사람에게도 칭찬을 받느니라"는 말씀 앞에 남은 여생 부끄럽고 후회스럽게 살아갈 것이다.

다섯째, 선거 비용은 교회 돈은 절대 쓰지 말고 후보자 개인 돈을 쓸 각오를 해야 한다. 교회의 돈은 우리가 다 아는 대로 하나님께 바쳐진 헌금이다. 이 헌금으로 불법, 탈법 선거 자금으로 쓴다는 것은 신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부총회장 후보를 내보내는 교회는 "출마는 허락하되 선거자금은 개인 돈으로 하십시오"라고 결의만 하면 거금(?)을 쓸 후보가 거의 없을 것이고 총회는 정화될 것이다. 필자도 회개하는 심정으로 부총회장 후보시절 선거 비용을 공개하고자 한다. 등록비 포함해서 총 지출 1억5천만원, 그 중 교회 홍보예산으로 6천만원을 썼는데 정말 죄송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각오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부총회장 후보의 각오와 실천도 중요하지만 각 노회에서 총대 선거시 소위 총회 선거를 좌지우지 한다는 정치꾼을 배제하지 않으면 총회 정화는 계속 어려울 것이다.

조석원/목사 ㆍ 내당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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