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물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 선교 ] WCC 폭력극복 10년 운동의 결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4월 21일(수) 09:33
   
▲ 2008년 케냐에서 열린 DOV 기도회.

올해는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세계평화를 위해 진행한 '폭력 극복 10년(Decade to Overcome Violence) 운동'의 마지막 해다.
 
비록 이 운동이 진행된 지난 10년간 9ㆍ11테러(2001년 9월11일), 아프가니스탄 전쟁(2001년 10월 7일 발발), 이라크 전쟁(2003년 3월 20일 발발) 등 거대 폭력 사태가 다수 발생했지만 세계교회가 평화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에서 '폭력 극복 10년 운동'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 1998년, WCC 8차 총회서 제창
 
'폭력 극복 10년 운동'은 지난 1998년 12월 짐바브웨의 하라레에서 모인 WCC 제8차 총회에서 제창됐다. 총회 대표들은 폭력극복 10년 캠페인을 통해 "모든 교회들과 함께 비폭력과 화해를 위해 일하고 비폭력 문화를 건설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1998년 짐바브웨 하라레 총회는 가장 폭력적이었던 세기를 마감하는 총회로 평화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사명이 새롭게 요구되던 때였다.
 
WCC는 '폭력 극복 10년 운동' 선포와 함께 교회, 에큐메니칼 기구, 그리고 선한 뜻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폭력을 극복하고 평화와 정의를 이루는 일에 동참할 것과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다양한 폭력 문제를 찾아내고 평화, 정의, 화해를 위해 함께 일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WCC는 △폭력의 구조적, 문화적 뿌리를 찾아내기 위한 연구 진행 △폭력을 자행하는 자들과 폭력의 도구에 저항하는 캠페인 전개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을 추구하는 교육 프로그램 소개 △혁신적인 예배의식, 성경공부, 신학적 논의 등의 개발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이를 위한 네트워크 개발 지원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갔다.
 
또한, 이 운동은 유엔의 세계 어린이를 위한 평화와 비폭력 문화 10년(United Nations Decade for a Culture of Peace and Nonviolence for the Children of the World) 캠페인과도 협력 진행되기도 했다.
 
이 운동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폭력의 종식을 위해 각 분야별로 자료 조사 및 극복과제 제시, 극복 방법 홍보 등의 활동을 전개해왔다. WCC는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국가들간의 폭력 △국가 안에서의 폭력 △지역 공동체에서의 폭력 △가정과 가족 내에서의 폭력 △교회 내에서의 폭력 극복 △성폭행 △사회 경제적 폭력 △경제적, 정치적 봉쇄의 결과로 인한 폭력  △청년들간의 폭력 △종교적, 문화적 행위와 관련된 폭력 △사법제도 안에서의 폭력 △피조물에 대한 폭력 극복 △인종차별주의와 인종 혐오주의로 인한 폭력 등의 극복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나 에큐메니칼 운동가들 사이에서는 운동의 주요 초점을 정할 당시 가정과 가족, 청년 등 너무 일반적인 폭력에까지 영역을 확대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국가간, 지정학적 폭력에 대해서는 교회가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 1년에 한 지역 평화 운동

'폭력 극복 10년 운동'은 매년 특별한 지역을 선정해 그 지역의 폭력 구조 및 사회 전반에 관한 연구를 실시, 평화 정착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실시해왔다.
 
2001년부터 시작된 폭력극복 10년 운동은 그 이듬해인 2002년부터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수단, 미국,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유럽, 태평양의 제도들, 지중해, 아프리카 등 매년 한 지역에 집중해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또한, 올해로 모든 운동을 마친 후 2011년 5월 17일~25일에는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국제 에큐메니칼 평화 회의(International Ecumenical Peace ConvocationㆍIEPC)를 통해 향후 평화 관련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사례 개발 및 소개, 평화 운동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예정. 국제 에큐메니칼 평화 회의는 폭력극복 10년 운동의 수확물을 추수하는 축제로서의 성격을 띠고 교회와 개인에게 비폭력과 평화, 정의에의 헌신을 새롭게 각성시키려는 목적으로 진행된다.
 
이와 함께 WCC는 '폭력 극복 10년 운동'을 진행하면서 효과적인 자료 조사 및 사업 진척을 위해 '리빙 레터스(Living Letters)'라는 소그룹 방문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리빙 레터스'는 각 나라를 방문, 그들의 상황을 듣고 배우고, 나누며 함께 기도하기 위해 4~6명으로 구성된 소그룹. 이들은 폭력극복을 위한 지식을 나누며 교회와 협의회,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교파와 교간, 학생과 청년들의 연합을 도와왔다.
 
원래 리빙 레터스는 지난 1988년에서 1998년까지 진행된 '여성들과의 유대에 있어서의 교회들의 에큐메니컬 10년(Churches in Solidarity with Women)' 운동 당시 75개의 팀이 조직돼 6백50개의 공동체를 방문한 바 있다. 폭력극복 10년 운동시에도 이들의 활약은 이어져 폭력 방지, 평화 건설, 정의와 비폭력을 위한 이슈들을 확산시켰으며 이들이 수집한 자료들과 행동의 결과들은 오는 2011년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열리는 국제 에큐메니칼 평화 회의에서 전세계 평화를 사모하는 이들에게 나눠질 예정이다.
 
또한, WCC는 오는 9월21일을 평화를 위한 국제 기도일로 정하고 세계 각국의 교회와 교인들이 세계평화를 위해 함께 묵상하고 기도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 소형무기 확산 방지 등 폭력 억제 위해 노력

'폭력극복 10년 운동'은 평화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왔다. 이 운동을 전개하면서 WCC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의 에큐메니칼 동행 프로그램, 신앙과 직제의 연구 '평화 양육, 폭력 극복', 면책ㆍ진리ㆍ정의ㆍ화합 프로그램, WCC 평화 건설과 무장해제 프로그램, '도시에 평화를' 네트워크, 휴대용 무기 확산 억제 운동, 여성과 아동 폭력 극복 프로그램, 종교간 관계형성과 대화를 위한 운동 등 다양한 운동을 통해 평화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중 휴대용 무기 확산 억제 운동은 전쟁, 도시 폭력 등의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생명의 희생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진행됐다.
 
1998년 유엔 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 무력 분쟁으로 2백만 명의 어린이가 희생됐으며, 4~5백만의 어린이가 불구가 됐고, 천 2백만은 집을 잃었다. 이중 약 1백만 명은 고아가 됐고, 약 1천만명의 어린이는 정신적인 충격 상태에 빠져있다고 한다. WCC 하라레 총회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무력 분쟁에 소년병을 이용하는 것은 인도적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소년병들을 죽음과 부상의 위험에 서 건져내고 오염된 폭력문화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도시에 평화를(Peace to the City)' 프로그램은 인간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삶과 생존을 위해 진행된 프로그램이다. 이 캠페인은 1997년 리오 데 자네이로(브라질), 벨파스트(북아일랜드), 보스톤(미국), 콜롬보(스리랑카), 더반(남아공), 킹스턴(자마이카), 수바(피지) 등에서 시작됐는데 이 캠페인은 도시에 존재하면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폭력 자체보다는 공동체 상호간의 노력을 통해 폭력과 갈등으로 찢겨진 공동체들을 화해시키기고 교류의 다리를 놓는, 즉 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창조적인 노력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됐다.

# 프레임의 한계, 더욱 과감한 운동 펼쳐야

그러나 WCC의 폭력 극복을 위한 지난 10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운동은 전문가들에게 효과와 운동방법 등에 있어서 많은 지적을 받기도 했다.
 
폭력극복 10년 운동이 출범할 당시 이 운동의 출범에 관여했던 영남신대 박성원교수는 "폭력극복 10년 운동을 시작할 당시 경제세계화가 깊이 진행되고 있었고 문명간의 충돌도 심했는데 이 운동의 포커스가 너무 일반적인 것에 맞춰져 지정학적인, 지역문화적인 거대 폭력을 제대로 못 다룬 측면이 있다"며 "1998년 운동을 제창할 때 향후 10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측면도 있고, 운동의 틀 자체가 너무 작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0년간 힘의 논리에 의한 폭력과 가난한 자에 대한 구조적 폭력, 환경 폭력 등이 많았지만 폭력극복 10년 운동이 이 스케일을 받기에는 너무 작았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또한 그는 "평화 운동을 전개하면서 이에 대한 신학적 논의와 응답이 많이 나왔어야 하는데 이 또한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교수는 "폭력극복 10년 운동은 세계교회가 계속해서 평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왔다는 것을 알리고 평화 문제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었다"며 "내년에 열리는 자메이카 킹스턴 회의에서는 WCC가 지구적인 스케일에서 정치 경제 문화 생태 부문에 대해 보다 과감한 언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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